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한때 이런 농담이 있었다. “세운상가에서는 미사일과 탱크도 만들 수 있다.” 1968년 한국 최초 주상복합타운으로 세워졌던 세운상가는 70년대 한국 전자 산업의 메카였다. IT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던 세운 상가가 다시 세워졌다. 기술자뿐 아니라 일반 방문객 역시 3D프린터 같은 첨단 기술을 체험해볼 수 있고, 감각 있는 사진도 남길 수 있다.
세운상가에는 긴 세월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전자 산업 발전에 힘써온 이들이 있다. 55년 동안 오디오를 고쳐온 사람, 47년 동안 진공관만 만져온 사람,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작품활동에 참가하며 ‘백남준의 손’으로 불린 사람까지 모두 이곳 세운 상가에 터를 잡고 있다. 먼지 속에 묻혀가던 이들의 역사가 서울시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세상의 모든 기운이 합쳐진다’는 의미를 담은 세운상가의 이름처럼 미래를 꿈꾸는 청년 창업인들과 도심 속 휴식 공간을 원하는 시민들 모두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다.
다시세운광장 마스코트, 세-BOT
넓은 광장이 전면에 조성되면서 세운 상가는 어두침침한 분위기를 떨쳐냈다. 광장에는 이곳의 마스코트 세-BOT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세-BOT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준다는 세운상가의 가치와 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로봇 모양 조형물이다. 세운 상가를 찾은 사람들 사이에서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으로 사랑받고 있다. ‘세운보물찾기’ 어플을 다운받으면 세운상가 곳곳에 숨겨진 조각을 찾아 로봇을 완성하는 게임도 즐길 수 있고, 보물을 찾는 과정에서 세운상가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서울 옥상
세-BOT 옆의 엘리베이터를 타면 세운 상가의 가장 높은 곳, 서울 옥상에 오를 수 있다. 앞으로는 종묘가 한눈에 펼쳐지고 뒤로는 남산이 보인다. 밤이 되면 서울의 화려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된다. 옥상 축제, 서울 옥상 마켓, 패션쇼, 비디오 페스티벌 등 문화행사도 자주 열린다.
서울의 미래를 걷다, 공중 보행로
세운 상가 리모델링 과정의 주축은 바로 공중 보행로였다. 2005년 철거되었던 세운상가와 대림상가 사이의 공중 보행로를 다시 설치했다. 공중 보행로 양쪽으로는 메이커스 로드가 펼쳐진다. 기존에 터를 잡고 있던 상인들과 청년 창업자들이 함께 협업할 수 있는 업무환경이 조성되었다. 굵직한 경력의 원숙한 기술자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제작자가 스스럼 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 역시 좋은 체험이 된다. 또 공중 보행로 아래에는 ‘광명상회’와 같은 오래된 가게들이 남아있다. 다시 세운 현대적인 건물 속 과거가 머무는 곳으로 마치 타임머신을 탄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분위기 넘치는 카페, 호랑이
공중보행로를 지나면 엔틱한 외관의 카페를 만날 수 있다. 빈티지하면서 트렌디하다. 역설적이지만 과거와 미래가 한데 뒤섞인 세운상가와 어울리는 분위기의 카페 호랑이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빈티지풍의 목재와 소품으로 장식되어 멋스럽다. 고소한 맛의 호랑이 라떼가 베스트 메뉴이고, 호랑이 라떼는 차갑게 먹는 것을 추천한다.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도 별미이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공간, Fab Lab Seoul
세운상가 5층에 위치한 Fab Lab은 제작실험실(Fabrication Laboratory)의 약자이다.
SEWOON PLAZA
기사=이동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