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유통산업은 소비자와 유통업체 간 속고 속이는 지략싸움과 같다. 가장 그럴듯하게 소비자를 위하는 척 하는 서비스를 내놓고, 뒤로는 잇속을 챙기는 게 바로 중국 유통업체들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서비스가 바로 '예약 판매 서비스'였다.
이 서비스는 소비자가 먼저 주문을 하면, 거기에 맞춰 물건을 생산하고 유통시켜 재고 비용을 줄이는 대신 소비자에게는 보다 싼 값에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재고 비용이나 과잉 생산의 낭비를 이익으로 바꾸는 시스템으로 소비자, 생산자, 유통업자 모두가 좋은 제도다.
하지만 중국의 유통업체들은 '예약 판매 서비스'를 자신들에게만 유리하게끔 운영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 중국에서 이 서비스는 결코 소비자에게 유리하지 않고, 유통업자 배만 불리는 식이 돼 왔다.
이에 중국 대형 온라인 유통기업들이 이 예약 판매 중단을 선언하고 있어 주목된다. 중국 네티즌들은 환영하는 모습이다.
중국 알리바바 계열의 타오톈그룹(淘天集团)은 올해 티몰(T-mall) 618 쇼핑 데이에서 예약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징둥(京东)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도 동일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소비자의 원성과 불만의 대상이었던 예약 판매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한 때 예약 판매제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혔다. 업체가 미리 재고를 파악하고 물류 비용을 절감하였으며 ‘할인’이라는 술수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더불어 예약 판매제 덕분에 이커머스 플랫폼은 618이나 쌍십절 등 쇼핑 페스티벌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예약 판매제의 단점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계산법이 지나치게 복잡하여 많은 소비자가 골머리를 앓았고 수학 문제를 푸는 것 같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게다가 대기 시간이 지나치게 오래 걸려 소비자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일부 브랜드 업체에서 예약 판매제를 악용하여 소비자의 이익을 가로채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1월 중국소비자협회가 발표한 '2023년 전국 소비자 협회 조직 신고 접수 및 처리 현황 분석'을 살펴보면 이커머스 플랫폼의 예약 판매제에서 잔금이 계속 올라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예약 판매한 제품의 가격이 유지되지 않으며 약속한 증정품을 주지도 않는다고 나와 있다. 더불어 최저가 홍보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것도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