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소후뉴스
중국이 멸종위기 동물인 호랑이와 코뿔소 신체 일부 거래를 다시 금지했다. 중국은 지난달 말 채취·거래 금지 품목인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을 25년 만에 ‘의료·연구 목적’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허가했지만 국제 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기존 금지 방침을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12일(현지 시각) 딩쉐둥 국무원 대변인은 관영 매체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을 수입·수출·판매하는 3건에 관해 ‘엄격한 금지’가 일시적으로 유지된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관련 부처와 함께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 불법 거래를 특별 단속하는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딩쉐둥 대변인은 "중국 정부가 야생 동물 보호에 관한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코뿔소·호랑이 부산물과 다른 범죄 행위의 매매·거래 활동을 허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복해서 알리고자 한다"고 했다.
중국은 199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 채취·거래를 전면 금지했다가 최근 의료·연구 목적에 한해 부분 거래를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 호랑이 뼈·코뿔소 뿔 거래, ‘中 전통의학 살리기’?
지난달 29일 중국 국무원은 성명을 내고 "의학 연구와 의료용으로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을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며 부분 허용 뜻을 밝혔다. 당국은 국가중의약관리국이 인정한 자격을 갖춘 병원 의사들만 분말 형태로 두 동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호랑이 뼈·코뿔소 뿔 거래를 합법화하면서 25년 만에 전면 금지 조치를 뒤집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두고 "중국 전통의학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계산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조치로 중국 내 호랑이 농장이나 코뿔소 목장이 번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동물보호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의 레이 헨리 정책전문가는 WP에 "(호랑이·코뿔소) 농장에서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이 (중국 정부에) 압력을 넣은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 전통 의학에서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은 관절염·고열 등 질병에 효험이 있고 남성의 정력에 좋다고 여겨져왔다. 과학적·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미신이다. 2010년 세계중의약학회(WFCMS)는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은 의학적으로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효과가 있다는 믿음이 있어 오랜 기간 두 동물을 불법 포획해 만든 약재가 밀매됐다.
◇ 국제 사회, 멸종위기 종 거래 놓고 강력 반발
국제 환경 단체는 강력 반발했다. 중국은 거래를 허가하면서 자연사한 호랑이와 인공 번식된 코뿔소만을 대상으로 하며 사용 목적을 명시한 신청서를 당국에 제출, 승인받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럼에도 국제 사회는 이번 조치가 호랑이와 코뿔소의 밀매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입장이다.
WWF는 지난달 30일 반대 성명을 내고 중국이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의 채취 금지 조치를 되돌릴 것을 촉구했다. WWF는 "중국이 25년 간 지켜온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 거래 금지를 철회하면 전 세계의 야생이 파괴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의료용 등으로 한정돼도 소비자와 사법당국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조치는 그간 중국이 보여온 동물 보호 행보와도 다르다. 세계 최대의 코끼리 상아 시장으로 꼽히는 중국은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 종인 코끼리 수가 줄자 국제동물보호단체의 비난에 직면했다. 이에 중국은 2016년 말 자국 내 상업적인 상아 거래·가공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이후 상아 거래가 급감하자 당시 국제 코끼리 보호단체 ‘세이브 더 엘리펀트’는 중국 정부가 실시한 상아 거래 금지에 대해 올바른 조치라고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