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북조선)의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 공항에서 살해됐다.
김 은 김정일의 장남이다. 김은 당초 북한 권력을 세습할 유력한 후보였으나 동생 김정은이 권력을 세습하면서 조국을 찾지 못하고 이국 타향을 떠돌았다. 그의 살해 배후에는 북한이 있다는 게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의 분석이다.
지난 2011년 김정일이 사망한지 6년만의 일이다. 중국 등지에서 최근 김정은의 폭력 공포정치가 가속화되면서 김은 북한 정권을 대체한 유력한 후보로 주목됐었다. 이번 김의 사망으로 이 같은 가능성은 사라지게 됐다.
현재 말레이시아 경찰은 현장에서 CCTV를 통해 용의자로 지목된 여성 2명을 체포한 데 이어 북한 국적의 리정철을 체포해 심문 중이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리정철 외 북한 국적 남성 4명을 김정남 살해 배후 인물들로 꼽고 있다. 현재 리정철을 제외한 4명은 이미 북한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포된 리정철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고 현지 경찰이 전했다. 리정철은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해 독극물을 다루는 데 연관이 있을 것 이라는 게 현지 경찰 안팎의 분석이다. 이번 살인 사건에 주범이 된 여성들은 당시 게임을 벌이는 줄 알았다고 경찰에 밝혔다. 여성들은 관련해 사전 예행 연습까지 진행했던 것으로 현지 경찰은 CCTV를 통해 확인했다.
북한 당국은 김정남의 사체 인도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나, 말레이시아 당국은 “유족만이 권한이 있다”며 북한 당국의 요구를 거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살해 배후 의혹이 짙은 북한 당국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게 말레이시아 당국 입장이다.
한편 김정남의 암살에 연루된 북한 국적 용의자 4명은 비행기를 거듭 갈아타며 장장 1만6천㎞에 달하는 도주극을 벌여 이미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일간 더스타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3일 오전 9시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제2터미널(KLIA2) 로비에서 김정남이 여성 피의자 두 명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직후 말레이시아에서 출국했다. 더스타는 이들이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행 항공기를 탔으며,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경유해 범행 나흘만인 17일께 평양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들이 어느 곳으로 출국했는지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글 = 김샛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