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숨이 고른 게 평안한 것이다. 평(平) 1

무엇이 평온平穩인가? 어떻게 해야 우리는 마음이 평온한 지 아는가? 무엇이 어떤지 알아야 얻을 것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게 평온의 삶이다. 그런데 정작 평온이 무엇인지 아는 이는 드물다. 무엇을, 어떤 상태를 우리는 평온이라 하는가? 최소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얻을 것이 아닌가? 
물론 우리는 평온이 무엇인지 막연히는 안다. 이게 말로 설명하기 힘들 뿐이다. 그냥 가만히 누워 있으면 평온하다. 저녁 번잡한 일자리를 떠나 가족과 함께 있는 순간 평온하다. 아, 아주 가끔은 그때부터 평온이 깨지는 가족이 있을 수 있다. 카페에 한가로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릴 때 우리는 평온하다.
'평온'이라는 감정은 공감, 전파 능력이 강하다. 내가 평온하면, 주변 사람도 평온해지고, 평온한 사람을 보면 나 역시 평온해진다. 
그런데 이렇게 말고, 정말 평온이란 무엇인지,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는가? 역시 정확히 부를 수 있어야 얻기도 쉬울 것 아닌가? 
아니면 평온이라는 게 본래 그리 어려운가? 그리 어려워 얻기가 힘든 것인가?
언제나 이야기지만 이 순간 도움이 되는 게 한자다. 한자를 만든 선인들의 지혜가 큰 도움이 된다. 
가장 글자의 원형에 가까운 갑골문자에서 평(平) 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금문에서 자형이 처음 보인다. 
금문은 춘추전국 시대 왕성히 쓰였다. 각국의 글씨 모양이 조금씩 차이가 있었지만, 글자를 조성하는 방법에는 한자의 공통된 특징을 보인다. 참고로 진나라의 글씨는 변방의 글자였다. 가장 모양이 달랐다.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면서 변방의 글자가 중앙의 글로 환골탈태한 것이다. 
금문은 이집트 상형문자처럼 의례 용도가 강했다. 지금도 금문이 많이 남아 있는 이유다. 곱게 보관하는 제례 용기에 글을 써 남겼기 때문이다. 아니 쓰는 게 아니라 그렸다. 한자 쓰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금문이 불편해서 나온 게 예서다. 진나라의 감옥에서 저급 관료들이 업무용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한나라에 들어서 예서가 금문을 밀어내고 중앙 글자의 자리를 차지한다. 예서(隸書)는 지금 한자의 모태다. 누구의 말처럼, 글자로만 보면, 실용이 중심이 되면서 예(禮)가 사라진 것이다. 
어쨌든 금문까지만 해도 한자 본래 의미를 중시했던 갑골문의 정신이 올곧이 살아있다. 한자 조어법을 이해하고 상세히 들여다보면 그 본래의 뜻이 이해가 된다. 금문의 평자는 위에 날일(一) 자락 있고, 그 아래 점이 셋, 다시 횡 선 아래 꼬리를 내린 듯한 묘한 형태의 부호가 있다. 

 

 

묘한 형태의 부호는 구름 운(雲)의 초기 모양인 운(云) 자와 같다. 운은 기운이 오르는 모양이다. 학자들은 평 자는 기운이 고르게 오르는 모양이라고 분석한다. 즉 숨이 고른 거다. 숨이 고르다는 게 무엇인가?
말 그대로지만 좀 더 분명하게 알려면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된다. 금문에서 숨이 고르지 않은 글자가 호(乎) 자다. 위의 선의 고르지 않고 삐뚤다. 숨이 달라지는 것이 고르지 않은 것이다. 첫 숨 뒤 이어지는 숨이 크기가 다른 것이다. 언제 달라지는가? 숨은 뛰고 나면 달라진다. 흥분하면 달라진다. 긴장을 하면 달라진다. 소리치면 달라진다.
다시 평이다. 평은 앞 숨과 뒤 숨이 달라지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숨이 고르면 평한 것이다. 천리를 달리면서도 숨이 고르면 평온한 것이다. 마음의 평온을 얻는데 명상을 중시하고, 명상을 하는데 호흡법을 중시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숨을 평온하게 쉬면 절로 마음과 몸도 평온해지는 것이다. 
몸의 평온은 체력이 필요하고, 마음의 평온은 정력이 필요하다. 체력이 떨어지면 움직임을 덜해야 평온을 얻고, 정력이 떨어지면 번잡을 피해야 평온을 얻는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게 세상의 이치다.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