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동양에서 아버지의 전통 모습이 '엄부'다.
당송 8대가로 유명한 소동파의 부친도 엄부였다. 부친 소순(蘇洵) 역시 당송 8대가 중 한 명인 문장가였다. 어려서 얼마나 엄했던지 훗날 노인이 된 소동파는 꿈속에서 본 부친의 모습을 작품에서 남겼다. 꿈에서 소동파는 어린아이였다. 시의 내용은 이렇다. "부친이 읽으라 했던 사기를 다 읽지 못하고 잠들어 부친을 기다리며 떨었다" 그러다 잠을 깬다. 어린 시절 얼마나 부친이 무서웠으면 그랬을까?
개인적으로도 어린 시절 부친은 참 무서웠다. 가끔이지만 한번 매를 들면, 온 가족이 걱정이 돼 말려야 했을 정도다. 부친에게 야단을 맞은 날은 며칠 동안 악몽을 꾸기도 했다.
사실 아비 부에는 분명 매를 든 모습이 있다. 하지만 커서 직접 아버지가 돼 보니, 갑골자 父가 매를 든 이유는 아이를 훈육하려는 이유뿐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이가 들수록 그보다 가족을 위해 외부를 향한 투쟁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더 커졌다.
사회에 진출해 사회를 대하는 자세가 홀몸이었을 때와 결혼했을 때, 또 아이를 낳은 뒤 완벽하게 달라지는 것을 스스로 체험했기 때문이다. 젊은 처녀, 총각은 빚을 내 집을 사면 직장생활을 하는 자세가 달라진다고 하면 이해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한 뒤 다시 한자를 보면 역시 갑골자를 만든 선인들의 위트에 무릎을 치게 된다. 정말 이 세상은 맨손으로 싸우기에 너무 힘들다. 작은 망치라도, 도끼라도 들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