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3월 '양회(兩會,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인민정치협상회의)'가 도래했다.
특히 올해 양회는 시진핑 정권 제3기 내각의 진용을 볼 수 있어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시민들에게는 그저 볼거리일뿐이다.
베이징 시민들에게 양회로 인한 유일한 혜택은 '맑은 공기'라는 소리마저 나온다.
양회 때면 중국 당국이 맑은 하늘을 만들기 위해 베이징 주변의 제조업 생산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예외가 없다.
중국 정부가 내달 4일부터 일주일간 열릴 양회를 앞두고 베이징에서 150㎞ 떨어진 탕산시의 각 기업에 생산 제한을 지시했다.
27일 블룸버그통신은 철강산업 중심지인 탕산시의 각 기업들이 26일부터 2단계 비상 대응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탕산시의 이런 조치는 지난 26일부터 개막한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2중전회) 직전에 나왔다.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양회가 베이징의 맑은 날씨 속에 치러지도록 함으로써, 중국 당국이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는 분석이다.
대기오염에 따른 스모그 현상이 잦아 중국 당국은 매년 양회 기간 전후에 베이징과 주변 도시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화물차 등의 베이징 진입을 막는 등 봉쇄조치를 해왔다.
최근 중국 생태환경부(生态环境部)가 지난 1월 기준 전국 168개 주요 도시의 대기 질 순위를 발표했다. Top 10 순위는 다음과 같다.
1위 라싸(拉萨)
2위 푸저우(福州)
3위 하이커우(海口)
4위 후이저우(惠州)
5위 선전(深圳)
6위 주하이(珠海)
7위 샤먼(厦门)
8위 둥관(东莞)
9위 리수이(丽水)
10위 장자커우(张家口)
1위는 시짱(티베트)자치구의 수도 라싸가 차지했다. 전년 대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베이징, 톈진과 허베이성의 도시들이 대기 질 하위 순위에서 빠졌다는 것이다. 허베이성 장자커우는 전국 대기질 10위, 베이징이 20위에 올랐다.
반면 대기 질이 가장 나쁜 순위 1~8위는 시엔양(咸阳), 시안(西安), 웨이난(渭南), 루워허(漯河), 윈청(运城), 저우커우(周口), 허쩌(菏泽), 우루무치(乌鲁木齐)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2030년에 탄소 배출 정점을 찍고 2060년에 탄소 중립을 실현하겠다는 이른바 '쌍탄'(雙炭) 목표를 제시했고, 이를 계기로 중국이 화력 발전과 석탄 연료 사용을 줄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침체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걸 계기로 중국의 석탄 사용이 크게 늘어 대기오염이 심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