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갈치골목
남대문시장에 가면 빠트지 않고 꼭 들러야 하는 맛골목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서울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갈치골목이 그곳이다. 매콤달콤한 갈치조림을 맛볼 수 있는 이곳은 시장 상인들과 주변 직장인들의 필수 점심 코스이자, 한번 다녀간 이들에게는 그 맛에 반해 다시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서울에서 가장 큰 재래시장이자 대표 관광명소인 남대문시장에 가면 주변 직장인들과 시장 상인들의 필수 점심 코스가 되는 골목이 있다. 숭례문 앞 숭례문수입상가 아치를 통과해서 쭉 걸어가다가 오른쪽에 있는 골목길로 따라 들어가면 갈치골목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바로 이 골목이 역사가 40년이나 되는 남대문 갈치골목이다. 이곳은 점심시간이면 시장 사람들은 물론이고 인근에 있는 회사원들로 늘 북적인다. 일본 언론에서 소개가 되면서 일본 관광객들의 발길도 늘었다. 갈치조림을 맛본 관광객이 그 맛에 반해 다시 찾아올 정도라고 한다.
남대문 갈치골목에서는 처음부터 갈치조림을 대표메뉴로 내세운 것은 아니었다. 칼국수와 만두 등을 파는 식당이었다. 그러다 주요 메뉴를 생선요리로 바꾸고 갈치조림과 함께 고등어조림, 동태조림 등을 내놓았지만 손님들은 유독 갈치조림을 좋아했다. 그 당시 가격이 저렴했던 갈치를 매콤하고 얼큰하게 조려 내놓았던 갈치조림이 시장 상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이후 갈치조림이 입소문을 나면서 한 집 두 집 늘어났고, 현재는 10여 개 정도의 가게가 생겨 지금과 같은 골목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원재료부터 상인들이 직접 구매해 사용하며 밑반찬까지도 직접 만들어 제공한다. 원재료 중에서도 갈치를 고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식당마다 사용하는 갈치 산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여수, 제주, 목포, 부산의 앞바다에서 잡은 최고 품질의 국산 갈치를 사용한다. 또한 갈치를 조리하는 방법에도 다소간 차이가 있어 같은 갈치조림이라 하더라도 식당마다 조금씩 다른 고유의 맛이 난다.
갈치조림골목에 들어서면 매콤하고 짭조름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점심 무렵이 되면, 쇼핑객들과 주변 직장인들로 집집마다 테이블이 가득 찬다. 가게 앞마다 나와 있는 화구가 여러 개인 가스레인지 위에서는 갈치조림 냄비가 10여 개 이상씩 동시에 끊고 있다. 골목 내 식당마다 대부분 이렇게 조리하는 모습을 구경할 수가 있는데, 꽤 눈요기가 된다.
주방은 손님맞이로 분주하고, 주문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미리 갈치조림을 끓인다. 이유는 바로 하루에 세 번 끓이기 때문이다. 아침에 한 번, 점심에 한 번, 손님 상에 나갈 때까지 모두 세 번이다. 바로 끓여서 나가버리면 무에 간이 배지 않아 맛이 없기 때문이다. 세 번 끓여서 깊은 맛을 내는 것이다. 갈치조림에는 조미료 대신 감칠 맛나는 갈치 육수가 들어간다.
이곳에서 갈치조림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냄비 바닥에 무를 넉넉히 깔고 그 위에 갈치를 얹는다. 이어 육수를 붓고 고춧가루와 간장, 마늘 등으로 칼칼하게 양념을 해서 강력한 불에 한소끔 끓인다. 한번 끊으면 불을 줄여서 양념이 갈치와 무 속으로 잦아들게 하여 마무리한다.
갈치 조림을 주문하면 반찬이 먼저 나온다. 이 가운데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갈치구이이다. 바삭하게 구워진 갈치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뼈째 먹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갈치구이를 다 먹을 무렵 갈치조림이 등장한다. 빨간 양념의 갈치조림을 보는 순간 입 안에 저절로 침이 고이기 시작한다. 부드러운 갈치 살과 칼칼하고 감칠맛 나는 국물에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뚝딱 사라진다. 냄비 바닥에 깔린 양념이 푹 밴 부드러운 무를 양념과 함께 밥에 비벼 그 위에 갈치살을 얹어 먹는 것이 제대로 갈치조림을 즐기는 법이다. 간이 조금 세다고 느껴지면 함께 나온 계란찜과 먹으면 다소 자극적인 간을 잠재우면서 맛은 배가된다.(계란찜은 가게마다 서비스로 주거나 따로 주문해야 한다.)
남대문 갈치골목 주변에는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매콤달콤한 갈치조림을 뚝딱 해치운 후 소화도 시킬 겸 남대문 시장을 천천히 둘러보거나 남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남산케이블카 타는 것을 권해본다. 또한 한국의 전통 가옥인 한옥과 전통공예전시관, 전통정원 등으로 조성된 남산골한옥마을도 둘러볼 만하다.
서울시 중구 남대문시장길 16-17
지하철 4호선 회현역 5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기사=윤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