직위는 권한과 책임으로 만들어진다. 간단히 말해 직위란 주어진 권한으로 일을 해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과장이 대리 일을 하면 쉽다. 상무가 부장의 일을 해도 쉽다. 사장이 전무, 상무의 일을 하면 더 쉽다. 이유는 권한은 크고 책임이 작기 때문이다. 간단히 부장이 대리 역을 한다면 월급이 과한 것이다. 한 부장이 대리 2,3명의 일을 한다고 해도 4,5명까지의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4,5명인 대리 전원이 자신의 일을 제대로 못하게 하는 효과만 가져온다. ‘상명하복’(上命下服: 위의 지시를 밑은 따른다)의 기율을 준수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상침하권’(위가 아래의 권한을 침해한다)의 잘못을 방지하는 것이다. 반대로 상부의 권한은 함부로 위임이 되면 안 된다. 권한의 위임은 쉽지만 조직이 그 위임에 적응하고 나면 쉽게 회수가 되지 않는 탓이다. 특히 한 조직의 리더는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서 권한을 위임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하지만 아쉽게도 권한은 위임되지만 책임은 위임되지 않는다. 책임이 따르지 않는 권한은 그것이 크건 작건 월권이 된다. 월권이 난무하면 조직은 필망한다. 전국책에는 이런 우화가 전한다
가장 편한 게 책임지지 않고 권한만 누리는 일이다. 회사 경영을 하다보면, 그렇게 책임은 지지 않고 권한만 누리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체로 그런 이들이 새로 일하려는 직원들의 사기를 꺾는다. 그런 이들이 간부가 되고 임원이 되면 회사는 일의 성과를 내기보다 일을 벌여 생색만 내는 조직으로 변한다. 자연히 손실이 발생하고 그런 조직은 일 좀 하는 이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책임을 지운다. 조직에서 점점 일하는 이들이 사라지고, 결국 망하게 된다. 사업은 블루오션처럼 사업 자체가 비전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설사 레드오션이어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해도 일치단결해 승리를 쟁취하는 내부 조직원이 있다면 성공의 길은 이미 약속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무엇보다 레드오션의 장점은 누구나 다 사업의 비전을 인정한다는 의미여서 이 같은 내부 조직원이 있다면 찾기 어려운 블루오션을 찾느니, 레드오션만 찾아가 시장을 장악하는 게 더 손쉬운 일일 수도 있다. 전국책에는 한참 성장하던 진나라가 왕의 권한을 찬탈한 이들로 혼돈에 빠지자 범저가 왕에게 경고하는 장면이 나온다. 구구절절 가슴에 와닿는다. “무릇 국가를 통치하는 자를 일러 왕이라 하는 것이요. 이해를 마음대로 장악
“인사가 만사다.” 어느 상황에서도 틀리지 않는 말이다. 회사가 크건 작건 모두가 사람의 일이다. 어떤 사람과 일을 도모하느냐가 결국 일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기려면 좋은 인재를 쓰라 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단순히 좋은 인재만 쓰는 것은 부족하다. 경쟁 상대를 약화시키기 위해 상대에게 나쁜 인재들이 가서 일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상대가 나쁜 인재를 쓰게 되면 경쟁이 편해진다. 전국책의 고사들은 국가존망의 전쟁에서 왕들이 인재를 어떻게 했는지 잘 알 수 있다. 특히 국력 강화를 위해 좋은 인재를 물색해 임용했고 반대로 상대국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나쁜 인재들이 중용되도록 간계까지 썼다. 하루는 진나라 재상이던 감무가 왕의 고충을 들었다. “초나라에서 오는 사신들이 대개가 달변가여서 나와 의론이 맞붙으면 내가 자주 궁색해지니 이를 어쩌면 좋겠습니까?” 감무가 답했다.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다음에 그런 달변가가 오면 그들의 말을 전혀 들어주지 마십시오. 그리고 약한 자가 오면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약한 자는 그 나라에 중히 쓰일 것이며 달변가는 높이 쓰이지 못할 것입니다.” 간단히 경쟁상대 회사에서
"말은 오래 타보아야 그 힘을 알고, 사람은 오래 사귀여야 속내를 안다." 중국의 오랜 속담이다. 재주란 별개 아니다. 결과가 이야기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말을 타보면 알고, 사람은 사귀어보면 안다고 한 것이다. 모두가 좋은 물건을 좋다고 하듯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귀어보면, 밑에 부려보면 사람의 재주를 안다. 인품을 안다. 전국책에는 이런 고사가 있다. 본래 초나라 대신으로 진나라에 와서 벼슬을 하던 진진이라는 이가 진나라 대신 직을 사직했다. 진진은 당대 재주 많은 인재였다. 그가 진나라를 떠나려 하자 주변에서 시기를 했던 이들이 그를 헐뜯었다. "진진은 그동안에도 초나라에 정보를 넘겼을 수 있습니다. 또 초나라에 간다면 진나라의 정보를 가지고 가 출세를 하는 것입니다." 진진이 떠난다면 죽여 입을 막으라는 암수였다. 진진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 나라를 떠나면 일부러라도 초나라로 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제가 과연 초나라로 다시 가도 괜찮은 인물인지 여부를 증명해 드리겠습니다." 진진의 말이다. 괜찮은 인물인지 여부를 증명하겠다는 게 포인트다. 그러면서 옛 이야기를 하나 꺼낸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초나라에 어떤 사람이 부인 둘을 거느리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걸어라. 그리고 반드시 승리하라! 이기는 자만이 발언권이 있는 법이다. 아름다운 패배는 말 그대로 아무리 아름다워도 패배일 뿐이다. 이기지 못한 자의 변명일 뿐이다. 아름다운 패배를 칭송하더라도, 꼭 결정적인 순간에 치졸한 승리를 택해야 하는 법이다. 아름다운 패배가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도 아름다운 승리만은 못한 법이다. 아쉽게도 아름다운 패배자에게는 영원히 아름다운 승리를 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치졸한 승리라도 승리한 자만이, 살아남은 자만이 아름다운 승리를 취할 권리가 있는 법이다. 승리는 그런 절실한 자만이 갖는 전리품이다. 전국책에는 의양성을 공략하는 감무의 절실함이 잘 나타난다. 진나라 군대를 이끌고 의양성을 공격했던 감무는 타국인으로 진나라에서 출세를 했다. 진나라 내부에는 그를 시기해 헐뜯는 이들이 있었고, 그가 진나라에 의탁하면서 그에게 원한을 가진 이들이 호시탐탐 감무의 실각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그런 감무가 당대 최강이라는 진나라 군대를 이끌고 의양성을 공격했지만 의양성은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무엇보다 의양성의 강력한 성벽이 큰 이유였지만, 공격 명령에도 몸을 사리는 진나라 군사들의 탓도 컸다. 감무가 의양성을 공
사람은 조언을 들어 보다 나은 결정을 한다. 인류가 발전을 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소통이다. 하지만 조언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니 들었으면 좋았을 조언도 많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천려일실’(千慮一失:천 번을 생각해 한 번 실수할 때가 있다)하고 아무리 모자란 사람도 ‘천려일득’(千慮一得:천 번을 생각해 한 번 옳을 때가 있다)의 순간이 있는 법이다. 그럼 조언을 들을 때는 어떤 것을 듣는 게 좋을까. 전국책에 다음과 같은 고사가 있다. 하루는 진나라 무왕이 명의 편작을 만났다. 무왕은 편두통과 같은 증세를 앓고 있었다. 심한 두통이 오곤 했다. 편작은 당대 최고의 의사다. 죽지만 않으면 고치지 못하는 병이 없다고 했다. 무왕이 증세를 설명하자, 편작이 고쳐보겠다고 했다. 시술을 앞두고 이번엔 왕이 신하들과 상의를 했다. “그래 편작이 고쳐준다는 데 어떻게 하는 게 좋겠소.” 무왕의 말에 신하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대왕의 병은 귀 앞과 눈 아래에 있습니다. 치료한답시고 잘못하다가는 오히려 귀가 멀거나 눈이 멀지도 모릅니다.” 신하들의 말에 겁이 난 무왕이 편작을 다시 만났다. “대신들의 걱정이 참으로 많소. 어쩌면 좋겠
잘 나가던 이를 무너뜨리는 것은 쉽다. 단순하다. 단지 사람들이 잘 모를 뿐이다.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를 곤궁에 빠뜨리는 일을 자초하기도 한다. 전국시대 장의(張儀)의 이야기다. 장의는 진나라 혜왕 때 중용됐다. 당대 최강국에서 중용되니 주변국들이 모두 장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장의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도 남다르게 반응했다. 바로 잘 나가는 사람이 일을 잘하게 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뭘 해도 남들의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국책에 나오는 장의는 참 못된 이였다. 자기 주변에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있으면 배척을 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원한을 많이 샀다. 혜왕이 죽자, 많은 이들이 장의를 궁지에 몰아넣고 싶었다. 특히 당대 권력자 가운데 하나였던 공손연이 그랬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단숨에 장의를 곤궁에 몰아넣을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혜왕이 죽어 장의의 배경도 사라졌지만 그래도 장의는 여전히 혜왕의 후광을 입어 진나라에서 힘을 쓰고 있었다. 고민하던 공손연에게 이수라는 사람이 그 방법을 알려줬다. "감무를 위나라에서 불러들이고, 공손현도 한나라로부터 불러들이십시오. 그리고 은거하고 있는 저리질을 불러 국정에 기용하십시오. 이 세…
중국 전국시대는 모략의 시대다. 적국과 정적을 해하기 위한 각종 모략이 판쳤다. 읽다보면 모골이 송연할 정도다. 진나라의 천하통일 기틀을 다졌던 장의도 마찬가지다. 하루는 장의가 정적을 제거하려고 모략을 썼다. 정적의 이름은 서리질이라는 인물이다. 그런데 엉뚱하게 장의는 서리질의 직위를 높여 초나라 사신으로 가도록 돕는다. 그리고 초나라 왕에게 서리질을 진나라 재상이 되도록 지원하도록 했다. 초나라에서 왕이 성대한 잔치를 벌여 서리질을 접대하고, 진나라 미래의 재상이라 치켜세우는 일이 벌어졌다. 진나라에 머물던 초나라 외교관들은 일제히 서리질이 재상감이라고 진나라 왕에게 알렸다. 하지만 모든 게 장의의 술수였다. 장의는 초나라 사신들이 나서기 전에 진나라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서리질이란 자는 무거운 책임을 지고 초나라 사신으로 간 자입니다. 그것은 국교를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자가 초나라에 있어서인지 초왕에게 자기를 후견인으로 삼고, 진나라의 재상 자리를 탐하고 있습니다. 그런 자가 재상이 되면 진나라를 섬기겠습니까? 초나라를 섬기겠습니까?" 진나라 왕은 대노했고, 서리질이 오기만 하면 문책을 하려고 했다. 진나라에 머물던 초나라 사신을 통해 이 사실
전국시대 진나라가 천하 패권의 토대를 닦은 것은 촉나라를 합병한 뒤다. 만사가 그렇듯 키우기 위해서는 틀부터 키워야 하는 법이다. 당시 진나라의 군세는 이미 천하의 각 제후국을 압도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진나라는 천하를 갖기에는 아직도 미흡했다. 두 나라의 연합군을 상대하기 벅찼다. 즉 진나라가 다른 한 나라를 병합하려 하면 이웃나라와 힘을 합쳐 대항하면 됐다. 진나라 때문에 이웃나라끼리 힘을 합치는 외교가 빈번했다. 진나라가 천하의 패권을 잡기 위해서는 보다 압도적인 힘의 우위가 필요했다. 진나라 혜문왕 때의 일이다. 혜문왕은 전국시대 진나라의 26대 국군(國君)이자 초대왕이다. 당시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위해 당시 진나라에는 두 가지 길이 있었다. 하나는 한(韓)나라를 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촉(蜀)을 치는 것이었다. 한나라는 크고, 촉은 작고 힘은 없지만 토산물이 많은 곳이었다. 전자는 장의가 주장했고, 후자는 사마착이 주장했다. 혜문왕 앞에서 둘이 각자의 주장을 폈다. 먼저 장의가 말했다. "우리가 먼저 위, 초 두 나라와 친선 관계를 맺고 군사를 보내, 한나라의 환원산과 구씨산의 요새가 고립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나라 둔류의 길을 막
사람들은 보이는 것만 본다. 쉽게 아우라의 빛에 취한다. 진품이 내는 게 아우라지만, 사람들은 진품의 진위를 가리지 못한다. 그저 아우라만 볼뿐이다. 그게 사람이다. 사실 보이지 않고, 보여주지도 않고, 보라는 게 어불성설일 수 있다. 다만 현명한 사람, 현인은 그렇지 않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최소한 그러려고 노력한다. 보여주지 않는 것은 더욱 더 노력해서 본다. 감추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전국시대 다음과 같은 고사가 있다. 초나라 재상 소해휼(昭奚恤)에 대한 이야기다. 어찌나 능력이 뛰어난지 다른 나라의 모두가 이 소해휼을 두려워했다. 초나라 왕이 갑자기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 때 한 사람이 나서 동화를 들려준다. 그 유명한 호가호위(狐假虎威)의 고사다. “옛날 백수의 왕인 호랑이가 숲에서 여우를 만났습니다. 그 여우가 호랑이를 두려워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내가 백수의 왕이야. 하느님이 그리 정했지. 힘만 세고 무식한 네가 알 일이 없지.’ 말을 들은 호랑이가 어이가 없어 말했습니다. ‘거짓말이면 잡아먹겠다.’ 여우 역시 두려워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럼 내가 앞장서 걸어갈 터이니, 네가 따라오면서 잘 봐둬. 다른 동물들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