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드라마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이다. 키스신이나 이별 같은 주요 장면이 떠오를 수도 있겠다. 바로 다음이 OST이다. 좋은 OST는 드라마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주고 드라마를 오래 기억 속에 남게 한다. 시청자들이 극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드라마 제2의 주인공, OST의 제왕에는 누가 있을까?
린은 그야말로 ‘OST의 여왕’이다. <해를 품은 달>,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디어 마이 프렌즈>, 최근에는 <푸른 바다의 전설>, <사임당, 빛의 일기>까지 화제가 되는 드라마라고 하면 어김없이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린의 애절한 목소리와 섬세한 감정은 시청자들이 극에 더욱 잘 몰입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특히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OST인 ‘시간을 거슬러’는 김수현과 한가인의 가슴 아픈 사랑을 절정으로 이끌어낸다. ‘시간을 거슬러 갈 수만 있다면’이라는 가사는 함께 했던 짧은 추억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또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My destiny’는 그야말로 드라마를 대표하는 노래가 되었다. 김수현과 전지현이 등장하는 주요 장면에는 항상 ‘You’re my destiny’라는 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린이 드라마 OST계에 있어 전통의 강자라면 볼빨간 사춘기는 OST계의 루키이다. 2016년의 발견이라 불린 볼빨간 사춘기의 저력은 OST계에서도 여전하다. MBC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의 OST인 ‘처음부터 너와 나’가 공개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볼빨간 사춘기의 맑은 목소리는 유승호와 김소현, 두 배우의 운명 같은 만남 장면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볼빨간 사춘기의 OST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방영된 tvn드라마 <미생>에서 OST ‘가리워진 길’을 부른 바 있다. 유재하의 명곡 중 하나인 ‘가리워진 길’은 보컬 안지영의 독특한 음색으로 다시 태어났다. 꾸준히 OST 작업물을 공개하고 있는 볼빨간 사춘기가 린과 같은 전통의 강자를 누를 신흥세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크러쉬 역시 드라마 OST계의 신흥 강자이다. 크러쉬는 올해 초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도깨비>의 OST ‘beautiful’로 사랑받았다. 드라마의 감성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간 이 곡은 발매되자 마자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고 크러쉬를 차세대 OST 강자로 자리매김 시켰다.
사실 멜로 드라마의 경우 여성 가수의 노래가 OST로 쓰이는 경우가 많았다. <도깨비>를 집필한 김은숙 작가의 전작 <태양의 후예> OST 역시 윤미래, 거미, 린 등 유명 발라드 여가수들이 대거 참여해 애절함을 더했다. 하지만 크러쉬의 따뜻하고 외로운 듯한 음색은 성별의 한계를 뛰어넘어 반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차트에 머물고 있다.
과거에는 드라마의 인기가 OST의 인기를 결정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OST가 드라마의 인기를 끌어올리기도 한다. 또 어떤 아티스트가 드라마를 더욱 ‘드라마답게’ 만들어갈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글 = 이동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