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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해가 가는데, 꽃은 언제 피려나?

 

迟迟白日晚 chí chí bái rì wǎn

袅袅秋风生 niǎo niǎo qiū fēng shēng

岁华尽摇落 suì huá jìn yáo luò 

芳意竟何成 fāng yì jìng hé chéng

뉘엿뉘엿 하루 해 지면,

솔솔 가을바람 불고,

낙옆따라 한 해도 가네.

아 꽃은 언제나 피려나?

 

 “츠츠”, “뇨뇨” 둘 모두 귀를 확 당긴다. 소리도 재미있지만, 뜻은 더 재미있다. 츠츠는 꾸물대는 모양이고, 뇨뇨는 하늘대는 모양이다. 바람이 하늘하늘, 즉 솔솔 분다는 의미다. 마치 바람을 눈에 본 듯 묘사했다. 한문의 독특한 맛이다. 다시 시로 돌아가자.

하루 해는 뉘엿뉘엿 지고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그런데 어느 새 불어온 바람에 가끔 찬기가 느껴진다. ‘아! 가을이구나, 그래서 저 석양이 이리도 붉었구나’ 생각하는 데 문뜩 서글프다. 한 해가 또 어느 새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돌아보니 스스로가 한 해, 한 해가 아쉬운 나이가 됐다. 그 때 불연듯이 떠오르는 의문, "올 해 꽃을 봤던가?" "도대체 내 인생의 꽃은 언제 피었던가?"

진자앙(陈子昂; 661~702)의 시다. 진자앙은 참 격정적인 삶을 산 인물이다. 어려서 문 걸어 잠그고 경서를 독파, 진사에 급제한다. 두 차례 종군을 하기도 했고 인생의 끝도 드라마틱하다. 재산을 탐낸 현령의 무고로 옥사하고 만다. 자살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내) 앞에도 사람이 없고, 뒤에도 사람이 없다, 그래서 나 홀로 눈물을 흘린다는 광오하기 이를 데 없는 시를 쓴 인물이다.

소개한 시는 감우(感遇) 38수 가운데 일부다. 재미있는 발음의 의태어가 시를 생동감 넘치게 한다. 누차 이야기지만 좋은 한시는 소리내 읽어봐야 그 맛을 안다. 의태어 둘 다 느긋한 행동을 의미한다.  그러나 하루 하루의 그 느긋함에 방심하다 보니 시 속의 자아는 어느 새 한해 한해가 훌쩍 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마 솔솔 바람이 차가웠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물음이 폐부를 찌른다. "꽃은 언제나 피려나?", 한 여름의 꽃이 아니다. 시인이 추구했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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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드라마 막장형 늘어나며 사회 속에 여성혐오 싹 키워
동영상 홍수의 시대다. 현실을 보다 극적인 현실로 묘사하는 과거와 달리 최근 드라마는 극적인 비현실이 특징이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비현실을 통해 현실의 불만을 대리 만족시켜주는 것이다. 마약이 주는 환상과 다를 게 없다. 아쉽게도 이 쾌감은 역시 극적이어서, 쉽게 중독되고 만다. 더욱 문제는 이 비현실을 현실로 착각하는 착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이 같은 드라마의 ‘비현실’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비현실적 여성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는 현실 중국사회에 여성 혐오증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미니 드라마를 본 후, 우리 엄마는 주변에 악독한 며느리가 있다고 확신했다.” 최근 한 중국 매체는 이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비현실 드라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보도에 따르면, 허난성 난양시에 사는 리 씨는 어머니가 **《○○ 시어머니, 모두를 놀라게 하다》**라는 미니 드라마를 보고 나서 태도가 변했다고 밝혔다. 해당 드라마는 강인한 시어머니가 악독한 며느리와 맞서 싸우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이를 본 후 어머니는 “그동안 며느리가 보였던 정상적인 태도는 다 연기였고, 악독한 며느리 주변에는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