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열고, 한·중관계 복원을 정상 차원에서 공식화했다.
이는 지난달 31일 양국 정부간 합의를 양국 정상이 재차 공식 확인한 것이다. 이에 양국은 그동안 관계 개선의 최대 장애가 돼온 사드 갈등에 분명한 마침표를 찍고 미래지향적 발전을 추진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
회담에서 시 주석은 먼저 "문 대통령을 다시 만나 아주 기쁘다"며 "오늘 우리 회동은 앞으로 양국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측의 협력, 그리고 리더십의 발휘에 있어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매경한고(梅經寒苦)라고 '봄을 알리는 매화는 겨울 추위를 이겨낸다'는 중국 사자성어도 있다"며 "한중관계가 일시적으로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서로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회담은 당초 예정보다 20분을 더해 모두 50분간 진행됐다. 두 정상은 별도의 합의문을 내놓지 않았지만, 결과 브리핑 형태로 관계 개선의 '핵심요소'에 대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회담의 최대 결과물은 문 대통령의 12월 베이징(北京) 방문에 양국 정상이 합의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중 초청에 상응해 시 주석에게 내년 평창올림픽에 맞춰 방한해줄 것을 요청했다. 시 주석은 "방한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만일 사정이 여의치 못해 못 가더라도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두 정상이 12월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사드 문제 관련 시 주석은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고,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전했다. 이와 관련, 시 주석은 최근 양국의 사드 합의에 대해 "새로운 출발이고 좋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회담에서는 우리 정부가 사드 갈등 봉합과정에서 중국 측에 제시한 '3불(不) 입장'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두 정상은 또 회담에서 현 한반도 안보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북핵 문제를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7월 독일 함부르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이어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한이 조속히 대화의 장(場)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펴나가겠다는 의미다.
이날 정상회담에 이어 오는 13∼14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계기에 문 대통령과 중국 리커창 총리 간의 회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동이 성사될 경우 경제분야를 중심으로 한 실질협력 방안이 중점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