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5월 2일에 사랑스러운 딸의 첫돌을 맞아 잔치를 연다”, “새집으로 이사하여 조촐한 연회를 연다”…… 노동절 연휴 전후로 서부 지역의 한 농촌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여러 잔치 초대장을 받았다.
이른바 ‘잔치 남용’의 절정기에는, 어미 돼지가 새끼를 낳아도 잔치를 열고, 집을 수리해도 잔치를 열며, 차를 사거나 병원에서 퇴원해도 잔치를 열었고, 심지어 무당 굿을 해도 ‘액막이 술자리’라는 명목으로 잔치를 열었다. 도무지 이유를 찾지 못하면, “친지들의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리며, 조촐한 술자리를 마련했다”고 둘러댔다.
‘신화시점’ 기자의 취재에 따르면, 일부 지역 농촌에서는 잔치 남용이 반복적으로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행하고 있었고, 많은 주민들이 인사치레 때문에 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떠안고 있었다.
서부의 한 군에 사는 주민은 “하루에 11건의 잔치에 참석해야 해서 다 가지도 못하고 일부는 위챗 송금으로 대신했다”며 “그날만 해도 4천 위안(약 77만 7,000 원) 넘는 축의금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음력 12월부터 올해 정월 대보름까지 거의 매일 잔치에 초대받았고, 지금까지 총 3만 위안(약 582만 7,500 원) 정도를 축의금으로 썼다”고 밝혔다.
결혼, 장례 등 전통적인 이유 외에도 온갖 명목으로 열리는 잔치들을 주민들은 ‘별일 없는 잔치’, ‘놀자 잔치’, ‘엉터리 잔치’라고 불렀다.
그 주민의 휴대폰 위챗에는 한 친구가 보낸 ‘입주 축하 초대장’이 있었는데, 그는 “명목은 새집 입주지만, 실제로는 집을 새로 짓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서부의 한 마을은 800여 세대, 약 4,000명의 인구가 있었는데, 마을 주민들은 “일 년 내내 누군가는 잔치를 열고 있으며, 소수의 혼례와 장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첫돌 잔치’, ‘첫 이발 잔치’ 같은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별일 없는 잔치’의 명목은 계속 바뀌고 있으며, 축의금 기준도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50위안(약 9,712 원)은 체면이 안 서고, 최소 100위안(약 1만 9,425 원)은 줘야 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서부의 한 노인 부부는 모두 장애가 있고 갓 태어난 손자가 있어 가정형편이 어려웠음에도, 1년에 1만 위안 넘는 축의금을 냈다고 한다.
잔치 남용은 음식 낭비를 초래하고, 허영심과 비교심리를 조장하며, 공공질서를 해치고, ‘인정빚’이라는 무거운 짐을 남겨 많은 사람들이 큰 고통을 받고 있었다.
서부의 한 외진 마을에서는, 자녀 둘이 모두 학생이고 어머니가 자주 입원하는 가정이었음에도 매년 4~5만 위안을 잔치 비용으로 준비해야 했으며, 심지어 빚을 내서라도 축의금을 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지역에서는 일부 잔치를 아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외지에 있어도 반드시 휴가를 내고 귀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잔치 남용이 다시 심각해졌다… 서민들이 겨우 번 돈도 잔치 비용으로 대부분 나간다.” 최근 ‘문정사천’(问政四川) 플랫폼에 한 주민은 자신이 이빈시의 한 군에 거주하고 있다며 고충을 호소했다. 그는 “잔치에 참석하고 축의금을 내기 위해 일부 가정은 곤란을 겪고, 임시로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은 곡식을 팔거나 가축을 팔고, 심지어는 빚을 지거나 신용카드 할부, 대출까지 한다”고 밝혔다.
일부 간부들과 주민들은 “무의미한 잔치는 허세를 부리고 허영심을 채우려는 목적이거나, 개인 재정 마련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잔치를 열면 비용은 적고 수익은 크기 때문에, 아무 명분이나 붙여서 상 몇 개만 차리면 수천에서 수만 위안을 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집에서 ‘무의미한 잔치’를 열면, 다른 집도 축의금을 회수하기 위해 따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취재한 서부의 여러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마을에서 소수 주민만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아도 전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외지에서 성공한 일부 인사들이 고향에 돌아와 결혼이나 장례식을 성대하게 치르며 체면을 중시하는 것도 지역 주민들의 비교심리를 더욱 자극한다고 했다.
화중사범대 사회학과의 메이즈강 교수는 “잔치 남용은 전통 공동체 사회에서 인사치레가 과도하게 퍼진 현상이다. 이웃 간의 정을 나누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일부 인사 왕래가 결국 잔치를 통해 돈을 벌려는 수단으로 변질되었고, 잔치를 열지 않으면 손해 본다고 여기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많은 인터뷰 주민들은 ‘무의미한 잔치’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었지만, 체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석한다고 했다. 한 주민은 “농촌은 서로 다 아는 사회이고,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나중에 우리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상대도 도와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자발적으로 잔치 남용을 거부한 사람들도 “남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성격이 안 좋다”는 낙인이 찍히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일부 지역은 마을 간부에 대한 관리가 느슨하고, 기층 당원과 간부들이 잔치를 앞장서서 위반하는 사례가 많아 이풍이속(풍습을 바꾸는)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사회 분위기를 해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24년 10월 공개된 사례에 따르면, 충칭시 우시현 톈싱향 장츠촌의 종합관리 담당자 장모는, 향당위와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시아버지 생일잔치를 열고, 저소득층과 빈곤층 관리대상자에게서 축의금을 받았다.
여러 지역에서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무의미한 잔치’가 점점 더 은밀해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일부 주민은 시내나 다른 군·시로 가서 잔치를 열며 관리 사각지대를 만들고, 일부는 잔치를 여러 차례에 나눠 몰래 열거나 친구 모임이라고 주장했다. ‘술자리는 열지 않고 축의금만 받는’ 이른바 ‘그림자 잔치’도 등장했다.
한 기층 간부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에 가도 사람이 없고, 잔치를 열었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농촌 정신문명 건설을 추진하기 위해, 중앙 부처는 여러 차례 문서를 발표하고 농촌 지역의 이풍이속과 문명한 마을 풍토 조성에 대한 계획을 명확히 했다. 올해 중앙 1호 문건에서는 “인사치레 경쟁, 호화 연회 등 두드러진 문제를 지속적으로 바로잡고, 제약 기준과 권장 기준을 완비하라”고 제시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다양한 조치를 내놓았다. 구이저우성 메이탄현은 마을 내 평판이 좋은 당원, 마을 간부, 지역 원로 등으로 구성된 ‘홍백이사회’를 조직해 연회 규모, 차량 수, 축의금 액수 등을 규정했고, 현·향·촌의 역량을 통합해 음식점 운영자, 장례식장 직원 등을 관리 대상에 포함시켜 잔치 남용이 눈에 띄게 줄었다.
메이탄현 위원회 선전부 부부장 쉬스젠은 “마을 주민이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열려면 우선 마을 위원회에 신고하고, 서약서를 작성해야 하며, 하객용 차량의 번호판도 모두 등록해야 한다. 행사 당일 간부가 현장에 가서 감독을 한다. 사전 통지, 행사 중 감독, 사후 평가라는 방식이 매우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이저우성 첸둥난주 등지는 유휴 학교, 종갓집, 집단 창고 등의 공간을 활용해 ‘계약식 식당’을 만들어 잔치 종류, 기준, 규모, 신청 절차 등을 명확히 하고, 결혼식과 장례식만 허용하며 그 외 명목의 잔치는 금지하는 등 비교와 낭비를 효과적으로 억제했다.
전문가들은 “당원과 국가 공무원은 솔선수범해 가족과 친척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고 창구를 더욱 원활히 하고, 정기적으로 위반 사례를 공개해 공직자들의 잔치 남용을 억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뷰에 응한 간부와 주민들은 “농촌의 이풍이속 작업은 지역 실정에 맞게 창의적인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농촌 주민들이 좋아하는 짧은 영상 플랫폼을 활용해 지역 상황에 맞는 상황극을 제작하거나, 향촌 문명 포인트 제도 등을 마련해, 모범 마을은 기초 건설 프로젝트를 우선 배정하는 등 긍정적인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화중사범대의 메이즈강 교수는 “마을 규약과 조례를 정비하고, 민풍을 바꾸는 데서 출발해 이풍이속을 유도해야 한다”며, “홍백이사회 같은 주민 자치 조직이 실질적으로 규칙을 집행하고, 축의금, 잔치 규모, 종류 등을 명확히 규정해 마을 자치의 역할을 충분히 발휘해야 하며, 농촌의 무거운 인사비용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