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심심한 외모가 인기의 비결 아닐까요?”
배우 박신혜는 자신이 유명 드라마나 영화의 여주인공으로 연이어 발탁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중이 들으면 깜짝 놀랄 만한 얘기다. 하지만 이렇게 얘기하는 박신혜는 사뭇 진지했다. 강한 이미지 때문에 몇 가지 한정된 배역을 맡는 데 머물지 않고, 무슨 그림을 그려도 색이 잘 배는 하얀 도화지처럼 어떤 캐릭터를 입혀도 잘 어울리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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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혜는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히는 작가들과 두루 작업했다. <상속자들>의 김은숙 작가, <피노키오>의 박혜련 작가, <미남이시네요>의 홍미란-홍정은 작가, <닥터스>의 하명희 작가가 약속이나 한 듯 박신혜에게 여주인공을 맡겼다. 그의 상대역은 배우 이민호, 이종석, 장근석, 김래원 등 내로라하는 한류스타였다.
“제게 그런 기회를 주셨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죠. 아마도 제가 오뚝한 코와 날렵한 턱선, 남다른 비율을 가진 여배우처럼 화려한 외모를 가지지 않고 약간의 심심한 외모의 소유자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동글동글해 보이는 외모에 밝고 건강한 이미지가 제 나이 또래가 가진 이미지를 그리기 좋았던 것 같아요.”
그동안 박신혜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헤로인으로 자주 대중과 만났다. 하지만 이미지가 고착되는 것을 우려하는 박신혜는 각종 전문직도 소화하며 변화를 꾀한다. <닥터스>에서는 의사였고, 신작 영화 <침묵>에서는 변호사다. 앞서 개봉돼 1200만 관객을 모은 <7번방의 선물>에서 한차례 변호사 역을 맡았던 터라 복잡한 법정 용어를 사용하는 데 더 수월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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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멜로와 사랑 이야기에 더 끌렸다면, 요즘은 이제 막 사회 생활을 시작하는 새내기 역할을 자주 맡는 것 같아요. 제 나잇대에 맞는 역할이 주어지는 것 같아 좋아요. 최근 전문직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에 많이 출연했는데, 그 속에는 사회 초년생의 애환 외에도 가족 이야기, 사랑 이야기까지 함께 담을 수 있어서 끌렸던 것 같아요.”
13세 때 데뷔해 어느덧 20대 중반에 들어선 박신혜. 다양한 작품을 거치며 그의 연기력 또한 일취월장했다. 아역에서 성인 배우로 연착륙에 성공한 연기자로 손꼽히는 이유다. 그동안 숱한 작품에서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던 박신혜는 11월 2일 개봉한 영화 <침묵>에서는 ‘연기 9단’이라 불리는 배우 최민식과 경쟁을 벌인다.
“"워낙 대단한 선배 배우들 틈바구니에서 폐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 ‘현장이 놀이터 같았다’고 얘기하지만 저한테는 마냥 놀이터는 아니었어요.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컸죠. 그런데 선배님과 연기합을 맞출수록 ‘아, 내가 조금 편안하게 이 상황을 즐겨도 되겠구나’ 싶을 정도로 편하게 해주셨어요. 잔뜩 긴장하고 나섰는데 최민식 선배님은 ‘마음껏 놀라’며 판을 깔아주셨어요. 진짜 좋은 기운을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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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신혜는 일련의 작품을 통해 쌓은 인기를 바탕으로 아시아 일대를 돌며 팬미팅을 여는 몇 안 되는 여배우다. 최근에는 태국, 싱가포르, 필리핀, 일본 등에서 팬미팅을 마쳤다. 해외에 나가면 모자도 쓰지 않고 메이크업도 받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며 해외의 분위기를 만끽하는 남들과 다를 바 없는 20대 여성이다. 하지만 여배우로 돌아왔을 때는 끊임없이 자신의 연기와 차기작을 고민하는 천생 배우다.
“여배우로서 고충이 정말 많아요. 좋은 대본을 많이 받지만 ‘OOO의 동생’ 역이 가장 많아요. 주인공의 여동생이나 여인처럼 부수적인 캐릭터요. 그런 와중에 <침묵>의 주체적인 희정 역은 에너지가 넘치고 매력적이었죠. 향후에도 출연 분량보다는 작은 역할이어도 제 낯선 모습을 드러낼 수 있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큰 역할을 찾고 싶어요.”
기자 김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