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
지난 2016년 1월 작고한 고 신영복 선생의 마지막 강의에 나온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은 무엇일까?
신영복 선생은 그 여행을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하셨다.
머리에서 가슴까지가 가장 긴 여행이라니?
신 선생은 이성적 머리와 감성적 가슴의 차이가 그리 크다고 했다.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 바로 생각이다.
이성적 생각, 감성적 생각을 말하는 것이다.
고 신영복 선생은 특히 남자는 머리부터 생각하고,
여성은 가슴부터 생각해 그 차이가 크다고 하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은 생각?!
참 절로 무릎을 치는 설명이다.
사실 신 선생은 생각 사思의 본의를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思의 변이
생각하는 뜻의 사思는 마음 심에 밭 전田이 있는 것이다.
마음에 밭을 둔 게 생각이라?
정말 그럴까?
답은 "아니올시다"이다.
현재 갑골문과 금문의 자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에 나온 생각 사思의 모습을 보면,마음 위에 있는 게 밭의 모습이라 보기 힘들다.
심장은 확실한 데 그 위에 있는 것이 어찌 보면 위의 단면인 듯도 싶다.
학자들은 머리의 대천문을 표현한 것이라 본다.
마음에서 머리 사이에 있는 것이 생각인 것이다. 여기서 생각은 그 자체가 우리 인간의 내면에서 발현된 것이다.
举头望明月, 低头思故乡。
jǔ tóu wàng míng yuè, dī tóu sī gù xiāng 。
고개 들어 달을 보고,
고향 생각에
고개를 떨구네.
[한시] 고요한 밤의 그리움
床前明月光,疑是地上霜。 chuáng qián míng yuè guāng ,yí sh&...
이백의 '고요한 밤의 그리움'이라는 시다. 여기서 그리움이 생각, 사思다.
생각은 이렇게 내 가슴과 머리 사이에서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을 통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한자에는 또 다른 의미의 생각이 있다.
생각 상想이다.
이 생각은 생각 사와 무엇이 다를까?
상想의 변이
역시 갑골자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사와 달리 금문자가 발견돼 있다.
금문의 생각 상은 눈으로 본 나무를 마음에 새기는 형국이다.
눈으로 인식한 것을 마음으로 되새기는 것이다.
春潮带雨晚来急, 野渡无人舟自横。
chūn cháo dài yǔ wǎn lái jí, yě dù wú rén zhōu zì héng 。
봄비 우수수 내려
강물 재촉하는데
강가엔 배만 남아
저 홀로 흔들리네
봄비 강물 재촉하는데 강가엔 주인없는 배만 홀로
강변 우거진 풀잎
눈길 사로잡는데
깊은 숲속 꾀꼬리
이 봄을 노래하네
봄비 우수수 내려
강물 재촉하는데
강가엔 배만 남아
저 홀로 흔들리네
위응물韦应物737~792의 '저주 서쪽 시냇가에서 '滁州西涧'가 상의 의미를 잘 보여준다.
상은 이렇게 외부를 인식에 내면에 새겨지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생각 사와 생각 상의 차이가 있다.
사는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고, 상은 외부에서 내면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상상은 눈으로 본 외부를 기초로 하고,
반면 사는 불현듯 내 속에서 떠오르는 것이다.
사상은 이 모든 것을 아우른다.
생각은 본래 세상에서 가장 긴 여행이지만, 그 속도는 때론 전광석화 같다.
하루살이의 생이 하루이고,
우주의 생 속에 모든 게 먼지 같듯,
생각은 때론 하루살이 같고, 때론 우주와 같다.
무엇이 좋을까?
글쎄? 세상에 가장 긴 여행도, 가장 짧은 여행도 각자 장단이 있지 않을까?
모든 세상의 이치가 그렇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