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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화웨이 숨통 조이는데 중국은 왜 맞대응 안하나

반도체 제재, '핵무기' 비유되나 실제 거래불허 사례 나올지 관건

 

미국이 화웨이(華爲) 제재를 한층 강화해 중국이 반발했지만 곧장 반격에 나서지는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정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외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가 화웨이에 제품을 대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관련 제재를 대폭 강화했다.

 

작년 5월부터 시작된 제재로 퀄컴 등 미국 반도체 회사들과 거래가 어려워지자 화웨이는 자체 설계한 반도체를 세계 최대 파운드리사인 대만 TSMC에 맡겨 위기를 넘겨왔다.

 

중국은 자국의 대표 기술기업을 고사시키려는 미국의 제재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당장은 '말'에 그치고 있고, 구체적인 반격 조치 같은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 주목된다.

 

주무 부처인 상무부는 미국의 제재 강화 발표가 나온 지 이틀 만인 17일에야 홈페이지에 짧은 입장을 올렸다.

 

상무부 대변인은 "즉각 잘못된 행동을 멈추기를 촉구한다"며 "중국은 모든 필요한 조처를 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리를 단호히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견 강한 반발처럼 보이지만 관례에 비춰봤을 때 대응 수위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

 

먼저 형식이 약했다. 이날 대변인 발언은 특정 기자의 물음에 답하는 형식을 취했는데 중국은 중대 문제와 관련해 자국의 엄정한 입장을 천명할 때 '대변인 담화'나 부처 명의 성명을 내는 것이 상례다.

 

미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린다거나 희토류 수출 규제를 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보복 계획을 언급하지도 않았다.

 

대미 경고 메시지는 당국 대신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가 대신 전했다.

 

환구시보는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이런 조치를 실행에 옮길 경우 강력히 보복하겠다면서 퀄컴, 시스코, 애플, 보잉 등 미국 기업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정면으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중국의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대변하는 환구시보 뒤에 숨어 대미 경고 메시지를 낸 것은 나름대로 반발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중국 안팎에서는 중국이 곧장 반격에 나서 미중 양국 모두에 치명상을 줄 수 있는 전면전을 감수하기보다는 미국의 추가 행보를 관망하면서 대응 수위를 결정하려 한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우선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핵폭탄'에 비유될 정도로 매우 강력하지만 아직 실행된 것은 아니다.

 

환구시보가 보복을 경고하면서도 '미국이 실행에 옮길 경우'라는 전제를 단 것은 중국의 행동에 관한 중요한 힌트다.

 

미국 정부는 제재 수위를 극한까지 끌어올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렇지만 어느 수위까지 제재 수위를 높일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TSMC가 화웨이에 제품을 대기 위해 건건이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승인을 전면 거부할 것인지, 부분적으로라도 해 줄 것인지는 미국 정부의 선택이다.

 

미국의 의지에 따라 화웨이의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도, '적당한 고통'을 줄 수도 있다는 얘기다.

 

IT 애널리스트인 구원쥔(顧文軍)은 차이신(財新)에 "(추가 제재는) 미국 정부의 핵무기로써 화웨이를 발본색원(拔本塞源)하겠다는 것"이라면서도 "아직 폭발하지는 않았지만 미사일에는 이미 장착이 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심각한 경제 충격도 중국이 미국과의 추가 갈등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다른 나라들처럼 중국 역시 당면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처지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은 -6.8%로 근 반세기 만에 처음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경험했다.

 

코로나19 발생 전까지 중국은 무난하게 6%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견됐지만 이제는 1%대 경제성장률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이 화웨이 제재에 맞대응해 취할 수 있는 보복 조치로는 미국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괴롭히기'에 나서거나 미국에 희토류 수출 제한을 가하는 등의 방식이 거론된다.

 

하지만 이는 '무역 전쟁' 수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방위적이고 치열한 미국과의 '경제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위태로운 1단계 무역합의는 파기 수준으로 갈 공산이 크다.

 

중국 내 일각에서 거론되는 것처럼 애플, 퀄컴, 보잉 등 미국 기업을 상대로 '불이익'을 줘 미국에 반격하는 것도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애플의 경우 미국을 상징하는 기술기업이지만 핵심 제품인 아이폰을 비롯해 대부분 제품이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다. 애플을 공격하는 것은 적게는 수만명,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많게는 수십만명에 이를 수 있는 중국인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나아가 애플은 자유무역 질서를 기반으로 한 미중 협력의 상징인 기업이다. 중국이 정치적 갈등을 이유로 특정 기업을 괴롭힌다면 이는 중국에 진출한 수많은 외국 기업에 나쁜 학습효과를 남겨 미국이 희망하는 탈중국화와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 흐름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배치되는 결과다.

 

퀄컴 보이콧도 쉬운 일이 아니다. 연구개발 능력이 강한 화웨이와 달리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의 로컬 스마트폰 업체들을 포함해 많은 IT기업이 퀄컴 반도체에 의존한다.

 

아직 중국의 주력 파운드리 업체인 SMIC(中芯國際)의 역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퀄컴을 제재하는 것은 아직은 화웨이 혼자 받는 미국 반도체 제재를 중국의 전 IT산업으로 넓히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보잉사 제작 항공기를 사지 않는 것이 그나마 가장 쉬운 일일 텐데 이마저도 간단한 일이 아니다. 보잉사 여객기는 1월 체결한 미중 무역 합의에 따라 중국이 추가로 구매해야 하는 핵심 제품이다. 보잉 여객기를 안 사겠다는 얘기는 1단계 무역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이처럼 중국이 처한 여러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중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요소가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미국 최고 지도자의 임기 문제다.

 

코로나19 사태로 연말 치러질 미국 대선이 시계 제로의 상황에 빠져든 상황에서 중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공세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이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신경보(新京報)에 "코로나19 발병 초기 위기 속 결집 효과로 미국 국민의 트럼프 지지율이 높아졌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하면서 미국 민중은 그의 집정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하이 연합뉴스/한중21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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