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베드민턴이나 칠까?”
홍콩에서 돌연 ‘우리 성행위할까’를 암시하는 음어가 됐다. 홍콩 교육부 탓이다. 홍콩 교육부가 중 3학년 학생들을 위한 성 교육 교재를 내놓았는데, 거기에 ‘성적 충동을 느낀다면, 운동장에 가서 베드민턴을 쳐보라’라고 돼 있는 것이다.
‘아니 성 충동을 느꼈는데, 베드민턴을 쳐?’
자연히 남녀가 같이 베드민턴을 치자고 하면 서로 성충동을 느낀다는 말이 됐고, ‘우리 베드민턴이나 치자’는 말이 엉뚱한 뜻으로 들리게 되는 것이다.
홍콩의 중3 성교육 교재가 돌연 ‘19세기 보수로 회귀’를 해 논란이다.
시기에 맞지 않다고 보니, 표현들 자체가 논란이 되는 것이다. 교재에서 ‘성충동을 느끼면 베드민턴을 치라’는 말은 운동을 하면서 잡념을 잊으라는 조언일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이 엉뚱하게 해석이 되는 게 요즘의 MZ세대다.
사실 한 참 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질풍노도의 시기 청소년들에게 성교육을 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참으라고 하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함부로 느끼는 그대로 하랄 수는 더더욱 없다.
하지만 이제와서 유교적 사고방식을 강요하며, 유교적 절제로 혼전 순결을 절대적으로 지키라고 하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시대적 정답을 놓고 홍콩 사회 논란이 한창이다. 마침 BBC중국어 서비스가 홍콩의 이런 난처한 문제를 기획 취재해 소개했다.
매체에 따르면 논란의 시발은 홍콩 교육부가 만들었다. 최근 내놓은 중3용 성교육 교재가 그 논쟁의 대상이다. 교재는 혼전순결을 절대적으로 강조한다. 남자 친구를 사귀면서 ‘혼전순결 서약서’에 서명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당연히 사회 일각의 비판이 일었고, 처음 언급한 풍자가 판을 쳤다.
하지만 홍콩 교육부는 완강했다. 사실 그게 논란을 더욱 부채질 했다. 홍콩 교육부는 즉각 일각의 반발에 자료를 냈고, 교육 고위 관료는 방송에 나와서 “교육 내용이 보수적이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는 초중학생들에게 전통적 가치관을 가르킬 필요가 있다. 우리의 가치관은 일부일처의 혼인제도이다”라고 강변했다.
홍콩 사회 진보세력들은 이 같은 교육부의 태도가 남녀 성 차별은 물론, 성소수자들에 대한 멸시 행위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번에 나온 홍콩 교육부의 성 교재는 남자는 충동적이며 여성을 이에 대응해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남녀간 성인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찍이 영국의 영향을 받아 개화한 도시지만, 홍콩 사회 역시 유교적 전통을 가진 동양 사회다. 자연히 학생들의 성교육은 전통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었다.
홍콩의 현 20대만해도 학교에서 받은 성교육이 보수적이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아예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편이 더 맞다는 주장도 있다.
성행위에 대한 교육은 생물학 선생이 했는데, 늙은 선생들은 성행위에 대해 ‘서로 좋아하다 보면 그냥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하기 일쑤였다. 좀 더 과학적 디테일(?)을 언급할 때면 나이 든 선생이 스스로 부끄러워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외부 강사들을 초빙하기도 했지만, 이들 강사들은 종교적 배경이 있어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BBC중국어 서비스는 중국 20대 여성을 인터뷰해서 전했다.
홍콩가족계획협회는 지난 1981년부터 중등학생들의 성적 개념과 지식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5년마다 '청소년과 성에 관한 연구' 조사를 실시해 왔다. 2022년에 발표된 '청소년과 성에 관한 연구 2021' 조사에 따르면 중학생의 성 지식은 여전히 기대 이하의 저조한 성적이었다. 특히 1학년과 2학년 학생들의 지식 수준은 크게 낮았다.
당시 협회는 이에 중학생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음란물에 노출되고 있으며, 노골적인 성폭력, 과도한 노출 등의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며 학교와 가족들에게 종합적인 성교육은 물론 미디어와 정보 활용 교육의 실시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협회는 저학년부터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