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자는 가끔 그 발음을 잊거나 쓰려고 하고 쓰는 법을 잊는다. 오죽했으면, '执笔忘字' zhí bǐ wàng zì,
'붓을 들고 글을 잊다'라는 성어가 있을까?
미국에 서버를 둔 둬웨이多维에 따르면 이번 양회에서 시진핑习近平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나란히 원고를 잘못 읽어 눈길을 끌었다.
20일 오전 베이징北京 인민 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폐막식 시 주석 원고는 4700자가량의 장문이었다고 한다.
물론 정부 보고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비교적 긴 문장이다.
시 주석이 잘못 읽은 단어는 중국 서사시 제목인 '格萨尔 gé sà ěr 王'을 萨格尔王으로 순서를 바꿔 읽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무려 시 행만 60만 개에 달하는 대서사시다. 인도 이웃 나라의 왕에 대한 고사를 시로 쓴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서사시라는 평도 있다. 중앙아시아에 전승된 시다.
시 주석의 원고 내용은 중국의 오랜 문화에 대한 칭송 부분이었다. 오랜 역사 속에 제자백가가 나왔으며 세계 4대 발명품을 만들었고, 서사시의 정신을 계승했다는 내용이다. 시 주석은 아무래도 格萨尔 gé sà ěr이란 이름이 낯설었는지, 이름을 萨格尔로 바꿔 읽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을 럼트프라고 읽은 셈이다.
묘하게도 같은 날 리커창 총리 역시 말실수를 했다. 중국과 일본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리 총리는 '추웠다 더웠다 한다'라는 의미의 '乍暖还(huán) 寒'을 말한다는 게 그만 '乍暖还(hái) 寒'으로 잘못 말했다. 还는 두음자로 두 가지 발음으로 읽히지만, 그 뜻이 다르다. 선자는 돌아가다는 뜻이고, 후자는 '아직도'라는 뜻이 있다.
기사=이동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