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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콤하고 감칠맛나는 영양만점 건강식품——육개장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음식은 뭐가 있을까? 사람마다 약간은 다르겠지만 얼큰한 것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겐 육개장을 꼽을 수 있다. 푹 삶은 쇠고기를 알맞게 찢어 갖은 양념을 해 얼큰하게 끓인 육개장은 원래 무더운 여름철에 땀을 흘려가며 먹는 복중(伏中)의 대표 음식이다. 하지만 맛이 느끼하지 않고 매콤하면서 감칠맛이 있어 입맛을 당기게 해 지금은 사계절에 상관없이 즐긴다.

 

 

      요즘처럼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부는 날씨에는 뜨끈하고 푸짐한 국물 요리가 생각나기 마련이다. 얼큰하고 진한 국물은 기본이고 부드러운 살코기와 갖가지 채소까지 한번에 맛볼 수 있는 소고기 육개장 한 그릇이면 여름 더위에 잃어버린 입맛을 되돌리기에 안성맞춤이다. 고추기름이 빨갛게 뜬 국물에 밥을 말아 땀 흘려가며 한 그릇 비우고 나면 하루종일 든든해지는 육개장은 대표적인 스태미너 음식이다. 고기를 푹 고아서 소화되기 쉬운 상태로 만든 음식이므로 위에 부담이 적고, 얼큰하게 끓인 까닭에 입맛을 자극해 식욕을 돋구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옛날 양반층은 특별히 병의 치료나 회복을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 그들은 양반 체면에 개를 잡아먹기는 어려우나, 개장국은 맛있을 것 같기에 닭고기를 재료로 하여 개장국 조리방법 대로 요리하게 하였으니, ‘닭개장’은 곧 이렇게 해서 생겨난 음식이다. 또 나중에 이러한 조리방법은 쇠고기 국을 끓이는데도 그대로 적용되어 ‘육개장’의 기원이 되기도 했다.   육개장을 끓이려면 먼저 쇠고기의 양지머리 부위를 충분히 삶아서 결대로 찢고 그 국물에 데친 파를 듬뿍 넣고,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넣어 맵고 감칠맛 나게 끓인다. 궁중의 육개장은 소의 양과 곱창도 한데 넣고 끓인다. 지방에 따라서는 숙주, 부추, 토란대, 고사리 등의 건지를 많이 넣기도 한다.

최남선 崔南善 의 <조선상식문답>에 보면 “복날에 개를 고아 자극성 있는 조미료를 얹은 이른바 ‘개장’이라는 것을 시식하여 향촌 여름철의 즐거움으로 삼았다. 개고기가 식성에 맞지 않는 자는 쇠고기로 대신하여 이를 육개장이라 하여 시식을 빠뜨리지 않는다”고 하였다. 민속학자 김화진의 <한국의 풍토와 인물>에서도 “육개장이란 개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을 위하여 쇠고기로 대신 만든 것이다”고 하여 육개장이란 명칭이 생긴 원인을 밝히고 있다.

육개장은 구수하고 얼큰하기에 찬이 없이도 국말이 밥으로 먹기에 적당하다. 육개장도 지방마다 집안마다 만드는 방법이나 넣는 재료가 조금씩 다르다. 서울식 육개장은 양지머리를(쇠 양을 같이 쓰기도 한다) 푹 삶아 결대로 찢어서 대파만을 넣고 끓인다. 육개장은 원래 서울의 향토 음식이었다. 1930년대 초 처음으로 서울 공평동에 ‘대연관’이라는 식당이 지금의 육개장과 거의 비슷한 음식을 팔았는데 파를 아주 많이 넣었다고 한다. 이 집에서 일 년 내내 팔기 시작하면서 사철 즐겨 먹는 음식이 되었다.

 

 

 

      다른 지방보다 유난히 무더운 대구 지역에서는 육개장을 이열치열의 여름 나기 법으로 즐겨 먹는다. 이곳에서는 육개장을 ‘대구탕’이라 하는데 생선 ‘대구’도 아니고 지역 이름 ‘대구(大邱)’도 아닌 ‘큰 개탕(大狗湯(대구탕))’이라는 뜻이니 결국은 육개장과 같은 음식이다. 대구의 육개장은 쇠뼈를 오래 고아 구수하면서도 칼칼하고 얼큰하다. 쇠고기 외에 파, 부추, 마늘 등의 자극성 있는 채소를 듬뿍 넣고 끓이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냄새의 성분은 유황화합물로 오래 삶으면 일부는 없어지고 일부는 단맛 성분으로 변한다. 이 단맛이 매운맛과 적당히 어우러져 부드러운 맛의 매운 국이 된다. 또 전라남도 해남에서는 여름철에 토란대 대신 마침 제철인 머윗대를 넣기도 한다. 그러고보니 육개장은 고깃국에 아무 나물이나 제철의 것을 넣고 얼큰하게 끓여 한 그릇 음식으로 간편하게 영양을 취할 수 있는 음식으로 발전한 지혜로운 음식이라도 볼 수 있다. 

어느 작가가 쓴 시에는 육개장에 들어가는 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잘 묘사되어 있다. “삶은 쇠고기 깃머리 양지머리 걸랑을 찢어 깔고/숭숭 썰어 놓은 대파 무/살진 고사리 숙주 토란줄기 입맛 따라 넣어/얼큰하게 끓인 육개장…없던 배짱도 두둑이 생겨/한밤중 태백준령도 거뜬히 넘을 것 같으니/한기며 고뿔이 뭔 줄을 모른다네.”(신중신의 <육개장> 중) 

 

 

 

      다양한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육개장은 건강한 가을나기에 제격인 보신음식이라 할 수 있다. 육개장에서 가장 중요한 소고기는 돼지고기에 비해 단백질이 많고 지방이 적어 중성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에 대한 부담이 없고 철분이 많아 빈혈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 고사리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있어 장의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고 살균효과와 해열작용에 뛰어나 염증을 제거해준다. 성큼 다가온 가을, ‘오늘은 뭐 먹을까?’ 고민이 생길 때 뜨겁고 얼큰한 육개장 한그릇을 비우고 나면 온몸이 개운해지고 “없던 배짱도 두둑하게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집에서 육개장 맛있게 만드는 법 

요리재료 

쇠고기(양지머리) 600g, 무 200g, 대파 4대, 마늘 5쪽, 숙주 100g, 고사리 50g, 불린 토란대 50g 

양념장 - 고춧가루 2큰술, 참기름 2큰술, 청장 1큰술, 소금 2작은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후춧가루 약간

 

  1. 쇠고기(양지머리)는 덩어리째 냉수에 담가 핏물을 뺀다. 
  2. 두꺼운 솥에 물을 부어 펄펄 끓으면 고기와 무를 넣고 끓어 오르면 불을 줄이고 고기가 무르게 익을 때까지 은근히 끓인다.
  3. 쇠고기가 충분히 무르면 건져내어 결대로 찢어두고 무는 납작하게 썬다.
  4. 국물 위의 뜨는 기름을 제거하고 육수는 면보에 걸러둔다.
  5. 대파는 8㎝ 길이로 토막 내어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내어 길이로 찢어둔다.
  6. 숙주는 끓는 물에 데치고, 삶아서 부드럽게 불린 고사리와 토란대는 7㎝ 정도로 잘라서 굵으면 세로로 찢어 둔다.
  7. 쇠고기, 숙주, 대파, 고사리, 토란대에 밑양념을 하여 4의 국물에 넣어 맛이 어우러지도록 끓인 다음 간을 맞춘다.

서울에서 찾은 육개장 맛있는 집 

동경육개장 

역삼동 과학기술회관 별관 쪽에 위치한 동경육개장은 보기 드물게 육개장을 간판 메뉴로 내건 곳이다. 1점심시간만 되면 인근 직장인들이 밀려들어오는 이 집은 곰탕, 북엇국도 있지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육개장이다. 고사리나 토란대, 계란도 없이 오로지 대파와 쇠고기만으로 맛을 낸다. 사골국물에 함께 삶아낸 양지머리 살을 쭉쭉 찢어 담고, 한번 데쳐 아린 맛을 뺀 대파가 들어간 칼칼한 국물을 부어내는 식이다. 대파를 많이 넣어 국물이 달큰하면서도 인공적인 조미료 맛이 아니어서 질리지 않는다. 육개장 국물이 맵기만 할 수도 있는데 여기는 그리 자극적이지 않아서 여자들도 많이 찾는다. 특별할 것은 없지만 무난하고 소박한 육개장 한 그릇이 생각날 때 적당한 집이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 13길 8-3 +82-2-566-  

 

샘터마루 

북한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즐겨찾는 국밥집이다. 해장국이나 오뎅백반처럼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메뉴도 있지만 얼큰한 맛의 육개장을 가장 많이 찾는다. 고사리와 파, 그리고 칼로 길게 썰어 넣은 양지머리 고기를 넉넉하게 넣어 끓여내는데 제법 톡 쏘는 매운맛이 있다. 육개장 외에는 양과 선지를 넣고 담백하게 끓인 해장국도 괜찮다. 따끈하게 나오는 양념두부, 간간한 조개젓, 시원한 백김치가 맛깔스러운 반찬 역할을 한다. 식당 한쪽으로 산자락과 연결된 계곡물이 흐르는 것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어 운치가 있다.  

 

서울시 강북구 4.19로 12길 35 +82-2-902-6456  

 

기자 윤진희 자료제공 한식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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