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대문 시장 상인들의 허기를 채워준 음식
한국인의 치킨 사랑은 유별난 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년간 국민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13.6kg, 치킨용 닭(1kg)으로 환산하면 1인당 14마리를 먹는다고 한다. 닭고기를 좋아하는 만큼 한국에는 닭을 활용한 요리도 다양하다. 프라이드 치킨, 닭강정, 삼계탕, 찜닭, 닭볶음탕 등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속 든든하게 해주는 겨울철 대표 보양식 ‘동대문 닭한마리’도 대표적인 닭요리로 빼놓을 수 없다.
‘동대문 닭한마리’를 맛보기 위해서는 동대문 종합시장 인근에 자리잡은 신진시장을 찾아가면 된다. 동대문종합시장 입구 건너편 굽이굽이 미로와 같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신진시장 중간쯤까지 가면 오른쪽 골목에서 생선 굽는 냄새가 솔솔 피어난다. 생선냄새를 따라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왼쪽으로는 유명한 ‘동대문 생선구이골목’이 펼쳐진다. 그 맞은편으로는 동대문 종합시장과 40년 역사를 함께한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이 있다.



동대문 닭한마리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1978년부터다. 동대문과 평화시장 상인들과 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 팔던 닭칼국수가 시초이다. 구수하고 시원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 거기에 닭고기까지 더해진 칼칼한 닭칼국수 한 그릇은 동대문 인근 상인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줬던 메뉴였다. 닭칼국수가 손님들한테 인기를 끌면서 시장 골목에 닭칼국수집이 늘어났고 닭한마리라는 요리도 그 즈음에 생겨났다.
닭칼국수는 어느 순간 손님들에 의해 닭한마리로 이름이 바뀌면서 내용까지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1970년대 당시 동대문에는 동대문종합터미널이 있었는데, 그중에는 차 시간에 쫓기던 사람도 많았다. 시간의 여유가 없던 사람들이 식당에 들어서며 급하게 “닭한마리”를 외쳤고 그것이 음식명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닭한마리는 칼국수에 닭고기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닭 한 마리를 통째로 끓인 닭육수에 칼국수가 부재료로 들어가는, 주객이 전도된 요리이기도 하다.
닭한마리를 통째로 품은 양은냄비
‘닭한마리’ 요리는 가게마다 만드는 방식은 비슷하다. 다만 닭고기를 찍어먹는 소스의 맛과 육수, 선택해 먹을 수 있는 부재료 등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소스는 주재료인 고춧가루가 좋아야 맛이 살아난다. 맵기만한 고춧가루가 아니라 매우면서도 풍부한 미감과 감칠맛을 머금고 있어야 한다. 또한 육수에 들어가는 재료도 엄나무, 인삼 등 식당마다 다르다.
닭한마리를 주문하면 닭 한 마리와 육수, 맛을 내기 위한 채소가 큰 양푼에 담겨 나온다. 닭 속에 인삼, 대추, 찹쌀 등이 들어가는 백숙과는 달리 닭한마리는 말 그대로 ‘닭 한 마리’만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살짝 익혀 나온 닭한마리에는 닭냄새도 나지 않고 육수에서 기름기도 찾아볼 수 없다. 가위와 집게를 들고 먹기 좋게 닭을 자르고 떡 사리를 따로 주문해서 넣어 익힌다. 닭은 삶아서 나오지만 식탁 위 간이 가스렌지 위에서도 푹 끓이는 게 좋다. 닭과 사리가 익는 동안 소스인 부추무침을 만들어야 한다. 새콤, 달콤, 매콤 알싸한 부추무침은 닭한마리를 먹을 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메뉴이다. 간장, 식초, 겨자를 충분히 섞어서 부추무침을 입맛대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스에 닭, 떡, 감자 따위를 찍어 먹으면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다.

국물이 느끼하다 싶으면 김치를 더하면 된다. 국물에 마늘과 고추양념, 김치를 넣어서 같이 끓인다. 고기를 다 먹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