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미국이 한국에 대한 경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반덤핑 관세 부과는 물론,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조치)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새롭게 착수한 수입 규제 24건 가운데 미국이 8건으로 가장 많았다. 미국은 그동안 도금강판·열연강판 등 한국산 철강 제품에 잇따라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최근에는 우리 화학제품에 대한 규제까지 늘리고 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달 26일 한국 등 5개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페트(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 수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이 향후 삼성·LG전자 등 한국 세탁기와 태양전지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다면 2002년 이후 15년 만에 세이프가드를 재등장시키는 셈이다. 당시 미국은 한국산 등 수입 철강 제품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철강 제품 수입이 미국 안보를 침해하는지 조사하라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이 법은 자국 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로, 1962년 제정한 바 있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한미 양국은 워싱턴 D.C.에서 한미 FTA 2차 공동위원회 특별회기를 열고 개정협상 절차를 밟기로 했다. 산업부는 “양측은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FTA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국장급 실무 협의를 통해 일정 등에 대해 보완 협상을 진행하고, 내년 초부터는 본격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무역협회가 내놓은 ‘한미 FTA 5주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FTA 발효 이후 5년간 승용차 수출은 12.4%, 자동차부품 수출은 6.1% 증가했다. 때문에 개정 협상을 통해 주요 대미 수출 산업들의 관세율이 현행 대비 높아진다면, 향후 기업들의 수출액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 강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