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에 생각나는 메뉴는 뭐니뭐니해도 ‘전’이다. 빗소리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 입안에는 고소함이 가득하다. 거기에 한국의 전통술인 막걸리를 한잔 쭉 들이키면 금상첨화이다. 다양한 전 요리 중 김치로 언제든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김치전과 녹두를 갈아서 부치는 빈대떡을 소개한다.
한국 전통술 막걸리와 찰떡궁합, 김치전
식사할 때 전채로 먹거나 간식, 술안주, 혹은 반찬으로 먹어도 손색없는 요리 김치전. 부침가루만 있다면 조리 후 남은 야채와 김치로 언제든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밀가루 반죽에 김치만 송송 썰어 넣고 부치면 맛있는 김치전을 만들 수 있다. 좀 더 특별한 김치전을 만들어 먹고 싶다면 간 돼지고기나 잘게 썬 오징어 등 김치와 어울리는 재료를 한 두 가지만 섞어도 된다.
김치전은 대부분의 맛을 재료인 김치에 의존하기 때문에 요리 초보도 기본은 만들 수 있는 요리다. 하지만 조리법이 간단한 만큼 ‘맛있다’는 평가를 위해서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는 김치를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갓 담근 김치나 보쌈김치 같은 것을 쓰면 안된다. 냉장고 구석에서 푹 익은 신김치일수록 맛이 뛰어나다. 즉 김치는 좀 짜고 신 상태가 최상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경우에는 추가로 간을 하는 번거로움도 덜 수 있다. 또한 부칠 때 식용유 양과 불 조절도 중요하다. 식용유 양이 너무 적거나 불이 약하면 부침개도 아니고 밀가루 떡도 아닌 정체불명의 음식이 나올 수 있다.
전 부치는 재미는 그 반응이 즉각적이라는 데에 있다. 모든 음식이 다 그렇지만 전도 역시 여러 사람이 함께 먹어야 더 맛있는 법이다. 비 오는 날 소박하게 부쳐 내는 김치전은 부치자마자 뜨거운 김이 가실 새도 없이 서로 다퉈가며 젓가락이나 손으로 죽죽 찢어 먹어야 제맛이다. 김치전에 감칠맛을 더하려면 잘게 썬 김치에 미리 밑간을 하는 것이 좋다. 반죽할 때는 맹물 대신 다시마 육수를 넣어야 더 깊은 맛을 살릴 수 있다.
피로를 풀어 주는 영양식, 빈대떡
빈대떡은 녹두를 맷돌에 갈아서 전병처럼 부쳐 만든 음식이다. 빈대떡이라는 명칭은 병자병(餠子餠)이 세월이 흐르는 동안에 빈자떡이 되고 다시 빈대떡으로 불리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빈대떡의 유래에 대해서는 제법 많은 설이 떠돈다. 빈대떡은 원래 제사상이나 교자상에 기름에 지진 고기를 높이 쌓을 때 제기(祭器) 밑받침용으로 썼는데 그때는 크기가 작았다고 한다. 그 뒤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음식으로 바뀌면서 이름은 빈자(貧者)떡으로 바뀌고 크기도 큼지막하게 바뀌었다는 설이 하나 있다. 두번째는 서울 정동(貞洞)을 빈대가 많다고 하여 빈대골이라 했는데, 이곳에 빈자떡 장수가 많아 빈대떡이 되었다는 설이다. 조선시대에는 흉년이 들면 당시의 세도가에서 빈대떡을 만들어 서울 남대문 밖에 모인 유랑민들에게 “어느 집의 적선이요” 하면서 던져주었다고도 한다.
노릇노릇한 빛깔과 고소한 냄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부침개는 보는 것만으로도 입 안에 침이 고인다. 빈대떡이 가난한 사람이나 부쳐 먹는 음식으로 치부되었다는 것은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라는 어느 유행가 가사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빈대떡은 황해도와 평안도 등의 서북 지방에서 많이 해 먹었다고 한다. 손님을 대접할 때에 특히 많이 만들었다는데 지금은 애주가들의 술안주로 인기가 높다. 빈대떡에 들어가는 녹두는 철분과 카로틴이 많은 영양 식품이다. 해독 작용도 뛰어나므로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로가 쌓였을 때 빈대떡을 먹으면 영양도 보충하고 입맛도 돋울 수 있다.
빈대떡을 부칠 때는 기름을 넉넉하게 두르고 약한 불에서 천천히 부쳐야 가장자리는 바삭바삭하고 안쪽은 촉촉한 맛을 낼 수 있다. 식용유 대신 돼지기름을 녹여서 쓰면 훨씬 더 고소하고 감칠맛이 난다. 빈대떡은 양파와 마늘, 깨소금 등으로 양념한 간장에 찍어 먹으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집에서 김치전 맛있게 만드는 법
요리 재료
김치 반쪽, 튀김가루1컵, 부침가루 1컵, 물, 식용유
1 잘 익은 김장김치를 준비해 양념을 털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2바삭한 김치전을 만들기 위해서 부침가루와 튀김가루를 1대1 비율로 섞어준다. 튀김가루가 없다면 부침가루나 밀가루만 사용해도 된다.
3준비해둔 김치를 넣어주고 김치국물을 한 국자 넣어준다. 이때 계란이나 오징어, 부추, 양파 등등 집에 있는 재료를 추가로 넣어주면 식감이 더 좋은 김치전을 만들 수 있다.
4김치와 반죽이 잘 섞이게 저어준다. 김치에 양념이 충분히 되어있기 때문에 소금간은 따로 하지 않는다.
5 달군 팬에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반죽을 적당히 덜어 얇게 펴준 다음, 가장자리가 바삭하게 구워질 때까지 익힌다.
서울에서 찾은 빈대떡 맛있는 집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빈대떡집, 열차집
60년 전통의 ‘열차집’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빈대떡집으로 꼽힌다. 1950년초 서민들의 고단함을 풀어주던 빈대떡 골목인 피맛골에서 빈대떡을 부쳐 팔던 게 첫 시작이었다. 이후 피맛골의 빈대떡 골목이 재개발로 사라지면서 2010년 공평동으로 자리를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다. 메뉴는 빈대떡, 굴전, 해물파전, 조개탕, 두부김치 등과 주류로는 전국의 유명 막걸리들과 안동소주를 맛볼 수 있다. 대표 메뉴인 빈대떡은 원조, 고기, 김치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골고루 맛보고 싶다면 모둠으로 주문하면 된다. 돼지고기 채썬 것을 넉넉히 넣은 고기 빈대떡과 잘 익은 김치를 섞어 반죽해 부친 김치빈대떡도 하나같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우며 고소한 풍미가 입맛을 돋운다. 빈대떡은 간장에 절인 아삭한 양파를 얹어 먹어도 좋지만, 매콤하고 감칠맛 좋은 조개굴젓을 올려 주면 그 조화로움이 가히 환상이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7길 47 +82-2-734-2849
광장시장 대표 맛집, 박가네 빈대떡
종로에 위치한 광장시장은 ‘빈대떡 명소’로 꼽힌다. 이곳에는 빈대떡과 각종 전을 파는 음식점들이 즐비해 있다. 그중에서도 녹두를 맷돌에 직접 갈아 만드는 ‘박가네 빈대떡’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메뉴에는 고기빈대떡, 야채빈대떡, 해물빈대떡 등이 있다. 특히 굴, 새우, 조개 등이 듬뿍 들어간 해물빈대떡은 맛과 영양까지 좋아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메뉴이다. 또한 숙주와 고사리, 돼지고기, 대파 등을 풍성하게 넣고 두툼하게 부쳐낸 녹두빈대떡은 아삭하고 시원한 김치에 싸서 함께 먹으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전의 느끼함을 달래기 위해 함께 내놓는 양파고추절임도 새콤하니 맛이 좋다.
서울시 종로구 종로32길 7 광장시장 내 +82-2-2267-0614
기자 윤진희 자료제공 한식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