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국은 이미 15년 전부터 법정 근로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해 주 52시간만 일하자고 법으로 정해놓은 나라였다.
1953년 한국 법정 근로시간이 법에 명시됐다. 최초 근로기준법은 하루 8시간, 주 48시간을 기준으로 세웠다. 연장근로를 포함한 총 근로가능시간은 주 60시간이었다. 이 법정 근로시간은 1989년이 돼서야 44시간(연장근로 포함 시 60시간)으로 처음 줄었고, 이후 한참 논박이 오가다 40시간(연장근로 포함 시 52시간)으로 단축된 게 2003년부터다.
이제야 비로소 이 법규가 제대로 지켜지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새 통계가 나올 때마다 한국인의 연간 총 근로시간이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길다는 말이 나온 게 오래전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인의 연간 근로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회원국 평균(1763시간)보다 306시간 길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255시간)에 이은 2위였고, 가입 절차를 밟고 있는 코스타리카(2212시간)를 포함하더라도 세 번째다.
일본은 연간 총 근로시간을 OECD 평균에 맞추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게 1980년대 후반이다.
OECD의 ‘삶의 질’ 보고서엔 ‘직무 압박(Job Strain)’이란 항목이 있다. 관련 집계가 가능한 38개 국가 중 한국이 35위였다. 근로 여건을 초과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직장인의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로, 이 수치가 한국은 51.6%로 절반을 넘겼다. OECD 평균이 36.9%이고 가장 낮은 나라는 노르웨이로 15.4%다. 미국 28.5%, 프랑스 29.5%, 영국 30.4%, 독일 33.6%, 남아프리카공화국 38.1%, 일본 42.5%로 우리나라보다 직무 압박이 높은 나라는 헝가리(51.7%) 터키(55.2%) 그리스(58.6%)뿐이다.
프랑스의 경우 실제 시행은 10년 뒤(1946년)였지만 1936년에 주 40시간 근로시간 체제를 법으로 세웠다. 1982년에는 주 39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한 시간 더 줄였고, 1998년에는 현행인 주 35시간으로까지 단축했다. 주 35시간은 유럽연합(EU) 내에서 가장 짧은 수준이다.
프랑스에선 추가근로를 하더라도 최대 하루 10시간을 넘길 수 없다. 1주일에 최대 48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지만 12주간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44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하루 12시간, 주당 60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지만 이 경우 12주 평균 근로시간이 최대 46시간에 맞춰져야 한다. 추가근로를 시키더라도 매일 10시간이나 12시간씩, 혹은 매주 48시간이나 60시간씩 일을 시킬 수 없다는 뜻이다. 연간 최대 근로가능시간은 1607시간이다. 지난해 OECD 조사 결과 프랑스인이 한 해 동안 일한 시간은 평균 1472시간으로 법적인 연간 최대 근로시간보다 135시간 적었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이 분야도 선진국이다. 1947년 48시간으로 명시한 법정 근로시간은 1988년 46시간, 1991년 44시간, 1997년 40시간 순으로 빠르게 줄었다. 90년대 들어 연간 총 근로시간이 2000시간 아래로 떨어지자 정부는 1992년 1958시간이었던 연간 총 근로시간을 1999년까지 1800시간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근로시간 단축의 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제정했다.
1800시간을 밑도는 유럽과 미국 등 주요 OECD 국가의 연간 총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었다. 이후 근로시간은 빠르게 줄었지만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1999년 당시 연간 총 근로시간은 1848시간이었다. 일본 정부는 해당 법의 일몰 기한을 2006년 3월 31일로 3년 더 늘렸다. 지난해 일본의 연간 총 근로시간은 OECD 평균보다 50시간 적은 1713시간을 기록했다.
필자/강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