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을 보고 핏줄에서 돈 냄새가 난다고 한다. 좋은 뜻도 있고, 나쁜 뜻도 있다. 그런데 사실 중국어 한자 가족과 식구에는 본래 경제적 의미가 크다는 사실은 놀랍다.

아이가 '당신은 나의 태양'(You are my sunshine)이란 노래를 좋아한다. "당신의 나의 햇볕, 나의 유일한 햇볕. .."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 노래를 들으면 사랑하는 연인, 아내가 생각났겠지만 이젠 아이 얼굴이 떠오른다.
햇빛 쏟아지는 지붕 아래 잔디 위에서 아이를 안고 딩구는 모습만큼 정겨운 정경이 있을까?
가뭄에 콩 나듯 가끔 아이와 외출을 하지만 그때마다 이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하고 바라기가 한두 번이 아니다. 말 그대로 아이는 나의 유일한 햇볕이다.
아내와 아이, 가족이란 게 그렇다. 생각만 해도 절로 사람을 포근하게 만든다.
내게 있어 집이란 별다른 게 아니다. 가족이 있는 곳이 바로 집이다. 한 집에 사는 족(族)이 바로 가족이다. 그러고 보니 가족이란 게 참 묘하다. 혈연관계와 비혈연 관계의 묘한 경계에서 둘을 이어준다.
최근 2대의 가족사를 보면, 어머니와 아버지의 가족에서 내가 나왔고, 나와 아내가 가정을 이뤄 가족을 만들고 그 속에서 사라져 기억돼 간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본래 남, 비혈연 관계였지만 나를 통해 혈연관계, 가족으로 묶였다. 지금은 나와 아내가 본래 남이었지만 아이를 통해 새로운 혈연관계로 묶였다.
결국 가족은 내 혈연과 타인과의 첫 접점인 것이다. 가족은 타인의 시작이요, 혈연의 시작인 셈이다. 흔히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는 데, 남이 만나 결국 물보다 진한 가족이 된 것이다.
가족은 다시 말하지만 집과 친족의 합쳐진 개념이다. 한 울타리에 사는 가족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같은 친족 간에도 구분이 생긴다. 쉽게 형제만 해도 그렇다. 형제야말로 타인의 시작이다. 서로가 자신들만의 가족이 생기면서 조금씩 어쩔 수 없이 멀어져 간다. 그 가족의 구성원들은 더욱 멀어져 가고, 그렇게 이 사회에는 '나의 타인'들이 늘어만 가는 것이다.
재미있는 게 갑골문자를 만든 선인의 '가족' 개념이다. 먼저 집이라는 게 무엇인가? 우리에게 집은 한 가족이 사는 곳이다. 과연 그 게 다일까? 한 지붕 세 가족은? 집 가의 갑골자를 보면서 절로 무릎을 쳤다. 최초의 사회적 생산 단위에 대한 개념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