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성추행 폭로 운동인 ‘me too’ 고백이 쏟아지고 있다. 각계 각층의 주요 지위에 있던 남성들이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급전직하 추락하고 있다.
그동안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당하고도 쉬쉬하던 관행이 깨지고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일방적인 여론재판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최근 지난해 연말 검찰에서 시작된 성범죄 피해자의 ‘Me Too’ 운동이 지역 인권단체까지 번졌다. 지난 1일 전북 한 대학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익명의 여성이 작성한 성범죄 피해 글이 게시됐다.
이 여성은 대학강사로 있던 인권단체 전 대표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작성자는 "2013년 1학기 한 수업을 들었다. 당시 저는 비정부단체(NGO)에 관심이 많았고 진로도 그쪽으로 기울고 있었기에 인권단체 대표를 맡고 있던 강사가 참 멋진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느낌이 달라지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 그 강사는 길을 걸으면서 내 손을 잡았고 워크숍에 함께 가자면서 '방은 하나 잡고 안아주면 되지'라고 말했다. 불쾌함을 느껴 연락을 무시했는데, 어느 날 그 강사는 '내가 너 성적 뭐 줬을 것 같으냐'고 물었다"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초, 중, 고등학교까지 아우르는 성폭력 피해 제보 SNS 계정도 생겼다. '스쿨미투' 페이지가 바로 그것이다. 페이지에는 이미 익명의 폭로들이 쏟아지고 있다. 익명으로 게시된 성폭력 피해 사례에는 '회식에서 백허그를 하더니 손으로 어깨와 엉덩이를 만진 교감', '뒤에서 안거나 어깨동무를 하며 가슴을 툭툭 만진 선생님', '초등학교 1학년 때 성기를 손으로 주무른 선생님' 등 다양한 피해 경험들이 올라왔다.
100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영화 <왕의 남자> 원작자 김태웅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연극원 교수가 성희롱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한예종 총장 출신인 황지우 교수도 강의 중 천식 환자 학생이 수치스러워할 만한 발언을 하거나 여성 연예인 신체 일부를 비속어로 표현하는 등 막말과 성희롱을 했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미투 가해자 중 극단 대표 조증윤(50)이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구속됐다. 미투 운동 가해자 중 첫 사례다. 조증윤은 지난 2007년부터 2012년 사이에 당시 16살, 18살이던 청소년 단원 2명을 극단 사무실, 차 안 등에서 수 차례 성폭행하거나 추행 등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시인 고은를 비롯해 오달수, 조민기, 조재현 등 인기 배우들이 Me Too 운동에 과거 성추행, 성폭행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다.
기사=김샛별 기자
사진출처=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