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 올림픽 폐막식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 건 그룹 엑소와 CL의 퍼포먼스였다. 한국대중음악상이 선정한 ‘올해의 음악인’은 방탄소년단이었다. ‘애들이나 좋아하는 것’으로 폄하되던 아이돌 그룹은 이렇게 201 8년 한국 대중문화의 표상이 되었다. 그리고 이들의 성장 뒤에는 ‘레전드’라 불린 1세대 아이돌 그룹, H.O.T와 젝스키스가 있었다.
한국 대중문화의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두 그룹이 다시 돌아왔다. MBC <무한도전>의 프로젝트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덕이다. 1990년대 인기가수들을 한 자리에 모두 모으는 저력을 과시했던 <무한도전>은 2016년 젝스키스 재결합을 골자로 한 <토토가> 2탄을 방영했다. 이어 201 8년 2월에는 H.O.T.까지 <토토가> 3탄을 통해 무대에 결집시켰다. 풋풋했던 10대 소년들은 사라졌지만 ‘레전드’ 무대는 여전했다.
젝스키스는 데뷔곡 ‘학원별곡’을 시작으로 ‘폼생폼사’, ‘커플’을 대히트 시키며 아이돌 팬덤을 넘어선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이들은 짧은 활동 기간에도 불구하고 가요계에 많은 기록을 남겼다. 아이돌 최초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콘서트를 열었고, 아이돌 최초로 평양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 데뷔 3년 만에 갑작스런 해체로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출처=news1
그러나 이들의 마지막은 2000년이 아니었다. 2016년 <토토가> 2탄을 통해 16년 만에 한 무대에 섰던 젝스키스는 멤버 고지용을 제외한 다섯 명이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고 YG의 체계적인 지원 속에 정식으로 다시 컴백했다. 재결합 이후 내놓은 ‘세 단어’가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며 ‘현역 아이돌’로서 일본 진출에 나서기도 했다.
젝스키스의 재결합 이후 라이벌이었던 H.O.T의 재결합 여부도 세간의 관심사였다. 멤버들의 개인사정으로 인해 H.O.T의 재결합은 불발되는 듯했지만, 201 8년 <무한도전>의 힘을 빌려 17년 만에 다섯 명이 한 무대에 올랐다. H.O.T. 멤버들은 데뷔곡 '전사의 후예'를 시작으로 '캔디', '행복', '빛', '아이야' 등 히트곡 무대를 선보였다. 17년 만에 H.O.T.의 완전체 무대를 보게 된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사진출처=MBC
H.O.T는 ‘High-five Of Teenagers’의 약자로,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이 직접 기획한 그룹이다. 직속 후배라고 할 수 있는 동방신기, 엑소 이전에 최대 규모 팬덤을 자랑하던 ‘역대급’ 아이돌이었다. 아이돌 최초 연간 최대 음반판매량 달성, 아이돌 최초 자작곡 대상 수상, 최초 방송 3사 가요대상 '올킬', 한국 가수 최초 잠실주경기장 공연 매진 등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H.O.T 콘서트 소식이 메인 뉴스에 소개되었고, 콘서트 날이면 지하철이 연장 운행되었다. 하지만 이들은 2001년 전격 해체를 선언, 뿔뿔이 흩어졌다. 강타, 문희준은 솔로 가수로 데뷔했고, 장우혁, 토니안, 이재원은 그룹 JTL을 결성, 활동을 이어갔다. <토토가> 방송 직후 강타는 자신의 SNS에 "끝이 아닌 시작이기를. H.O.T Forever"라고 올리며 공식 재결합에 대한 기대를 남겼다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악인’ 방탄소년단에 대한 심사평은 이러하다. “한국 대중음악 안에서 태어난 한 그룹이 스스로를 질료로 완성한 음악으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동시대 젊음을 사로잡았다.” 결국 아이돌 그룹이 당대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제는 팬들과 함께 3~40대가 된 젝스키스와 H.O.T가 노래할 201 8년이 궁금하다.
이동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