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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속박이다. 행운 행 幸

행운을 바라는 사람이 많지만, 진정 행운의 의미를 아는 이는 드물다. 행운은 기다리면 오지 않는다. 기다리지 않는 이에게 돌연히 찾아와 놀라키고, 기쁨을 주는 게 행운이다. 
그런데 아는가? 행운은 바라는 순간부터 불행해진다는 것을…. 한자의 행운 그 자체가 그것을 경고하고 있다는 것을.
행운의 행자에는 정말 놀라운 비밀이 숨어있다. 바로 한자의 원형, 갑골문자만이 담고 있는 비밀이다. 그 비밀을 알면 진정한 행운의 의미를 안다.  


  

  

참 묘한 모양이다. 갑골문의 자형은 마치 무슨 공상과학 영화 속에 등장하는 무기나 비행 물체 같다. 학자들은 이 모양이 나무로 만든 수갑이라고 본다. 두 나무를 아래 위로 맞댄 뒤 양 끝을 노끈으로 묶어 손을 꼼짝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리 설명을 듣고 보니 그럴듯하다. 정말 잘 만든 도구다. 

행운의 행 자가 활용된 다른 사례다. 사람이 정말 손을 묶인 형태다. 집행한 집자다. 손으로 사람을 잡는 도구가 행운의 행자이고, 실제 이를 활용해 사람을 잡은 게 집행할 집인 것이다. 이제 비로소 다 이해가 된다. 정말인가?
아니 정말 큰 의문이 남는다. 수갑의 행이 어떻게 행운의 행이 됐을까?
그냥 발음이 같아 뜻을 빌려 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래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고대인들이 아무 글자나 빌려오지 않았다. 반드시 연관된 고리가 있었다. 그럼 도대체 수갑과 행운과는 어떤 연관이 있다는 것일까.
고대 한자의 쓰임을 설명한 '고대한어사전'에서도 행운의 행이 수갑이란 뜻으로 쓰인 사례를 찾기 힘들었다. "고군자부처행, 부위구"(故君子不處幸, 不爲苟; 군자는 고로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소홀함이 없는 것이다.)고 했다. 여씨춘추의 구절이다. 즉 춘추전국시대 문헌에서 이미 행자는 행운의 행으로 쓰인 것이다.
이 밖에 행자는 총애하다, 황제가 여성을 데리고 자는 행위 등을 의미하는 뜻 외에 '왕이 직접 나타나다', 부사로 '바로'라는 뜻으로 쓰인 용례가 있지만 수갑이라는 갑골문자의 본의를 그대로 쓴 예는 없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수갑의 뜻인 '속박'의 의미를 내포하는 용례가 보이는데, 주로 왕과 관련된 사항이다. 왕의 사랑을 받는 것을 행이라고 했다. 왕이 여자를 데리고 자는 행위도 행이라고 했다. 
왕의 사랑은 사실 엄청난 속박이었다. 편안한 삶을 쫓아 궁에 들어갔지만, 평생 외롭고 불행하게 산 이들이 적지 않다. 중국 문학에는 아직도 이 심정을 그린 시가 전해진다.  

蓄意多添線 含情更著綿
"축의다첨선 함정갱저면"
이 마음 쌓여 인연의 선을 더하고, 
품은 정은 더욱 부드러워만 지네

당 현종 때 어느 궁녀의 시다. 이 궁녀는 이 시를 변방을 보내는 장수의 옷깃에 숨겨 보냈다 인연이 이어져 결혼까지 했다는 고사를 남기고 있다. 바로 '천리인연일선견'(千里姻緣一線牽; 천리 밖의 연분은 한 선으로 이어진다.)의 인연이다.
이게 행운이라면 행운이다. 
행운이 속박인 것은 궁녀에게 왕의 사랑뿐이 아니다. 행운은 어찌 보면 우리 모두에게 속박이다.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고사를 알면 이해가 쉽다. 한비자(韓非子)의 고사다. 어느 날 하루 농사꾼이 우연히 달리던 토끼가 나무에 부딪쳐 죽는 것을 본다. 그 뒤, 농사꾼은 농사를 집어치우고 나무 기둥을 바라보며 토끼가 달려와 죽기만 기다렸다는 고사다. 
이렇게 행운은 기다리는 순간 속박이 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행복하길 바라는 순간부터 다른 한편으로 불행이 시작된다. 앞서 말했듯 만족은 발로 실천해 이루는 것이며 욕망을 제어해 얻는 것이다. 불행은 행운의 전조이고 행운은 불행의 전조다.
행운이나 불행 둘 모두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존재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주역은 이에 불행은 자신을 단련할 기회요, 행운은 자신을 발전시킬 기회라고 조언한다. 진정한 삶의 지혜는 불행을 최소화하는 것이고 행운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행운이나 불행에 속박되면 안 되는 것이다. 
여씨춘추는 이에 군자는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주역은 "발서정길 지재외야"(拔芧征吉 志在外也; 띠풀을 뽑듯이 나아감이 길한 것은 뜻이 밖에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멀리 보되, 그저 발앞에 일 하나하나에 매진해 가는 것이다.
행운에 속박되지 마라. 그것이 행복해지는 방법이다. 

© congerdesign,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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