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돼지의 4분의 1 정도가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바이러스성 돼지 전염병인 ASF는 감염될 경우 돼지 치사율이 거의 100%이며, 오염된 사료나 진드기, 멧돼지 등을 통해 전염된다.
1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이 같이 전망하면서 급격한 돼지 개체수 감소는 식량 부족, 돼지고깃값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OIE는 혈액 응고제로 사용되는 ‘헤파린’ 등 돼지에서 생산하는 제품도 공급 부족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작년 확산되기 시작한 ASF는 세계 최대 돼지 생산국인 중국에 큰 타격을 줬고 이어 베트남, 한국 등 아시아권으로 퍼졌다. 2014년 ASF가 발병했던 동유럽에서도 계속해서 피해를 주고 있다.
계속되는 ASF는 돼지고깃값 상승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돼지고깃값 상승은 대체로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중국 내 수요에 따른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ASF 발병 이후 돼지 1억 마리가 폐사한 중국에서는 돼지고깃값이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에 중국은 최근 돼지고기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한편 미국산 돼지고기의 중국 판매는 2배 증가했고, 유럽산 돼지고깃값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31일 마크 시프 OIE 회장은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세계 사육돼지 두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등으로 ASF가 확산한 것이, 지난 한 해 세계적 위기를 촉발했다”고 밝혔다.
또한 시프 회장은 “과학자들이 지난주 ASF 바이러스의 3차원 구조를 풀었다고 발표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바이러스의 크고 복잡한 구조는 문제 해결에 '도전'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식량과 농업을 전문으로 하는 금융기구인 라보뱅크는 올해 중국이 돼지의 20∼70%를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며, 그 규모는 3억5천마리에 달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작년 8월 이래 살처분한 돼지도 120만 마리에 달한다.
현재까지 ASF 바이러스는 폴란드, 러시아, 한국, 필리핀 등 50개 국가에서 확인됐다.
알리스테어 드라이버 영국 피그 월드 편집장은 "아시아의 ASF 위기가 글로벌 양돈 산업에 큰 충격을 주면서 전 세계적으로 돼지고기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작 한국 내에선 돈육 소비 부진 등으로 돼지고깃값이 폭락한 현황이다.
대한한돈협회 측은 “돼지고기 원가는 1㎏당 4천200원 정도지만 최근 소비 부진 등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1㎏당 2천700∼2천800원 선으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