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2% 대 56.7%'
앞의 숫자는 올 1~4월 중국의 수출입 총액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폭이다. 뒤의 숫자는 같은 기간 무역 수지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폭이다.
한국 입장에서 부럽기만 한 수치다. 한국은 무역 적자 행진이 해를 넘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수출 매출은 늘었지만,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하지만 중국은 정반대 상황인 것이다.
수출입 총액은 제자리인 데 흑자 폭은 50%를 훌쩍 넘기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시장 관리 능력 차이라고 본다. 물론 중국은 자국내 자급하는 원자재가 적지 않아 한국보다 유리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중국 당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궁지에 몰린 러시아 편을 들면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값싸게 사들였고, 그동안 사이가 나쁘던 호주로부터도 석탄 수입에 나서는 등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이 원자재를 싸게 구입할 수 있도록 공급망을 구축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중국을 더욱 강하게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장 중국의 무역수지에서 이 같은 중국 당국의 노력이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9일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올해 1~4월 중국의 수출입 총액은 13조3200억 위안(약 2537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02% 증가했다. 무역 흑자는 2조200억 위안(약 386조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7% 성장했다.
수출입 금액을 달러로 산출하면, 총액은 1조 940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그 중 수출은 1조 1200억 달러로 2.5% 성장했으며 수입은 8227억 달러로 7.3% 감소했다. 무역 흑자는 2941억 달러로 45% 증가했다.
1~4월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기계 제품과 노동집약형 제품의 수출이 모두 증가했다. 4개월 동안 중국의 기계 제품 수출은 4조 440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5% 성장했으며 수출 총액의 57.9%를 차지했다.
그 중 자동차 수출은 2045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큰 폭(120.3%)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휴대전화 수출은 2829억 위안으로 3.2% 감소했다.
또 노동집약형 제품의 수출은 1조3100억 위안으로 8.8% 성장했다. 그 중 의류 및 부속품 수출은 3304억 위안으로 10.6% 성장했으며 방직제품 수출은 3078억 위안으로 0.8% 감소했다. 플라스틱 제품 수출은 2351억 위안으로 12.6% 증가했다.
해관총서는 "올해 들어 대외 무역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대 교역 상대인 아세안과는 무역액은 7억6919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또 미중 갈등과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 규제의 영향으로 대미 교역은 부진했던 반면, 미국에 맞서 관계가 더욱 공고해진 러시아와의 교역은 활발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의 무역 규모는 5억6363만 달러로 11.2% 줄었지만, 밀착을 강화하는 러시아와의 무역액은 1억9228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