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전쟁의 충격파 속에서 급속한 경기둔화 위기에 놓인 중국이 700조 원에 가까운 규모의 경기 부양 패키지를 내놓으면서 올해 6%대 경제성장률 사수에 돌입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3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한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전년의 ‘6.5%가량’에서 ‘6.0∼6.5%’로 내린 바 있다. 경제성장률 목표를 작년보다 0.5%포인트 내린 것은 작년 7월부터 본격화한 미·중 무역 전쟁의 충격파로 중국 경제가 급속한 둔화 국면을 맞이한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구체적인 목표 수치를 제시하지 못했다. 대신 다소 폭넓은 구간을 목표로 설정했는데 이는 중국 지도부가 올해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작년 경제성장률은 6.6%로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사태 직후인 1990년 3.9% 이후 2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경제는 최근 소비, 투자, 수출 지표가 동반 악화하고 있다.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기업의 이윤 지표 등도 나빠지면서 체감 경기 역시 악화된 상태다.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중국은 상당히 큰 규모의 부양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재정 적자율을 작년보다 0.2% 높은 2.8%로 설정했다.
이런 가운데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인프라 시설 건설에 쓰이는 자금 확보를 위한 지방정부의 특수목적 채권 발행 규모를 2조1500억 위안(약 360조 원)으로 설정했다. 올해 특수목적 채권 발행 목표는 작년보다 8천억 위안 이상 증가한 것이다.
과거 중국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한 인위적인 경기 부양은 지방정부 부채 급증, 부실기업 양산,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 바 있다. 따라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현 지도부는 경기 부양이라는 다급한 목표와 안정적인 국가 경제의 관리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상태로 보이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인프라 투자를 통한 정부 주도의 부양 시도와 함께 대규모 감세를 통한 시장 활력 제고를 통해 경기 활성화에 나선다는 복안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세금과 사회보험료 경감 조치를 통해 2조 위안에 달하는 기업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결정을 내렸다.
또한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개선하기 위해 자동차, 가전 등 다양한 제품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런 지원책까지 더하면 올해 중국 정부가 내놓은 실질적인 부양책 규모는 인프라 채권 발행과 기업 감세를 통한 4조1500억 위안(약 697조 원) 플러스알파(+α)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의 충격파 속에서 광둥성 일대의 전통적 수출 제조업에서부터 디디추싱, 징둥닷컴을 비롯한 첨단 IT기업에 이르기까지 감원과 구조조정 한파까지 불어닥친 상황. 작년 말 기준 중국의 도시 실업률은 4.9%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공식 통계에 정확하게 반영이 어려운 농촌 출신 도시 근로자들이 최근 경기둔화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한편, 중국 중앙·지방 정부의 총 재정적자 규모는 2조7천600억 위안(약 463조 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