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동 떡볶이 거리를 가면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떡볶이 가게들이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유혹한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 이곳, ‘신당동 떢볶이 타운’은 떡볶이가 한국의 대표적인 간식으로 자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랜 세월을 이어온 만큼 대를 이은 가게도 많으며, 손님 역시 중고등학생들과 추억의 맛을 찾는 청장년층이 많고, 간혹 한국의 맛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도 눈에 띈다.
매콤달콤 신당동 떡볶이 이야기
6호선 신당역과 청구역 사이에 있는 서울 중구 신당동 떡볶이 거리는 60년 역사를 지닌 떡볶이계의 성지다. 서울 사람이 아니더라도 신당동 떡볶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골목 앞에서는 ‘신당동 떡볶이 타운’이라는 간판이 손님들을 먼저 맞이한다. ‘SINCE 1953 신당동 원조1호 마복림 떡볶이’, ‘아이러브 신당동 떡볶이’, ‘三代 할먼네’, ‘마복림할머니 막내아들네’, ‘미니네’, ‘우정’, ‘원조 종점’ 등 떡볶이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각자 큼지막한 간판에 언론 등 매스컴을 탔던 사진과 기사를 내걸어 알리고 있다.
골목 입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가게는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다. “고추장 비밀은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라는 고추장 광고의 주인공인 마복림 할머니가 운영하던 떡볶이가게다. 현재는 고인이 되신 마 할머니를 대신해 후손들이 이어오고 있다. 재밌는 것은 ‘며느리도 몰라’라고 적힌 간판에 ‘이젠 며느리도 알아’라고 적힌 것이다.
사실 신당동 떡볶이의 시작은 마 할머니로부터 시작됐다. 당시는 기름을 두른 후 간장양념으로 볶은 가래떡 떡볶이를 먹었던 시절이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마 할머니는 동네 중국음식점 개업식에서 자장면을 먹고 남은 국물에 실수로 떡을 빠뜨렸다. 떡이 아까워 춘장이 묻은 떡을 먹은 마 할머니는 뜻밖에 맛이 좋았고 그 길로 장류를 혼합해 고추장 떡볶이를 개발했다. 신당동 떡볶이의 유명세도 바로 이 양념장에서 비롯되었다.
마 할머니는 신당동 골목에서 떡볶이 가판대를 열고 첫 장사를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자 신당동 주민들은 여기저기 떡볶이 가게를 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연탄불 위에 냄비를 놓고 떡과 채소, 고추장, 춘장을 넣어 끓여 팔다가 라면 등 각종 사리를 팔기 시작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신당동 떡볶이 골목도 변화되었다. 신당동 떡볶이만 판매하던 가게들은 젊은이들의 입맛을 겨냥한 치즈떡볶이, 매운떡볶이, 관광객을 겨냥한 궁중떡볶이, 해물떡볶이, 아이 입맛을 고려한 자장떡볶이 등 다양한 종류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옛 건물은 사라지고, 떡볶이 가게들은 신식으로 리모델링됐지만 그 당시 떡볶이 맛은 그대로이다.
신당동 떡볶이 가게에 들어가 즉석 떡볶이 세트를 주문하면 떡볶이와 어묵, 쫄면, 라면, 야끼만두, 계란 등이 나온다. 아직 끓지도 않았는데 푸짐한 비주얼이 입맛을 자극하고, 사방에서 풍겨오는 떡볶이 끓는 냄새가 식욕을 더욱 당기게 한다. 버너에 불을 켜고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떡이 냄비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슬슬 저어준 후 적당히 국물이 걸죽하게 졸아들면 먹기 시작한다. 쫄깃쫄깃한 떡과 어묵은 물론, 꼬불꼬불 고소한 라면은 탱탱한 쫄면과 섞여 식감이 일품이다. 삶은 계란은 따로 먹어도 맛있고, 부숴서 국물에 비벼 먹어도 좋다. 떡볶이를 다 먹은 후에는 볶음밥을 추가해 남은 떡볶이 양념에 김가루를 뿌려서 볶음밥을 만들어 먹는다.
궁중음식에서 전 국민 간식으로 자리매김하다!
전 국민의 간식이라 불리는 떡볶이는 원래 임금이 먹던 궁중음식으로, 떡과 나물, 고기 등을 간장으로 양념해서 함께 볶아서 만들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든 떡볶이는 떡과 채소 그리고 쇠고기의 맛이 어우러져 좋은 맛을 낼 뿐만 아니라 영양가도 높은 고급음식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재료가 들어가던 떡볶이가 한국전쟁 이후 노점상인들에 의해 많은 재료를 생략하고 떡도 밀가루로 만든 떡으로 바꾼 길거리 음식으로 재탄생하고 유행하게 된다. 특히 길거리표 떡볶이는 여러 가지 재료가 어우러져 맛을 내는 대신 강한 고추장 양념을 바탕으로 한 자극적인 맛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당시 정부에서 식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들여온 미국의 잉여밀가루를 이용해 만든 떡을 사용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사먹을 수 있었던 대표적인 간식거리로 자리를 잡았다.
오늘날 떡볶이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소스도 고추장뿐 아니라 카레, 크림소스, 짜장 등 다양화됐고 그저 어묵, 쫄면, 라면 정도가 아니라 최근에는 떡볶이 안에 넣는 내용물도 다양해졌다. 해물을 잔뜩 넣은 해물떡볶이나 갈비를 넣은 갈비떡볶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에는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마약떡볶이, 눈물 떡볶이라고 불릴 만큼 일반제품보다 몇 배나 매운 제품들도 중독성 강한 매운 맛으로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주소 서울시 중구 다산로33길 10-18
교통 지하철 2, 6호선 신당역 8번 출구→중부소방서 앞에서 좌회전(도보로 10분),
지하철 5호선 청구역 1번 출구→신당동 주민센터 앞에서 우회전(도보로 7분)
기자 윤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