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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국제정치 갈등의 소용돌이가 깊어지고 있다

 

대만의 새로운 총통에 민주진보당 라이칭더(赖清德·Lai Ching-te)가 당선됐다. 새 총통은 중국이 가장 꺼렸던 인물이다.

자연히 중국은 우려의 목소리를, 미국과 일본 등은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이번 선거로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아시아에서도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과연 2024년 미중 ‘신 냉전’은 이제 그 철의 장막을 완연히 드리우게 되는 것인가?

거대 진영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미국 노선을 확실히 택한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 답은 이제 막 끝난 대만 선거의 내용 속에 그 단초가 있다.

 

여소야대, 내우외환에 싸인 민진당

 

지난 13일 선거 결과, 민주진보당 후보 라이칭더와 샤오메이친(萧美琴·Hsiao Mei-qin)은 총 558만 표, 40.05%의 득표율로 새 총통 및 부총통으로 당선됐다. 민진당은 대만 정치권의 집권당 중앙위원회가 집권 8년 만에 정당을 바꾼다는 관례를 깼다.

상대인 국민당 후보 허우유이(御玉瑞)와 자오샤오캉(趙少康)은 467만표, 득표율 33.49%로 2위를 차지했다. 인민당의 커웬제(共文治)와 우신잉(吳新英)은 369만표, 26.46%의 득표율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만 민중은 전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아니다. '포스트 차이잉원 시대'로 접어든 대만은 같은 민진당에 대한 지지를 일부 거둬들인 것이다.

일단 이번 선거는 앞선 세 번의 선거와 비교해 민진당의 총 득표수와 득표율이 하락 추세를 보였다. 라이 후보와 샤오 후보는 대만 대부분의 현과 시에서 상대 후보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지만, 입법회 최대 정당으로서의 지위를 잃었고, 입법회 주석과 부주석의 원래 직책을 포기할 수도 있다.

간단히 입법부 장악은 실패하고 행정부만 민진당이 장악을 한 것이다. 사뭇 한국과 유사한 정치구도가 된 것이다.

이제 정치적 행정은 입법부의 강한 견제를 받게 됐다. 오는 5월 총통 취임을 앞둔 라이칭더에게는 가장 큰 장애다.

미국 데이비슨 대학의 동아시아 정치학 교수인 셸리 리거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라이 총통이 40%가 조금 넘는 득표율로 승리한 것은 그를 "다수결 권력을 명령하거나 행사할 수 없는" 대통령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라이 총통의 임기는 좋은 출발이 아니다." 리거 교수의 선거 평이다.

내정만 어려운 게 아니다. 중국과의 양안 관계는 더욱 갈등의 골이 깊어지게 됐다. 대만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민진당의 당론 탓이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이 적극 민진당을 지지하면서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소용돌이 치는 아시아 정세

 

아시아의 국제정치가 격랑의 소용돌이 속으로 더욱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다.

대만 총통 선거 결과가 발표된 날 저녁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 천빈화(陳斌華)는 민진당이 "대만의 주류 여론을 대변할 수 없다"며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라고 말했다.

대만 외교부는 당장 1월 14일 중국의 발언을 비판했다. 대만 외교부는 “베이징 당국이 선거 결과를 존중하는 동시에 현실을 직시하고 대만에 대한 억압을 포기하여 양안 간의 우호적인 상호 작용이 조속히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입장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진다. 선거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대만 선거 결과를 묻는 질문에 "미국은 대만 독립을 승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기 위해 비공식 대표단을 파견할 계획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제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 등 전직 미국 고위 관료 2명으로 구성된 비공식 대표단이 대만을 찾았다고 대만 주미국연구소(AIT)가 밝혔다.

안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3일 늦은 밤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라이칭테 총통의 당선을 축하했다. 또 미국이 라이칭테 총통을 비롯한 대만 정당들과 대만관계법, 미중 3개 공동성명, 대만에 대한 6개 보장에 기초해 협력해 공동의 이익과 가치를 증진하고 미국과 대만 간 장기적인 비공식 관계를 더욱 심화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존슨 현 미국 하원의장도 SNS에 글을 올려 오는 5월 라이칭더 총통 취임식에 대표단을 이끌고 방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도 13일(현지시간) 대만 선거에 대한 성명을 내고 라이칭테 총리의 당선을 축하했다. 일본 외무성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도쿄는 대만의 민주선거 성공과 라이칭테 총리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일본은 타이베이와 일관된 비정부 실질적 관계를 유지하고 대만과의 협력과 교류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일본의 이 같은 입장에 “내정 간섭”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현 갈등의 고착, 단 중국의 대만 침공은 쉽지 않다

 

‘말썽꾸러기’, ‘위험한 분리주의자’ 중국이 라이칭더 총통 당선자에게 붙여준 별명들이다. 누가 봐도 양안 관계의 악화는 분명해 보인다.

그럼 중국은 과연 대만을 무력 통일할 것인가?

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시진핑 주석은 경제문제에 더 주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라이칭더 당선자 역시 당선 연설에서 자신의 양안 정책은 앞으로도 차이 총통의 노선을 이어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중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제기하며 신중한 발언을 했다.

무엇보다 독립 선언과 관련해 대만이 이미 독립된 주권 국가이기 때문에 대만이 독립을 선언할 필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만 독립에 대해서는 이전 차이 총통보다 더 급진적인 것으로 보여졌던 라이칭더의 묘한 태도다.

대만 연구학자 런쉐리(任等雪)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중국과 더욱 구별되며 미국과는 더욱 안정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이번 라이칭더의 파트너였던 샤오메이친이 대만과 미국 관계의 중요한 고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녀는) 타이베이의 자산”이라며 “워싱턴은 처음에는 라이 총통을 경계할 수 있으나 샤오메이친 당선인은 대만-미국 관계의 안정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중국 입장에서도 대만과 당장 대화에 나서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의 라일 모리스 선임연구원 역시 “이번 선거 결과는 우려스러운 전환점”이라며 "라이 총통이 베이징에 올리브 가지를 뻗어 대화와 평화를 제안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중국은 이를 거부하고 우리는 지난 8년간의 현상 유지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의 마셜 펀드는 중국 전문가 보니 글레이저의 논평을 통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압박은 계속될 뿐만 아니라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시진핑이 본토의 경제 문제와 군부 부패에 초점을 맞출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향후 몇 년 동안은 중국이 대만에 무력을 사용하거나 군사 통일을 강요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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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프 수교 60주년 기념 전시회 6월 30일까지 개최, 자금성과 베르사유궁전의 특별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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