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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선의 시와 경제 12 - 거북에게 물어보는 비용편익분석

청와대 이전 문제, 이창호 9단처럼 해결하라

열차 두 대가 마주보며 빠르게 달려오고 있다. 그대로 맞부딪치면 양쪽 기관사는 말할 것도 없고, 객실에 타고 있는 선량한 승객들도 죽거나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는 위기 상황이다. 그래도 기관사들은 네가 양보하라며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너보다 이만큼 강하다며 속도를 높이는 형국이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저래선 큰일 나는데…, 하면서도 뾰쪽한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속만 시커멓게 타 들어가고 있다.

정녕 두 열차는 충돌해서 대형사고로 끝나고 말 것인가. 국민들을 바라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싸우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코로나19를 하루 빨리 이겨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고 유지해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행복하게 사는 나날들이다.

 

숨고르기/ 如心 홍찬선

 

때 늦게 봄눈이 펑펑 내린 날

꽃송이 터트릴 준비로 바빴던

진달래와 개나리 동네가

와글와글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눈은 곧 녹아 없어질 테니

준비한 대로 지금 나아가자는 측과

이대로 나가면 동상 피해가 클 테니

꽃샘추위를 사나흘 지켜보자는 측이

 

맞붙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너 죽고 나 살자며 펼친 여론전에

속 타는 것은 엄마들이었고

아픈 것은 일찍 피운 꽃이었다

 

질풍노도의 중간 것들이

기어코 나가 붕대매고 돌아오는 것을 보며

아버지는, 함께 나가자고 보채는 막내를

꼬오옥 껴안았다, 말없는 눈물 삼키며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에 있는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 옮길 수 없다며 싸우고 있는 모습이 답답해 양재천으로 나갔다. 지난 주말에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트릴 듯 빵빵하던 진달래와 개나리가 아직도 꽃을 피우지 않은 채 머뭇거리고 있었다. 때늦은 봄눈이 내린 뒤에 찾아온 꽃샘추위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숨고르기를 하는 모습이다. 성마른 한 두 송이만이 꽃을 피우고 찬바람에 오슬오슬 떨며 엄마, 아버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청와대 이전을 아파하는 듯이 보였다.

아이러니는 청와대를 옮기겠다는 측과 옮길 수 없다는 측이 모두 국민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취임 전에 옮겨야 한다고 하고, 국민의 안보를 위해 서둘러 옮겨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난무한다. 국민들도 덩달아 옮겨야 한다고 하는 측과 옮겨선 안된다는 측으로 나뉘어 말싸움과 SNS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편 가르기 정치’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자각을 하지 못한 채….

대통령실 이전 문제는 정치적 힘 대결로는 절대로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진영 간의 벽만 높여 갈등과 투쟁의 정치로 이어지고, 국민들도 내편 네 편으로 나뉘어 지루한 싸움이 이어질 것이다. 청와대 이전 문제는 경제적으로 접근하면 의외로 간단히 풀 수도 있다. 이전에 따르는 예상 비용(C)과 이전으로 기대되는 예상 수익(B)을 계산하는 비용편익(B/C)분석을 해서 계산서대로 추진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국민들도 만족하는 해법을 얻을 수 있다.

전성기의 이창호 9단이 그랬다. 이 9단은 집계산을 정확히 해서 반집이라도 남긴다는 계산서가 나오면 굳이 무리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어 상대방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고도, 결국은 이기는 멋진 승부를 펼쳤다.

 

 

거북에게 물어보라/ 如心 홍찬선

 

거북이 힘겹게 엉금엉금

모래밭을 걸어가는 것을 보고

마음씨 착한 여행객이 안쓰러워

번쩍 들어 물속으로 데려다주었다

 

다른 사람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알을 낳으러 뭍으로 힘들게 나왔는데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으니

거북은 제때에 안전하게 알을 낳을 수 있을까

 

국회에서 후다닥 임대차3법을 통과시켰다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을 위해

전세기간을 4년으로 늘리고

전세금 인상도 5%로 제한하는 법이었다

 

새로 전세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아우성쳤다

전세금이 갑자기 뛴 데다 얻기도 힘들었다

국민들을 위한다며 도입한 착한정책이

국민들을 힘들게 하는 나쁜 정책이 되었다

 

 

청와대를 옮기겠다는 측과 옮기면 안된다는 측이 국민을 내세우지만, 그들이 뜻하는 국민은 서로 다른 듯하다. 나를 지지하는 사람만을 국민에 포함시키는 듯해서 민망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지난 대선결과로 볼 때 이전을 주장하는 측의 국민은 전체 국민의 37.45%(득표율 48.56%×투표율 77.1%)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반대 측의 국민은 전체의 36.88%에 머문다. 양측 모두 국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지를 받은 셈이다. 이전하는 측은 승리했지만 겸손해야 하고, 반대하는 측은 아쉽더라도 패배했으니 자중하는 것이 옳다는 얘기다.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는 것은 장관실이나 사장실, 그리고 가정집이 이사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꼼꼼하게 따져서 신중하게 예상되는 문제점을 모두 해결한 뒤에 옮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청와대 이전비용이 옮겨야 한다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모두 군 장성 출신들이 추정한 계산이라서 일반 국민은 아리송하다. 하지만 그들도 진짜 비용이 얼마인지에 대해선 암묵적 합의가 있을 것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강조점이 다를 뿐일 것이다.

악마는 저 어디쯤에서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을지 모른다. 그 악마가 활개 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지 않는 게 지도자들의 역할이자 책무다. 나를 지지하는 국민만이 아니라, 나를 지지하는 국민과 나를 반대한 국민들을 모두 바라보는 통 큰 정치, 그것이 바로 참된 소통일 것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편 가르기 갈등 정치’가 아니라 바로 ‘함께 어울려 잘 사는 화합 정치’다. 그래야 정치인도 살고 경제가 살며 국민이 행복해진다. 가장 좋은 선은 흐르는 물과 같은 것처럼(上善若水), 이치에 따라 순조롭게 펼치는 정치가 가장 좋은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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