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시커먼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있었다. 그는 금융기관에서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이자 가운데 소수점 아래의 작은 금액을 떼어내, 자기가 정한 계좌에 자동적으로 송금하도록 이자지급 프로그램을 짰다. 워낙 작은 금액이라 예금자들은 물론 금융기관들도 눈치 채지 못했다. 눈치 챈 사람이 가끔 있었지만 굳이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내 손해가 크지 않은데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는 ‘자기보호본능’에 충실한 결과였다. 하지만 그의 계좌는 날마다 부쩍부쩍 불어났다. ‘티끌모아 태산’이란 속담을 악용한 이런 착복방법을 ‘살라미 기술(Salami technique)’라고 부른다. 1950년대, 냉전 초기에 헝가리 공산당은 국회의원 총선에서 17%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라코시 마차시는 소련을 등에 업고 내무부장관을 꿰찬 뒤 비밀경찰을 만들어 정적들을 하나하나 붙잡아 회유와 협박 등으로 제거했다. 결국 그는 헝가리를 통째로 소련 중심의 공산권에 갖다 바쳤다. 헝가리 국민들은 1956년, 인권탄압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반공산 독재투쟁을 일으켰으나, 소련제 탱크를 앞세운 무자비한 진압으로 정당한 저항은 피로 물든 채 실패했다. 김춘수 시인은 그 비극을 <부다페
전문가는 달랐다. 이은해의 남편 윤씨가 가평계곡에서 익사했을 때, 최초의 수사를 맡은 경찰서는 변사 사건으로 보고 내사 종결했다. 하지만 생명보험회사는 무언가 의심스럽다며 사망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고, 거부했다. 보험회사의 특별조사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는 과연 무엇을 보았을까. 특별조사조직으로 번역되는 SIU는 보험사기를 전담한다. 보험회사 별로 적게는 8명(미래에셋생명), 많게는 58명(삼성화재)씩 활동하는 SIU의 중심구성원들은 검찰과 경찰에서 직접 수사를 맡았던 전문 조사요원들이다. 병원에서 임상경험이 많은 간호사와 의료분석요원 등도 참여한다. 이들은 2021년 기준 9434억 원에 이르는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은해와 공범 조현수는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쯤, 윤씨를 가평 용소계곡으로 뛰어들게 한 뒤 구조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씨가 숨진 지 4개월 뒤, 경찰이 단순변사로 종결하자, 이은해는 보험회사에 윤씨에 대한 사망 보험금 8억여 원을 청구했다가 거절당했다. SIU들이 단순 사고사가 아닌 ‘부작위 살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제기해서다
“당연히 해줘야지요.” 방탄소년단, BTS에 대해 병역면제특혜를 줘야 되느냐, 줘서는 안되느냐고 두 아들에게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이었다. 2019년 4월과 5월에 입대해 2020년 11월과 12월에 전역한 아들들이라 부정적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선입견이었다. “솔직히 어려운 군대생활을 우리들만 하고 면제 혜택을 주는 것 자체만은 동의할 수 없지만 BTS처럼 돌민정음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으니 혜택을 줘도 좋다”는 이유를 들으니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덧붙인 한마디가 더욱 충격이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에서 메달을 딴 사람들을 병역면제 해주는데 BTS에 대한 혜택을 놓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어요. 게다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아빠찬스와 돈의 힘 등으로 적절하지 않게 면제 받는 ○들이 있는 현실에서는요….” 돌민정음/ 如心 홍찬선 방탄소년단 사랑해는 보라해가 되고 볼수록 매력 있음은 Bolmae로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Choeae로 Oppa Noona Aegyo가 전 세계 공용어로 쓰인다 세종대왕도 깜짝 놀라는 돌민정음에 Gagjil Naeronambul이 찬물을 끼얹는
포켓몬빵이 화제다. SPC삼립이 지난 2월24일, 20년 만에 새로 시장에 내놓은 포켓몬빵은 품절대란을 겪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소매점 앞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돗자리를 깔고 포켓몬빵이 배달되기를 기다리는 이른바 ‘오픈런’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199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MZ세대들이, 당시 유행했던 포켓몬빵 속에 들어 있는 ‘띠부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씰)을 수집하기 위해 포켓몬빵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옛날에 누리지 못했던 아련한 추억을 위해 포켓몬빵을 선호하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문제는 빵 봉지 속에 들어 있는 띠부띠부씰만 챙기고, 빵은 먹지도 않은 채 그냥 버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쓰레기통에 넣는 게 아니라 그냥 길거리에 버린다고 한다. 청소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것은 물론, 음식물 폐기물 처리 비용이 추가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먹고 입을 것이 없어 ‘장발장 형 경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포켓몬빵 통째로 버리기’는 사회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마태효과/ 如心 홍찬선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시여 동과 서, 남과 북이 서로 마주서 으르렁대지 않고 동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러시아 침공에 대한 제재로 미국과 EU 등이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제한하자, 원유 값이 급등하고 있다. 원유 값 상승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 주요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으로 밀 파종을 하지 못하고 있어 밀 값 상승과 식량위기가 올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고공 행진하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이는 한국의 금리인상으로 이어진다. 금리인상으로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람들의 이자부담이 늘어나고, 부동산 값이 떨어질 우려가 생긴다. 유가상승은 가계는 물론 제조업 및 유통업 등 산업 전반에도 주름을 깊게 한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부담을 주는 요인들이다. 도미노/ 如心 홍찬선 러시아의 뚱딴지같은 우크라이나 침공은 경유 값과 휘발유 값을 끌어올리고 우크라이나 밀 파종이 차질을 빚어 밀가루 값 상승과 식량위기를 야기하고 유가와 밀 값 상승은 물가를 자극해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하고 한국도 발맞춰 금리를 올린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오르고 영끌 대출로 내 집을 마련한 사람들의
열차 두 대가 마주보며 빠르게 달려오고 있다. 그대로 맞부딪치면 양쪽 기관사는 말할 것도 없고, 객실에 타고 있는 선량한 승객들도 죽거나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그래도 기관사들은 네가 양보하라며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너보다 이만큼 강하다며 속도를 높이는 형국이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저래선 큰일 나는데…, 하면서도 뾰쪽한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속만 시커멓게 타 들어가고 있다. 정녕 두 열차는 충돌해서 대형사고로 끝나고 말 것인가. 국민들을 바라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싸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코로나19를 하루 빨리 이겨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 유지해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나날들이다. 숨고르기/ 如心 홍찬선 때 늦게 봄눈이 펑펑 내린 날 꽃송이 터트릴 준비로 바빴던 진달래와 개나리 동네가 와글와글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눈은 곧 녹아 없어질 테니 준비한 대로 지금 나아가자는 측과 이대로 나가면 동상 피해가 클 테니 꽃샘추위를 사나흘 지켜보자는 측이 맞붙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너 죽고 나 살자며 펼친 여론전에 속 타는 것은 엄마들
2022년 3월9일 오후 7시30분,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재명 후보 47.8%, 윤석열 후보 48.4%. 불과 0.6%포인트 차이였다. 같은 시간에 발표된 JTBC의 출구조사도 이재명 후보 48.4%, 윤석열 후보 47.7%로 0.7%포인트 차였다. 서로 박빙의 차이였지만 지상파 3사는 윤석열 후보의 승리를, JTBC는 이재명 후보의 당선을 예상했다. 밤 10시를 전후해서 시작된 개표는 처음엔 출구조사와 상당히 다르게 진행됐다.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상당한 표차로 앞서 갔다. ‘출구조사가 틀렸나?’ 하는 의문이 생겼을 때 그렇지 않다는 설명이 나왔다. “본 투표 출구조사는 윤석열 후보가 7.8%포인트 앞섰는데, 사전투표한 사람들 전화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7%포인트 앞섰다”는 것이었다. 이를 반증하듯 개표율이 높아지면서 두 후보의 득표차가 줄어들더니 밤 12시30분경에 역전이 일어났다. 36.93%로 사상 최고를 보였던 사전투표 개표가 끝나고 본투표 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부터였다. 결과는 윤석열 후보가 48.56%를 얻어 이재명 후보(47.83%)를 0.73%포인트 차로 이겼다. 많은 사람들이 개
공자는 돈을 싫어했을까. 덕(德)과 의(義), 그리고 안빈낙도(安貧樂道)를 강조한 것으로만 알고 있는 공자가, 돈을 좋아했을까라고 질문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러운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상식과 달리 공자는 돈을 싫어하지 않았다.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꺼리고 경계했을 뿐, 정당한 방법으로 돈 버는 것은 큰일을 하는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평가했다. 주역 건괘(乾卦, ䷀) <문언>에 나오는 말이 대표적이다. 공자는 “이로움이란 올바름의 조화로움(利者義之和)”이라며 “물건을 이롭게 함이 의리의 화합에 족하다”(利物足以和義)“라고 밝혔다. 또 ”건에서 비롯하는 것이 능히 아름다운 이로움으로 천하를 이롭게 하므로(乾始能以美利利天下) 리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不言所利大矣哉)“라고 설명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이익의 핵심을 찌른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논어』에서도 떳떳한 방법으로 얻는 부에 대한 긍정적 언급이 자주 나온다. 이의위리(以義爲利)/ 如心 홍찬선 돈은 새침데기 애인, 쫓아가면 멀리 도망가고 모른 체 하면 안달하며 다가온다 이익은 휘돌아 가는 곡선, 직선으로 추구하면 멀어지고 의로움
1963년 어느 겨울 날, 5.16 이후 군인들이 강한 권력을 행사했을 때의 일이다. 서울행 통일호 열차가 영등포역을 지나 한강철교를 건널 때쯤이었다. 여인 한 명이 신고 있던 하이힐을 벗어 앞에 앉아 있던 헌병장교의 머리를 내리쳤다. 헌병장교는 다행히 얼굴을 피했으나, 뾰쪽한 뒷굽으로 어깻죽지를 얻어맞고 벌떡 일어나 쌍욕을 하며 여인에게 폭력을 행사할 태세를 보였다. 일촉즉발의 이 때, 옆에 서 있던 중년 신시가 젊잖게 한마디 했다. 천안역에서 기차를 탄 이 신사는 승차 때부터 지금까지 헌병장교가 줄기차게 앞에 앉은 여인을 치근대던 모습을 지켜보며 화를 삭이고 있었던 터였다. “이봐요, 아까부터 보고 있었소. 여자들이 귀찮아하면 그만둬야지, 장교체면에 이 무슨 행패요…” 기세등등하던 헌병장교가 한풀 꺾이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한마디씩 거들었고, 그 헌병장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주춤주춤 자리를 피했다. 신사의 말 한마디가 여인의 봉변을 막아주었고, 헌병장교의 잘못도 바로잡아주었다.(<저항과 은둔 시인 신동문>, 『월간 시』, 2022년 3월호, 193~198쪽) 무임승차/ 如心 홍찬선 훔친 사과가 맛있다고 합니다 무임승차가 달콤하다고 하네요
바둑 경기 가운데 ‘중국 갑조 리그’라는 게 있다. 북경 상해 항주 등 주요 도시들이 바둑팀을 만들어 중국내에서 대항전을 펼치고, 연말에 우승을 비롯한 순위를 가리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갑조 리그에도 프로 야구나 축구리그처럼 외국 선수를 영입해 순위를 높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다른 리그와 다른 점이 있다. 스카웃 된 ‘용병’이 경기에 나가 지면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이기면 통상 받는 것보다 훨씬 많이 받는다. 갑조 리그에선 이를 ‘이세돌 룰’이라고 부른다. 한 때 전 세계의 바둑계를 주름잡았던 이세돌 9단이, 그동안 지켜지던 규칙을 바꿨다. 승패에 관계없이 일정 금액의 연봉을 받던 것을, 어치파 구단이나 용병이나 이기는 게 목표이니, 지면 돈을 받지 않고 이길 때 보너스를 포함해 더 많은 돈을 받기로 한 것이다. 이세돌의 판매자 시장/ 如心 홍찬선 끌려 다니지 마라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끌려 다니지 말고 내가 그들을 끌고 다녀라 끌려 다녀서는 잃는다 돈도 잃고 자존심도 구겨지고 나 스스로도 무너져버린다 끌고 다녀야 얻는다 돈도 얻고 자존심도 세우고 나 스스로로 우뚝 세운다 이세돌처럼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이세돌은 자신의 바둑실력을 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