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소비자들의 기호가 달라졌다.
소비는 중국 경제의 최대 화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된 이후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됐던 소비가 주춤거리며 경기 침체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지표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다.
중국의 현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제자리 걸음이다. 자연적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사실상 하락하는 셈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중국 소비자들이 소비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생각이 틀렸음이 최근 통계에서 드러나고 있다. 실제 중국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지 않았다.
오히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소비 지출을 회복했다.
그럼 소비자들이 쓴 돈은 어디로 갔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과거와 같은 규모의 소비들 하지만, 물가 상승률과는 거리가 먼 곳에 돈을 쓴다는 이야기다.
◆ 늘어난 소비 지출 vs 물가 하락
최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주민소비자료에 따르면 올해 1~2분기 주민 1인당 소비 지출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다. 전국 누적 증가율도 플러스인 상황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저 요인을 뺀다고 해도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올해 2분기 1인당 누적 소비 지출 복합증가율은 5.38%다. 이는 2019년 2분기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을 넘어섰고, 2019년 전체 평균 성장률과 비슷했다.
즉, 전반적인 소비 상황은 기본적으로 2019년 같은 기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소비 지출 증가에도 물가는 하락세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CPI)는 8월 9일 현재 0.20을 기록 중이다. 지난 2월 0.80을 기록한 뒤 5개월 연속 마이너스(-)행진을 한 뒤 그나마 소폭 상승한 수치다.
자연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사실상 물가하락으로 경기 침체의 우려를 낳는 상황이다.
◆ 여행 늘고, 의류 등 소비 감소… 중국 소비자의 변심?
중국 매체들의 분석에 따르면 위 같은 묘한 현상은 결국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 변화 때문이다. ‘더 먹고, 덜 입는’ 방식으로 변했다는 게 중국 매체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주민 소비 지출 상위 5개 부문은 다음과 같다.
1위 식품 및 기호품 30.67%
2위 주거비 23.08%
3위 교통 및 통신 12.79%
4위 의료보건비 9.59%
5위 교육문화 9.49%
올해 상반기와 2019년 상반기 주민 소비구조를 비교해 보면 식비, 담배, 주류 지출 비중이 2.1%로 가장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 및 기호품 구입비와 함께 주거비, 교통통신비, 의료보건비, 교육문화비 등 상위 5대 부문 지출이 전체 소비의 약 86%를 차지했다.
반면에 의류 소비는 가장 많이 감소해 1.1% 감소했다.
스마트폰 소비도 줄어들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최근 10년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를 들어 샤오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9% 감소했고, 휴대폰 사업 매출은 더욱 감소해 30.8%에 달했다.
더 먹지만 그냥 집에서 더 먹는 게 아니라 여행을 떠나서 더 먹는다는 게 최근 보여지는 중국 소비자들의 특징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그동안 미뤘던 여행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중국내 관광객 수는 23억84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63.9% 증가해 2022년 전체 관광객 수에 근접했다.
1인당 관광 지출도 2022년 대비 19.3% 증가해 2019년 1인당 지출을 넘어섰다. 그 중 도시 주민의 1인당 국내 관광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64%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