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베이징에서 진행된 도시정비(城市整治) 사업 중 하나인 하층민 강제퇴거 명령이 중국 전역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미국 내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讯)은 22일 중국 장쑤(江苏)성 창수(常熟)시에서 베이징 하층민 강제 퇴거 명령과 같은 방식으로 도시정비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정비 대상은 도시 외곽의 저가 임대 주택, 영세 공장, 창고 등이다.
이로 인해 도시 외곽에 자리잡았던 하층민들은 갈 곳을 잃게 되었다. 창수시는 퇴거 명령 직후 전기와 수도를 끊어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이주에 나서야 했다. 한 퇴거민은 "지금 살 집을 구하라는 것은 말도 안된다. 한 곳에 방을 구하러 가봤지만 방세가 1000위안(약 17만원)이 넘어 살 수 없었다. 유일한 해결책은 누군가와 같이 사는 것인데, 누가 나와 같이 살겠나. 방법이 없다"며 처참한 심경을 내비쳤다.
하층민 퇴거 방침은 지난 해 11월 베이징시 외곽 임대 아파트에서 불이 나면서 시작되었다. 화재로 주민 19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하자 시 당국이 긴급 화재 대책을 명목으로 저소득층 거주지에 전면적인 퇴거 명령을 내린 것.
홍콩 밍바오(明报)에 따르면 연초 시진핑 주석의 측근인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당 서기는 내부 회의에서 "기층 민중을 대하기 위해서는 진짜 총칼을 빼 들고 칼에 묻은 피를 보듯(真刀真枪 刺刀见红) 강경하게 대응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만일 이런 태도로 일하지 않으면 조만간 이런 일(대형 화재)이 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간부들을 질책했다. 하층민 강제퇴거 방침을 고수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후 하층민 강제퇴거는 상하이, 선전, 닝보 등 대도시로 번졌다. 창수시의 이번 조치도 이같은 일환이다.
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비서를 지낸 한 원로는 "농민공들은 마오쩌둥 시대에 국가의 기반 계층으로 대우 받았다는데 이제 이들을 하층민(低端人口)이라 멸시하며 화재 예방 대책이라고 한다"면서 "정부의 이같은 어리석은 행보는 새로운 참극을 부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기사=이동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