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은 생긴 모양도 별로이고 동물의 내장 부위라는 사실에 맛을 보기 전에는 꺼려질 수 있다. 하지만 일단 맛을 보면 곱창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매일 저녁 곱창과 소주 한 잔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찾는 사람들로 붐비는 ‘왕십리 곱창골목’이 그 맛을 증명한다.
소나 돼지의 소장을 가리키는 ‘곱창’은 대한민국 대표 술안주로 꼽히는 음식이다. 고단백 저콜레스트롤 음식인 곱창은 특유의 질감과 맛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외식 메뉴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곱창은 다른 살코기에 비해 철분과 비타민이 풍부하고 가격도 저렴하며 맛도 독특해서 허약한 사람이나 환자의 병후 회복식 및 보신요리에 잘 이용한다. <동의보감>에서는 곱창을 “기력과 기운을 돋우고 비장과 위를 튼튼히 해준다”고 했으며, “오장을 보호하고 어지럼증(혈압)을 다스리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또한 알코올 분해 작용이 뛰어나 술안주로 알맞으며 위벽 보호, 소화촉진 등의 이로운 작용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곱창을 담백하게 구워서 먹는 곱창구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외국에서도 곱창을 이용해 수프를 끓여 먹거나 스튜, 바비큐로 즐기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곱창을 ‘호르몬야끼’라 부르며 대표적인 스테미너 음식으로 인식되어 있다.
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 2번출구 방면에서 도선사거리까지의 대로(고산자로)변은 현재 ‘왕십리 곱창골목’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은 매일 저녁이면 고소한 연기에 휩싸이곤 한다. 돼지 또는 소 곱창에서 배어나온 기름이 연탄불에 떨어지면서 뿜어나오는 연기다. 여기에 매콤달콤한 양념 냄새까지 섞여 지나가는 손님들이 불러들이고 테이블에 붙들어 앉힌다.
왕십리는 법정동인 상왕십리동, 하왕십리동뿐만 청계천 아래쪽인 황학동, 마장동, 그리고 중랑천 위쪽의 행당동 등을 아우르는 지역명이다. 조선 건국 초기 태조 이성계의 명을 받고 도읍지를 찾으러 다니던 무학대사가 도선대사의 변신인 늙은 농부로부터 “십리를 가라(往十里)”는 가르침을 받은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일찍부터 곱창골목이 형성되었던 왕십리는 사실 지리적인 이유로 곱창골목을 갖게 되었다. 다름아닌 이웃동네인 마장동의 역할이 가장 크다. 마장동은 조선시대 때 말을 기르던 곳으로 1958년 숭인동 가죽시장이 마장동으로 이전하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축산물 시장으로 성장하게 된다. 축산시장은 규모가 큰 만큼 도축되는 가죽 양도, 고기의 부산물도 많았다. 당시 쏟아지는 부산물들을 가장 빠르게, 가장 신선하게 취급할 수 있었던 왕십리는 자연스럽게 곱창골목이 형성되었다. 이후 가죽시장과 도축장은 아파트 등 도심 개발 사업으로 사라지게 되었으나 왕십 곱창골목의 역사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기있는 곱창집들은 곱창의 잡냄새를 없애고 탱탱한 식감을 살리는 비법을 갖고 있다. 얼마나 잡냄새없이 탱탱하게 곱창의 식감을 살렸느냐가 곱창구이 요리의 맛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곱창집마다 방법은 다르지만 곱창구이는 손님 테이블에 오르기 건 세 번의 구이를 거치게 된다. 화덕에서 1차로 곱창의 잡냄새와 기름기를 제거한 후 연탄불에 무쇠 석쇠를 놓고 구워 다시 한 번 잡냄새와 기름기를 뺀다. 이어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특제소스로 곱창에 맛을 입힌다.
이렇게 세 번의 구이를 거친 곱창구이는 테이블에서 마지막으로 야채와 추가 소스를 넣고 야채가 숨이 죽을 정도로만 살짝 볶아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곱창은 입안에서 쫄깃쫄깃하게 씹힌다. 씹을 때마다 곱창 안의 곱이 터져 나와 입 안에 고소한 맛이 번져간다. 곱장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소금구이가 나을 수 있지만 수십년의 노하우가 들어있는 특제소스를 발라 구워내는 양념구이도 놓칠 수 없다.
기본 찬으로는 야채와 야채를 찍어 먹는 쌈장, 곱창을 찍어 먹는 양념 소스가 차려진다. 곱창 구이에 야채를 곁들이면 더욱 깔끔하고 담백하게 곱창의 맛을 즐길 수 있고 건강에도 좋으니 야채를 많이 먹을 것을 권한다.
서울시 성동구 홍익동 590
지하철 2호선 왕십리역 2번 출구 도보 7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