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를 쓰지 않는 친구인데 갑자기 이상한 부산 사투리를 쓰고, 고무를 왜 먹냐고 하던 애가 젤리를 사서 먹어요. 이거 강다니엘병인가요?”
알다시피 강다니엘은 워너원의 인기 멤버다. 강다니엘병은 그를 너무 좋아한 팬들이 걸리는 병이다. 이처럼 ‘강다니엘병’, ‘아이유병’ 등 ‘스타병’에 걸린 것 같다는 SNS 제보가 속출하고 있다.
‘스타병’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들의 의상은 물론 모든 행동과 습관까지 따라하면서 그 스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스타들의 매력이 ‘유행’이나 ‘열풍’을 넘어 ‘스타병’으로 까지 번지고 있다.
설리는 ‘복숭아병’이라는 신종 스타병을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복숭아병’은 ‘인간복숭아’라 불리는 설리처럼 사진에 핑크 빛 필터를 씌워 자신을 복숭아와 동일시하는 것이다. 설리는 2005년 아역 배우로 데뷔한 뒤 걸그룹 f(x)로 활동하면서 특히 외모로 주목받았다. 검은 머리에 흰 피부, 붉은 입술, 핑크 빛 볼, 시원하게 트인 눈매가 설리의 상징. 아이유의 노래 ‘복숭아’가 설리를 뮤즈로 만들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설리는 ‘인간 복숭아’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복숭아병’은 일반인 뿐 아니라 걸그룹들 사이에서도 화제였다. 설리가 ‘인간 복숭아’ 이미지를 위해 무릎에도 핑크 빛 블러셔를 바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걸그룹들 사이에서 ‘무릎 메이크업’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설리는 ‘연예인들의 연예인’인 셈이다.
설리에게 ‘인간 복숭아’라는 별명을 준 아이유 역시 ‘아이유병’ 유발자이다. ‘아이유병’은 아이유의 의상, 행동, 습관 등을 하나하나 다 따라하는 현상이다. 아이유는 2008년 데뷔하여 현재는 독보적인 솔로 여가수로 자리매김했다. 강아지처럼 순한 인상의 ‘아이유 메이크업’, ‘아이유 헤어스타일’ 등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특히 올해에는 2017년이 ‘아이유의 해’가 아닌가 할 만큼 활발한 활동을 펼쳤고,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이 jtbc 예능 <효리네 민박>에 등장하는 아이유의 모든 것을 따라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이유가 입고 나와 화제가 되었던 한 브랜드의 보라색 트레이닝복을 따라 입는 것은 물론, 음식을 먹을 때 입을 열지 않고 오물오물 씹어 먹는 행동, 멍하니 앉아 있기, 힘없이 걷기, 오래된 노래 듣기와 같은 아이유의 사소한 습관도 화제가 되면서 유행으로 이어졌다.
엑소, 방탄소년단을 제치고 11월 보이그룹 평판 1위를 차지한 그룹 워너원의 센터 강다니엘 역시 대표적인 스타병 유발자이다. 강다니엘은 <프로듀스 101 시즌2>의 우승자로, 사모예드처럼 귀여운 얼굴에 남자다운 몸매, 거친 부산 사투리로 ‘누나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강다니엘은 유행에 비교적 덜 민감한 남성들에게 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부산 사투리는 물론 강다니엘이 이전 여자친구에게 사용했다는 ‘꼬맹이’ 와 같은 애칭을 사용하는 것, 자타공인 ‘젤리중독’인 강다니엘을 따라 젤리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여성 팬들 사이에서는 ‘강단현상’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는 강다니엘과 금단현상이 합쳐진 말로 하루에 한 번 강다니엘을 보지 않을 경우 초조함과 불안감으로 일상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강다니엘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신조어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르네 지라르는 모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모방 심리라고. 매력적인 스타들을 따라하고 싶은 심리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또 어떤 매력적인 스타가 어떠한 ‘스타병’을 양산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