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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은 최대 500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추가 보복까지 경고하고 있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형국이다.
미국과 중국이 지난 6일 680억달러(약 76조원) 규모의 양국 교역품에 25%의 고율 관세 부과를 시작하면서 사상 초유의 세계 양강 무역 전쟁이 현실화됐다. 미국은 이날 중국산 통신 장비, 철도 장비, 항공·부품, 기계 등 818개 품목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2주 내에 반도체·장비, 전기차, 배터리 등 284개 품목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이 품목들은 대부분 중국 정부의 10대 첨단산업 육성 프로젝트인 '중국제조 2025'와 관련된 제품들이다.
중국이 보복 대상으로 삼은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인 중서부 팜 벨트(농업지대)와 러스트 벨트(낙후한 공업지대)에서 생산되는 대두·돼지고기 등 농산물과 자동차 등 545개 품목인 것은 미국의 정치적 취약점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전체 무역 흑자의 65.3%에 달하는 2758억달러의 흑자를 미국과의 무역에서 거둬들였다. 미국 정부는 특히 정보기술(IT) 분야 대중(對中) 무역 적자가 2002년 148억달러에서 지난해 1510억달러로 10배 이상 늘어나는 등 첨단 분야에서 중국이 '반칙'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중국도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무조건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번 무역 전쟁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리더십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도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보복 조치에 대해 “국가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현재 중국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는 7일 국내판과 해외판의 관련 논평을 통해 "미국이 세계 경제사상 최대 규모의 무역전쟁을 촉발했다"며 "중국은 미국의 공격에 맞서 '자위권'을 위한 전쟁에 나섰다"고 무역전쟁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인민일보는 "미국의 무역 패권주의는 전 세계에 피해를 줬다"면서 "중국의 반격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무역전쟁을 일으킨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 실현, 대중 무역적자 해소, 중국 굴기(堀起) 억제 등이 미국의 무역전쟁 도발의 주요 동기"라고 덧붙였다.
결국 양국의 무역전쟁은 쉽게 화해의 길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문제는 피해가 양국을 넘어 세계 경제에 미친다는 점이다.
당장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가 부메랑으로 돌아가 미국 내 소매업에도 타격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차로 나눠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는 주로 '중국 제조 2025' 정책에 해당하는 산업부품·중장비·설비류 등에 집중돼 있지만, 현재 유보하고 있는 2천억∼3천억 달러 규모 제품에 대한 관세를 더 매기면 의류, 신발, 잡화, 완구류 등 소비재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 내 대형마트나 의류·잡화·완구류 유통점의 선반을 차지하는 대다수 상품에 '메이드 인 차이나'가 찍혀 있다.
20% 넘는 관세가 붙어 가격이 그만큼 올라가면 유통업자들이 중국산 제품 구매를 꺼리게 되고 미국 내 소매 유통 매장의 선반이 텅텅 비는 사태가 올 것이라고 소매업연맹 측은 진단했다.
미국 내 한 소매업 단체에서는 "무역전쟁이 한 방향이 아니라 유럽연합(EU)과 나프타(NAFTA) 회원국까지 포함해 전방위로 확대되면 가격 압박을 받게 될 제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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