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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문제 그리고 답

시(時)는 햇볕을 받아 만물이 나는 것이다.

우리네 신문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말이 "시급을 다툰다.", "절실하다."라는 등의 말이다. 문제가 있으니 당장 답을 찾으라는 말이다. 신기하게도 우리 슈퍼맨 정치인들은 그때 그때 답을 내놓는다. 물론 몇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관련 기사가 신문에 나오면, 빠지지 않는 지적이 "'땜 빵' 처방이었다"라는 말이다. 

 

 

본래 우리 삶 속에 문제란 당장 보기 싫은 것을 말한다. 그러니 답이 시급한 게 인지상정이다. 개인적으로도 청소년 시절 문제를 만나 답을 찾지 못하고 괴로워할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있었다. "슬퍼하지 마 시간이 약이야." 혹은 "걱정하지 마, 시간이 지나면 좋아져."라는 위로였다. '참 누군 모르나...',  '지금 불이 났는데, 10리 밖에 우물이 무슨 소용이냐?' '遠水不救近火;먼 물은 가까운 불을 끄지 못한다.'라고 반발했다.
그런데 돌이켜 보니 정말 모르는 게 맞았다. 무엇보다 문제를 제대로 볼 줄 몰랐다. 


답이 중요한 게 아니다. 답보다 중요한 게 문제다. 문제 속에 답이 있다. 문제를 제대로 보기만 해도 답이 절로 나온다. 흔히 하는 이야기처럼 특히 인생의 문제는 수학처럼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많은 답이 있고, 그냥 그중 가장 좋은 답이 있다고나 할까? 실은 가장 좋은 답인지 아닌지도 영원히 모른다는 게 정답일 수 있다.

 

모든 인생사 문제는 시간과 공간, 즉 시공(時空) 속에 있다. 어떤 공간, 어떤 시간에 있느냐가 중요하다. 우선 나의 모든 문제는 내 공간 속에 있다. 남의 공간 속에 있다면 그것은 남의 문제지, 나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나의 공간 속에 들어올 때 나의 문제가 되고 시간을 다투게 된다.


바로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한 이유가 이것이다. 내 공간 속에서만 문제를 보고 시간을 다퉜다는 것이다. 시간을 고려해 문제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제와 답은 어떤 시간과 공간 속에 있냐가 중요하다.

 


시간, 갈수록 현실에 노예가 되고 있는 현대인들은 자주 잊지만 시공은 다양한 층위가 있다. 한자 속에서 만나는 선인들의 사고는 이 점에서 정말 빛난다. 이 점에서만큼은 현대인이 선인들보다 참 모자라다. 스마트폰으로 세상 어디에서든 오차가 거의 없는 시간을 공유하고 하면서 현대인들은 마치 시간을 완전히 장악이라도 한 듯 굴지만 현대인이 보는 것은 스마트폰이 보여 주는 단순한 지금의 숫자들일 뿐이다. 인간들이 편하게 약속한 것일 뿐이다. 

 

진정한 시간은 나무의 나이테 속에 있다. 수 만년, 수 천 년의 세월을 견딘 바위 속에 있다. 흙더미, 지층 속에 있고 화석이 된 공룡의 뼈 속에 있다. 썩어 문드러진 낙엽 속에 있다.
진짜 시간은 손목시계 속, 스마트폰 속의 숫자가 아니다. 나무속 나이테에, 썩어 문드러진 낙엽 속에 있다.

 


시간의 대표적인 층위가 과거, 현재, 미래다. 선인들은 땅 속에서 과거와 현재를 봤고, 하늘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읽었다. 각 시간의 층위에서 문제는 같은 문제지만 그 양상이 다르다. 주역의 역(易)의 개념이다. 역은 변화다. 문제를 보는 각기 다른 각도인 것이다. 
이 변화를 고려하면 문제 해결 가능성, 다양한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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