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를 풀어주는 해장국 중 으뜸으로 꼽히는 대구탕. 40년 가까운 오랜 세월 동안 삼각지의 대구탕 골목은 변함없는 맛으로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랜 전통과 손맛을 자랑하는 이곳에서는 과음 후 속쓰림을 단번에 없애줄 시원하고 얼큰한 대구탕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추운 겨울 얼어붙은 속을 녹이거나 전날 숙취를 푸는 데 대구탕만큼 좋은 것도 없다. 툭, 툭, 큼지막하게 뼈째 썰어낸 대구에 무, 대파를 넣고 칼칼하게 국물을 우려낸 대구탕 한 그릇이면 과음 후 속쓰림이나 한 겨울 추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바닷물고기인 대구는 머리가 크고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 불린다. 명태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몸이 좀 더 작다. 조선시대 생활백과 사전인 <규합총서>에는 ‘대구는 다만 동해에서 나고 중국에는 없기 때문에 그 이름이 문헌에 없으나 중국 사람들이 진미라 하였다’고 하였다. 대구는 머리가 특히 맛이 있어 ‘어두육미(魚頭肉尾)’라는 말이 대구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올 정도다. 대구는 ‘애’라고 불리는 간과 알집을 의미하는 ‘곤’, 수컷의 정소인 꼬불꼬불한 모양의 ‘이리’까지 버리는 것 없이 모두 요리에 사용된다.
버릴 것이 없는 고급단백질원인 대구탕을 서울에서 제대로 맛보려면 용산역과 서울역 사이에 자리잡은 동네 삼각지로 가면 된다. 지하철 4, 6호선 삼각지역에서 하차해 1번 또는 14번 출구로 나오면 우리은행이 보이고 그 뒷골목에 오래된 대구탕 맛집들이 몰려 있다. 처음 이 골목에 대구탕집이 들어선 것은 1979년부터이다. 경상도식으로 얼큰하게 즉석에서 끓인 대구탕집이 소문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자 인근에 대구탕집 몇 곳이 문을 열어 대구탕 골목을 이루게 된 것이다.
대구탕 골목이 유명해진 건 순전히 군인들 덕이다. 삼각지 주변에는 국방부, 육군본부 등 군인들이 많았는데 그들이 주요 단골이었다. 그들은 전국에서 모여드는 군인 동료들에게 시원한 대구탕 맛을 보이게 했는데 그 맛이 전국으로 소문이 났다. 또한 전출과 파견근무 등이 많은 군인의 특성상 외지에 갔다가 오랜만에 돌아오는 군인들은 부대에 복귀하기 전 삼각지 대구탕 한 그릇을 먼저 먹고 부대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이어온 식당들이지만 그 맛은 언제나 한결 같다. 대구탕은 대구 자체에서 시원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기 때문에 별다른 육수를 쓰지 않는다. 콩나물과 미나리 등을 넣고 얼큰하게 끓여 내는 대구탕과 맑은 국물로 나오는 대구탕으로 나뉜다. 입맛에 따라 몸 상태에 따라 골라서 먹으면 된다.
대구탕을 주문 하면 먼저 매일 담가 알맞게 숙성시킨 동치미와 아가미무김치가 나온다. 아가미무김치는 대구 아가미를 따로 떼어 무와 함께 절였다가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려내는 짭조름한 별미반찬이다. 이어서 대구탕 냄비가 나오는데 미나리, 콩나물, 다진마늘, 고춧가루 양념이 듬뿍 올려져 있다. 국물이 팔팔 끓어 육수가 뽀얗게 우러나면 양념을 풀고 한소끔 더 끓여 먹으면 된다.
먼저 미나리와 콩나물 등 야채를 건져 소스에 살짝 찍어 먹고 그 다음 내장, 대구살 순으로 먹으라고 식당주인이 알려준다. 대구살을 집어 숟가락에 올리고 국물과 함께 떠서 입에 넣으면 부드럽고 탱글탱글한 살이 매콤한 국물과 함께 씹을 새도 없이 술술 넘어간다. 이것저것 골라 먹고 나면 마지막으로 밥을 볶아야 한다. 알과 이리, 살점이 국물에 남아있는데 여기다 밥과 김가루, 참기름을 넣고 한번 볶아내면 그 맛이 일품이다.
식사를 마친 후 시간이 있다면 운동 겸 주변을 잠시 산책해도 좋다. 골목 주변에는 1970년대 오래된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마치 옛 서울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특히 곳곳에 자리잡은 화랑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원래 주한미군들이 이곳에서 그림을 그려 가거나 마음에 드는 그림들을 저렴하게 사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화랑들이 하나둘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서울의 명소로 꼽히는 용산전쟁기념관이나 이태원 등도 가까워 편하게 들를 수 있다.
윤진희 기자
서울 용산구 한강로 1가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1번 출구, 6호선 14번 출구에서 도보로 1분
삼각지역 1번 출구
삼각지역 14번 출구
우리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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