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악화되며, 중국이 미국의 주요 대중국 수출품목 중 하나인 돼지고기 구매를 대량으로 취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사실을 보도한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미국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9일 미국산 돼지고기 3천247t에 대한 주문을 모두 취소했다.
이번 주문 취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올리겠다고 예고한 직후 바로 이어졌다. 지난 1년여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주문 취소로 나타났다.
중국은 올해 들어 2월과 3월, 4월에 각각 53t, 999t, 214t의 주문을 각각 취소한 전적이 있지만, 3천t이 넘는 주문을 취소한 적은 없다.
더구나 이번 주문 취소는 미국 축산업계가 중국 돼지고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상황에 발생해 더욱 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과 홍콩을 합친 시장은 세계에서 미국산 돼지고기를 두 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시장이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ASF)의 확산으로 논란이 일며 중국은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늘려온 바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에서 생기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성 전염병으로, 지난해 8월 중국 한 농가에서 처음 발병한 후 9개월도 채 되기 전에 중국 내 31개 성·직할시·자치구로 모두 퍼져 상황이 나빠졌다.
이로 인해 중국 내에서는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중국은 돼지고기 수입 확대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상품 중개인 데니스 스미스는 "무역전쟁이 몇 달간 지속할 경우 (미국산) 돼지고기에 더 많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중국에 많은 돼지고기를 팔 수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한탄했다.
중국의 이러한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중서부 농민층의 이탈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예고에 미국대두협회가 즉각 성명을 내고 "트럼프 행정부는 추가 관세를 연기한 뒤 무역협상을 매듭지어야한다"고 촉구하는 등 미국 농업계는 대중국 수출 타격을 우려하며 무역전쟁 확전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사정을 알고 중국 정부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무역전쟁의 무기로 활용할 것이라는 의심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