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갈은 어패류를 염장 발효시켜 독특한 감칠맛이 나도록 한 우리나라 특유의 저장식품이다.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와 함께 우리나라의 5대 발효식품으로 꼽히며, 젓갈 자체를 반찬처럼 먹기도 하지만 음식에 조미료처럼 사용하거나 김치의 재료로도 많이 사용한다.
김장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젓갈
알록달록 물든 단풍이 떨어지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부터 초겨울 즈음, 대부분의 한국 주부들은 연중 행사인 김장을 해야 한다. 요즘은 김치를 사먹는 사람들도 많지만 주부들은 일년 동안 두고 먹을 다량의 김치를 담그는 김장을 해놔야 왠지 숙제가 끝난 것 같은 홀가분한 기분이 든다.
김장김치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재료 중 하나로 젓갈을 꼽을 수 있다. 김장김치는 주재료 배추에 발효식품인 젓갈을 써서 또 다른 발효식품으로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는 발효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다. 젓갈, 김치, 된장·고추장·간장·청국장은 물론이고 약주·청주 같은 술, 식혜 등은 우리 민족의 오래된 발효식품이다. 김장 젓갈로는 황석어젓, 멸치젓, 갈치속젓 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대표적인 젓갈은 단연 새우젓이다. 새우젓의 담백한 짠맛이 김치 담그기에 제격이다.
담그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김치 맛은 지역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그 이유는 지역마다 젓갈을 다르게 사용하기 때문이다. 짜지 않고 담백하며 깔끔한 맛이 나는 서울 경기 지역에서는 주로 새우젓과 조개젓을 사용한다. 충정도 지역은 경기 지역과 비슷하게 새우젓을 주로 사용하지만 황석어젓도 많이 사용한다. 황석어젓은 참조기를 소금에 절인 것으로 구수한 뒷맛이 일품이다. 멸치젓이나 갈치속젓을 많이 사용하는 전라도 김치는 젓갈과 양념을 많이 사용해 맵고 짠 것이 특징이다. 따뜻한 기온 탓에 김치의 변질을 막기 위해서이다.
지역마다 계절마다 맛이 다른 젓갈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여서 어패류의 자원이 풍부하고 다양하다. 그래서 물고기를 많이 잡았을 때에는 소금에 절여 저장했는데, 이것이 지금의 젓갈로 계승되었다. 젓갈에 관해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문왕 조에 “예물로 보내는 비단이 15수레이고 쌀, 술, 기름, 꿀, 간장, 된장, 포, 젓갈이 135수레였다”라는 기록이 최초로 보인다. 이때의 젓갈은 어패류로 담근 것 뿐만 아니라 채소류에 누룩, 술지게미 등을 섞어 담근 절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각 지방을 대표하는 음식 중에서도 젓갈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역에 따라 잡히는 수산물이 다르고 그에 따라 선호하는 젓갈의 종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명태알로 담그는 명란젓이나 내장을 사용한 창란젓을 비롯해 오징어젓, 조개젓 등은 밥반찬으로 인기가 있는 젓갈이다. 새우젓과 멸치젓, 조기젓, 황석어젓, 갈치젓 등은 주로 김치를 담그는 재료로 사용한다. 찌개나 국간을 맞출 때에는 새우젓을 많이 쓰며 나물을 무칠 때는 멸치젓으로 만든 멸치장을 넣는다.
젓갈은 소금에 절이기만 하면 되므로 담그기가 쉬워 보이지만 어패류의 종류와 부위까지 식별하여 각각 다른 젓갈을 담그기 때문에 만드는 방법이나 저장 방법이 의외로 까다롭다.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맞춰 저장하는 장소를 물색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광천이나 간월도의 젓갈이 유명한 이유 중의 하나도 저장법 때문이다. 광천 새우젓은 섭씨15~17도의 온도를 늘 유지하는 토굴에서 발효시켜 맛이 은근하고 깊다. 바닷물과 민물이 뒤섞이는 곳에서 잘 자라는 굴로 만드는 어리굴젓은 서해와 민물이 만나는 간월도의 것을 좋은 것으로 친다.
자손 번창을 기원하는 명절 선물, 알젓
젓갈 중에서는 생선 알로 담근 젓갈도 많다. 웬만한 생선 알은 다 젓갈로 담갔는데 지금은 명란젓을 많이 먹지만 옛날에는 맛있기로는 숭어, 민어, 명태, 대구, 청어 순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지금 기준으로 보면 낯선 어란인 알젓도 많은데 게 알, 고등어 알, 새우 알, 복어 알, 성게 알젓까지 있었다. 특히 복어 알은 먹으면 사망에까지 이르는 치명적인 독이 있음에도 젓갈로까지 담가 먹었으니 젓갈 사랑이 참 유별나다.
알젓은 그냥 맛으로만 먹는 음식이 아니다. 특별히 소망을 담아 먹었고 그래서 명절날 선물로도 많이 보냈다. 알젓은 특히 자손을 많이 낳기를 기원하면서 먹던 음식이다. 명란젓은 정월 초하룻날인 설날에 자손이 번창하라는 의미로 먹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명란을 경사스런 음식으로 여기는 걸 보면 알에 다산의 소원을 투영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 것 같다.
제철에 나는 생선을 항아리에 담고 재료가 완전히 덮일 만큼 소금을 켜켜이 치고 꼭 봉해서 익힌 젓갈은 시간과 기다림이 만들어낸 음식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나 다 고유의 젓갈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일본과 함께 젓갈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젓갈이 다양하다. 흔한 새우젓에서부터 어리굴젓, 명란젓, 창란젓, 아가미젓까지 물고기의 웬만한 부분은 다 젓갈로 담근다. 문헌을 보면 젓갈 종류가 140종을 넘는다고 하는데 보통 시장에서 파는 젓갈의 종류만 40종을 넘는다.
젓갈은 중독성이 강해서 밥도둑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양념으로도 많이 쓰이지만 반찬으로도 많이 먹는데 곰삭은 맛이 은근해서 중독성까지 있다. 맛있는 젓갈 한 가지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뚝딱 비울 수 있으니 절제하지 않으면 자칫 과식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집에서 오징어젓갈 맛있게 만드는 법
요리 재료
물오징어 5마리, 굵은 소금 1/2컵
양념-고추가루 1컵, 마늘 1큰술, 생강 1작은술, 소금, 설탕
1 오징어는 내장을 빼내고 깨끗이 씻어 통째로 굵은 소금을 뿌린 후 7~10일 정도 절인다.
2. 절인 오징어를 꺼내 깨끗이 씻은 후 몸통을 반 잘라서 가늘게 채 썰고, 다리는 5mm 길이로 썬다.
3. 채 썬 오징어에 고추가루와 다진 마늘, 다진 생강을 넣고 잘 버무린 다음 설탕과 소금으로 간하여 항아리에 담아둔다.
*먹을 때 참기름, 깨소금, 실고추를 첨가한다.
서울 근교에서 찾은 젓갈 맛있는 집
노루목 젓갈 쌈밥정식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젓갈 쌈밥정식집인 이곳은 천연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건강한 식단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곳의 젓갈은 쌈에 싸먹는 쌈장 대용으로 먹게 되는데 진득하게 매콤, 짭조름한 맛이 인상적이다. 명란젓, 어리굴젓, 꼴뚜기젓 등 총 아홉 가지의 젓갈이 무한리필 제공된다. 쌈을 먹을 때마다 9가지의 다른 젓갈을 얹어먹으면 쌈밥을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상추나 배추잎에 젓갈과 함께 수육, 홍어, 미나리, 마늘, 백김치 등을 풍성하게 올리면 재료의 향과 풍미가 더해진다. 국물이 시원한 다슬기 해장국도 나무랄 데 없다. 젓갈정식은 젓갈 쌈밥과 수육을 함께 맛볼 수 있다.
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가화로 623 +82-31-582-5609
기자 윤진희 자료제공 한식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