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대만 차이잉원 "일국양제 거부"…중국 "분열 용납불가"

'평화·대등·민주·대화' 재확인…'현상유지' 강조했지만 중국 반발 / 코로나19 방역 성공 토대로 국제입지 확대·美연대 강화 의지도 피력.

 

연임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열어젖힌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20일 중국이 강요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차 천명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빈관 야외무대에서의 취임 연설에서 "우리는 베이징 당국이 일국양제를 앞세워 대만을 왜소화함으로써 대만해협의 현 상태를 파괴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이는 우리의 굳건한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만이 중국의 일부분임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한 일국양제를 거부했지만, 중국과 대만이 서로 대등한 관계 속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양안(중국과 대만) 대화 전개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더욱 구체적인 공헌을 하겠다"며 "'평화·대등·민주·대화' 8개 글자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다.

차이 총통은 "우리는 계속 중화민국 헌법을 바탕으로 양안 업무를 처리할 것"이라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상태 유지가 우리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만 독립 추구 성향의 차이 총통이 '현상 유지' 의지를 피력하면서 중국에 대한 자극을 자제한 것으로 평가된다.

 

차이 총통은 연설 중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바다 건너편의 지도자'로 부르면서 함께 책임을 지고 양안 관계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자오춘산(趙春山) 대만 단장(淡江)대 명예교수는 대만 중앙통신사에 "양안 관계 부분에는 도발적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며 "특히 '바다 건너편 지도자' 언급은 중국공산당에 올리브 가지를 내민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양안 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당장 중국 대만판공실은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일국양제 관철 의지를 강조하면서 "어떤 국가 분열 행위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이 총통 역시 유화적인 발언만을 내놓은 것은 아니다. 그는 일상이 된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 비대칭 전력 발전을 가속화하고 전시 동원 예비군의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군함·항공기·우주 분야에 이르는 방위 산업 육성 의지도 드러냈다.

 

차이 총통이 일단 현행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차이 총통 지지 세력 중 강경파는 헌법을 고쳐 대만 독립을 실질적으로 선언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차이 총통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차이 총통 집권 2기 동안 헌법 수정 문제는 가뜩이나 악화한 양안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차이 총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성공을 바탕으로 대만이 국제사회 참여를 확대하고 미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드러냈는데 이 역시 중국이 탐탁지 않게 여길 대목이다.

 

그는 "지난 1월 이후 대만은 민주 선거, 코로나19 방역 성과 두 가지로 국제사회를 놀라게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만은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한 민주주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선량한 힘으로 자리매김했다"며 "국제기구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미국, 일본, 유럽 등 가치관을 함께하는 국가들과 관계를 심화하겠다"고 말했다.

 

대만은 코로나19 방역 성공 사례로 주목받는 것을 기회로 삼아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세계보건기구(WHO) 옵서버 재참여를 강력히 추진 중이다.

 

친중 성향의 마잉주(馬英九) 총통 당시 대만은 WHO 옵서버였지만, 차이 총통 집권 후에는 중국의 강한 반대로 옵서버 지위를 박탈당했다.

 

중국은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대만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는 전략을 펴왔다. 비록 표결권이 없는 옵서버 자격이지만 대만의 WHO 재진출은 이런 기존의 흐름을 일거에 뒤엎는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과 대만·미국이 치열한 외교전을 치르는 중이다.

 

코로나19 방역 성공으로 국제사회에서 대만이 '재발견'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만 지지 움직임이 과거보다 한층 활발해지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차이 총통의 취임식을 앞두고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제임스 리시 미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 등 41개 국가 92명의 주요 인사들이 축하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중앙통신사는 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전날 공식 성명을 내고 차이 총통의 집권 2기 시작을 축하했는데 미국의 국무부 장관이 대만 총통 취임 축사 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날 연설에 앞서 차이 총통은 총통부에서 강당에 걸린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와 쑨원 초상화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두 번째 임기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대만이 코로나19 방역에 성공을 거둔 데 힘입어 차이 총통은 역대 대만 총통 중 최고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신(新)대만 국책싱크탱크의 최근 조사에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74.5%에 달했다. 전날까지 대만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총 440명, 사망자는 7명에 그쳤다.

 

대만에서는 12일째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다. 외부 유입 사례를 제외하면 대만 내부 신규 확진자는 37일째 한 명도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 1월 대선에서 역대 최다 득표로 재선에 성공한 데 이어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차이 총통은 집권 2기에도 안정적인 통치 기반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연합뉴스/한중21 제휴사


사회

더보기

문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