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와 항상 같이 가는 한자가 있다. 바로 덕(德)이다. 흔히 도와 덕을 합쳐 도덕이라고 한다. 도가 주변의 박수를 받으며 가는 승리의 길을 글자로 만든 것이라면 덕은 무엇일까?
고래로 우리 동양에서 도(道) 만큼 중요한 게 덕(德)이다. 고관대작은 물론, 시정잡배도 덕을 쌓는 일의 중요하게 여겼다. 공자는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덕이 있으면 반드시 이웃이 있다)라 덕자(德者)를 칭송했다. 누구든 "덕이 없다"는 평은 가장 치명적인 비난이었다.
어찌 보면 도 보다 더 일반적인 게 덕이다. 동양 유구한 역사 속에 덕은 종교, 사상, 신분 등의 차이를 넘어 중요시됐다. 반면 그래서
도보다도 어려운 게 덕이다. 덕이 무엇인가? 우리 네이버 사전에는 '크다', '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줘 혜택을 받게 하다' 등의 뜻으로 나온다. 지난 2013년 개정된 신화 한어사전 제6판에서는 1) 도덕, 품행, 정치품덕 2)심의(心意) 3)은혜 4)이름 성 등이라 설명한다. 참 모호하다. 그럼 덕이 그냥 남을 돕는 일인가?
사실 여기까지만 해도 쉽지 않은데, 소위 맹자의 인의예지(仁義禮智)의 '사덕'(四德)에 들어가면 갈수록 이해가 어려운 개념이 되고 만다. "말이 많으면 오해가 많다" 다시 노자의 말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사실 과거 한때 덕과 득(得)이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했다. 순자의 글에서 덕과 득이 같은 뜻으로 쓰인 용례가 나온다.
그런데 이 덕 역시 한자의 세계 속에서는 너무나 쉽고 명쾌하다. 갑골자의 덕은 큰 거리에서 눈을 빛내며 걷는 모습이다. 행(行)자 사이에 빛나는 눈이 그려져 있는 게 갑골문자의 덕 자의 모습이다. 일단 최소한 덕은 다른 사람들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명확해졌다.
그럼 대로의 큰 사거리를 걷는 빛나는 눈은 무슨 의미일까? 눈은 사람의 마음을 보는 창이다. 한자를 공부하다 보면 눈과 관련된 글자가 대단히 많아 흥미를 끈다. 백성 민(民)이 눈을 다치게 해 시력을 뺏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고, 신하 신(臣)은 그냥 봐도 공손한 눈길로 위를 쳐다보는 모습이다.
덕 자에 들어있는 눈은 눈동자 위로 뭔가가 빛나는 모양, 혹은 장군의 투구 위에 장식된 수술 모양이 있다. 그냥 봐도 대로를 걷는 눈이 대단히 자랑스러워 보인다. 금문에서 덕 자의 눈 아래 마음 심(心) 자가 들어간다. 빛나는 눈으로 마음을 행한 것이다. 반대로 빛나는 눈으로 마음을 행하는 것을 모두가 지켜보고 인정한 것이다. 즉 덕은 남에게 칭찬받을 것을 실천하는 데만 그친 게 아니라 공중(公衆)에게 그것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래서 당당히 사거리를 걸으며 박수를 받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