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해 잊은 시간
너도 나도 웃고‘
“我醉君复乐,陶然共忘机。”(아취군복락, 도연공망기)
“취한 그대에
건넨 한 잔
그댄 환희 웃고
우린 어느새
시간마저
잊었다네.”
시성 이백(李白:701~762)의 시다. 가장 흥했던 당이 망조가 들기 시작한 시기의 인물이다. 한문학의 영향을 받은 동양에서 모르는 이가 없는 시인이다.
일찍이 중국 천하를 유람하며 곳곳에 명시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쉽고 간결하며 호방하면서도 때론 간절하다 못해 애절한 시구를 남겼다.
한 수 한 수가 사람의 심결을 따라 스며든다.
소개한 시는 ‘下终南山过斛斯山人宿置酒’(하종남산과곡사산인숙치주)다. 제목 그대로 ‘종남산 아래를 지나다 은거해 사는 친구 집에 들려 술을 마신다’는 내용이다.
석양 산길을 지나
친구를 만나는
묘한 기대가 풍경 묘사에 담겼다.
그리고 만난 친구와 나눈 주담(酒談)
낙엽 소리에도 웃는 소녀만 같다.
이제 시의(詩意) 속으로 들어가 보자.
긴 여름밤이다.
산기슭
친구를 찾아가
술 한 잔을 나눌까,
길을 나선다.
능선에 오르니
해가 진다.
길어지던
나뭇가지 그림자
어느새
달 빛 그림자로
바뀌어 간다.
발걸음 총총
재촉하니,
달빛도 졸졸
따라온다.
어느만큼 왔나,
돌아보니,
저 산
굽이굽이 능선
푸른 보석처럼
아련하다.
발걸음 서둘러
겨우 도착하니
친구 집 소동이
싸리대문을 연다.
‘친구야 이제 보는구나’
한 걸음에
대나무 정원을 지나니
펄럭이는
옷가지 사이로
향긋한
풀내음이 인다.
“인사는 뭔 인사”
반기는 친구에게
손사래를 친다.
“말 보다 술이지”
술잔을 부딪치며
인사를 나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맴도는 싯구 하나
“长歌吟松风,曲尽河星稀。”(장가음송풍, 곡진하성희)
“긴 밤
지새우는
솔바람 숲
노래 소리
노래 그친
깊은 밤에
은하수 희미한데”
“我醉君复乐,陶然共忘机。”(아취군복락, 도연공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