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남북대화가 결국 최종 종착지로 북미정상회담을 예약했다. 그만큼 남북정상회담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5월 북미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시한 약속을 받아왔다. 결국 오는 4월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관계를 큰 틀에서 복원하고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차원을 넘어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로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북미 정상간 ‘합의의 기초’를 다지는 무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남북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들이 오는 5월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일단 북미 정상이 오는 5월 만남을 갖자는 큰 틀의 합의를 했지만, 회담 테이블에 어떤 의제가 오를지는 아직 물음표다.
우선 북핵 문제는 가장 큰 대립축을 형성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이 ‘실질적 당사자’격으로 지칭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역시 어쩔 수 없는 당사자에 속한다.
현재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에게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이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달토록 했다. 앞으로 남북 정상회담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CVID) 비핵화를 강조하는 미국과 비핵화의 ‘의지’만 표명한 상태인 북한이 현시점에서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틀을 만들어내야 한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강조하는 대로 비핵화 의지가 ‘구체적 조치’로 이어지도록 김 위원장을 설득하면 일단 성공이다. 완결은 평화체제 구축에 있다. 평화체제는 현재의 정전체제를 전환시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는 다자간 합의의 틀을 의미한다. 바꿔 말해 6·25 전쟁을 직접 치른 당사국들이 공통의 의지를 모아 일종의 ‘평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얘기다.
북한은 그동안 정전협정을 통한 평화협정 논의를 요구해왔다. 이미 남·북·미·중 4개국은 과거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1996년부터 1999년까지 평화체제 논의를 위한 ‘4자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미사일 이슈로 북미가 다시 대립하면서 무산됐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일차적으로 4월 말 만나는 김 위원장에게 평화체제 논의를 시작하자는 뜻을 밝히고 이를 적극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김 위원장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자연스럽게 북미 정상회담의 의제로 연결시켜 북미관계 정상화까지 포괄하는 큰 틀의 ‘담판’을 짓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주목할 변수는 평화체제 논의가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연계될지 여부다. 이는 한미동맹의 요체(要諦)와 직결된 것으로, 국내정치와 대미관계의 가장 민감한 대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들은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분위기다. 남북한이 추후 통일을 실현하더라도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안전판’으로서 주한미군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하며, 이는 북측도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기사=김샛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