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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매체가 본 한국 저출산, 비혼문제, "결국은 경제 문제"

 

“결국 경제가 젊은이들의 결혼 여부를 결정한다.”

중국 매체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에 적극 관심을 보이고 나섰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매체들의 취재 결과, 한국 저출산의 이면에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하기도 한 경제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다음은 중국 매체의 기사 내용이다:

김유승은 한국의 제4대 도시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에 비해 교육 경쟁 압박이 덜하다고 여겨지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마치 태엽이 감긴 것처럼 학교와 학원, 집을 오가는 삼점일선을 유지하며 성장했고, 청소년기에는 탈모와 불면증에 시달렸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칭찬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것들은 모두 기본적인 요구사항이었기 때문이다.” 12년간의 고된 공부 끝에 그는 원하던 대학에 합격하지 못하고 차선책으로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성적은 상위권이었고, 교환학생으로 해외 유학할 기회도 얻었으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실패는 늘 마음 한 켠에 남았다. “목표는 대학에 가는 것이 아니라 명문 대학에 가는 것이었고, 그 중에서도 명문이 핵심이었다.” 김유승은 펑파이신문에 가족이 그의 학업에 많은 재정적 투자를 했다고 전했다. 특히 외국어고등학교 학비와 유학 비용이 매우 높아 부모님은 큰 고생을 했다고 한다.

한국 사회학자 장경섭이 쓴 『압축 현대성 하의 한국』은 한국 가정이 자녀 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사회 투자 상태’와 같은 집단 효과를 만들어 낸다고 지적했다. 한국 발전의 상당 부분이 노동력의 교육 수준 덕분이라면, 개인 가정의 교육 성취는 국가 차원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OECD 교육 지표 2023》에 따르면 2022년 한국 청년(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69.6%로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높은 교육 수준을 가진 노동력 덕분에 한국은 수출 주도형 경제 전략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

2013년 취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약속했으나, 그 해부터 한국의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11년 연속 기록했다. 2023년 출산율은 세계 최저인 0.72까지 떨어졌다가 2024년 0.75로 소폭 회복했다. 이를 ‘일벌 경제’에 비유하는 이들도 있다. 국민들은 세계에 고품질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지만, 출산에는 무관심하다는 뜻이다.

곧 학부를 졸업할 김유승은 취업을 준비하며 여러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이다. “내 목표는 좋아하는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며 돈을 많이 벌어 부모님께 더 좋은 삶을 드리는 것이다. 여유가 된다면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고 싶다.” 결혼과 연애 문제에 관해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도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는 꽤 거부감이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에서는 학력과 학벌이 사회적 존중과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 학력은 고용시장에서 인재 선발의 중요한 기준이고, 학벌은 졸업 학교의 명성과 동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개인의 사회적 지위와 직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문화 자본이다. 김유승은 명문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것을 늘 아쉬워했다. 초등학교부터 중학교까지 대구의 한 외국어고 진학을 위해 노력했으며, 그게 명문 대학 문을 반쯤 열 수 있는 발판이라고 여겼다. 그의 주변 고등학생 다수는 교수, 의사 등 엘리트 가정 출신으로, 그런 집안들은 자녀에게 매우 엄격했다.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어떤 부모는 선생님 앞에서 아이를 직접 때리기도 한다.”

한국의 외국어고와 자율형 사립고는 ‘특목고’와 ‘자사고’로 불리며 엘리트 고등학교로 여겨진다. 이 학교들은 학생을 자율적으로 선발하고 자체 커리큘럼을 운영할 수 있어, 일반 고등학교에 적용되는 ‘고교 평준화 정책’과는 다르다. 2024년 ‘SKY 대학(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신입생 중 일반고 졸업생은 7275명(55.4%)에 불과하며, 그 뒤를 자율형 사립고(14.0%), 외고(9.3%), 외국어고 및 국제고(8.2%), 영재학교(3.9%)가 잇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들 학교의 대학 진학률은 매우 높다.

김유승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3과목의 학원을 다녔고 고등학교까지 계속했다. 같은 반 친구 중에는 6~7개 학원을 동시에 다니는 경우도 많았다. 한국의 학령 인구는 급감하고 있지만, ‘학원’ 중심의 사교육 산업은 매출과 수익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아이들의 학습 부담과 부모의 경제적 부담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학생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은 43.7% 증가했으며, 월평균 30.2만 원에서 43.4만 원으로 올랐다. 이는 보수적인 추산이며, 시민단체 ‘무우사교육’의 2024년 조사에선 사교육에 열성적인 부모들이 평균 월 106.1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한국 월평균 임금은 363만 원이다.

고등학생들은 높은 시험 점수 외에도 학교생활기록부에 긍정적 내용이 남도록 다양한 활동을 쌓아야 한다. 김유승은 고1 때 통계 동아리에 들어갔고 관련 논문을 읽고 보고서를 작성했다. “잘 못 쓰면 동아리 회장에게 혼나고, 그 영향으로 선생님이 생활기록부에 좋지 않은 평가를 하기도 한다.” 많은 친구들은 고등학교 이전에 수능 공부를 끝내고 동아리와 사회활동 경험을 쌓을 시간이 충분했으나, 김유승은 그렇지 못했다. 공부를 따라잡느라 시간이 부족했다. “명문대 졸업자도 취업하기 어려운 뉴스가 많아 모두 불안해한다. 좋은 대학을 못 가면 좋은 직장을 구하기 더 어렵다.”

2018년 한국 드라마 《SKY 캐슬》은 이런 학력 경쟁을 잘 보여줬다.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속에서도 한국 가정은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 교육 투자를 늘렸다. 부산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김유승은 대학원 진학을 계획하며 서울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했다. 대학원 졸업 시 교수 추천으로 좋은 일자리를 얻어 지역에 남길 희망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서울의 직장 환경은 매우 경쟁적이며 “외지인은 뛰어난 능력이 있어야만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그렇게 과도한 업무 환경보다는 시골에 있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서울 이외의 지역은 모두 시골”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모두 서울로 몰린다.

한국 인구 5180만 명 중 약 950만 명이 서울에 거주한다. 이는 주민등록상 서울 거주자 수이며, 유동 인구를 포함하면 더 많다. 과밀화로 대도시병이 심화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청년층의 자본 축적 부족과 직장 내 경쟁 압박, 고학력 고소득자의 만혼과 비혼 경향이 수도권 출산율 하락을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2024년 서울 출산율은 0.58에 불과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 3월 출산율 제고 대책을 발표하며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출산율 반등을 유지하고자 한다. ‘서울 진출’ 포기를 했어도 김유승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그는 여러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이다. 이는 학력 외 기업들이 요구하는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한국 중소기업진흥공단은 대학 졸업생에게 필요한 기본 자격증으로 컴퓨터 능력, 문서 소프트웨어 활용, 역사능력시험, TOEIC 영어능력 평가를 꼽았다. 직무에 따라 추가 자격증이 필요하며, 대기업 취업 시에는 전문 직업기술도 필수다. 2000년대 중반부터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 ‘spec’은 학력과 경험, 자격증, 대회 수상, 논문, 봉사활동, 해외유학, 인턴십 등 취업 시 이력서에 표기하는 ‘사양’ 의미다.

한국 고교 졸업 후 중국 상하이 외국어대에 유학한 이서헌은 해외 유학 탓에 한국 내 인턴 경험과 사회 활동, 자격증이 부족한 점이 취업에 불리하다고 말했다. 미국 브리검영대 사회학과 조나단 자비스 부교수가 2020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대학 입학 전 해외 유학한 학생들은 현지 대학 졸업 후 해외 유학한 학생들보다 취업이 더 어렵다. 전자는 ‘현지 문화 자본’이 부족하고, 후자는 글로벌과 로컬 문화 자본을 균형 있게 갖춰 직장 환경에 쉽게 적응하며 언제 어떻게 자신의 글로벌 지식과 한국 직장 규칙 이해를 보여줄지 선택할 수 있다.

이서헌이 학부부터 중국 유학을 택한 이유는 중국어에 대한 흥미와 기대에 못 미친 수능 점수 때문이었다. 엘리트 가정 출신인 그녀와 동생은 모두 SKY 대학 진학을 희망했으나 수능에 실패했다. 그녀는 유학을 선택했고 동생은 재수를 택했다.

통계에 따르면 매년 SKY 대학 합격자는 고교 졸업생의 3% 미만이다. 나머지 97%는 하위권 대학에 진학하거나 재수를 한다. 이런 현실에서 글로벌 교육 시장은 중산층 부유층에게 해외 유학이라는 두 번째 편리한 선택지를 제공하며, 더 나은 학위를 취득해 하위층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한국의 취업 준비 과정은 단순히 학벌을 넘어서 자격증, 인턴십, 봉사활동, 동아리 경험, 학점, 어학 점수 등 다층적 경쟁과 평가 요소가 존재한다. 이에 따른 학생들의 부담은 크고, 자본과 인맥, 정보력에 따라 취업 성공률도 달라진다. 김유승은 자신의 선택과 노력이 ‘성공’의 일부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모님과 친구들의 기대 속에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다.

그는 “지금은 인생의 과도기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내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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