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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明仁·85) 일왕의 둘째 아들 아키시노노미야(秋篠宮) 후미히토(文仁) 왕자가 30일 자신의 53번째 생일을 맞아 연 기자회견에서 맏딸의 결혼과 왕위 계승 행사 예산 문제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상징적인 존재로 전락한 일본 왕실의 일원이 현실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일본 언론들이 이를 크게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후미히토 왕자는 이날 장녀 마코(眞子·26) 공주의 결혼 문제에 대해 "많은 사람이 납득하고 기뻐할 만한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결혼식을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코 공주의 남자 친구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하다면 그에 맞는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마코 공주는 지난해 말 국제기독교대 동문인 고무로 게이(小室圭)와 결혼 의사를 밝혔다. 당초 올 11월 식을 올릴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무로 모친의 금전 문제 등이 잇따라 주간지에 보도되면서 여론이 나빠져 연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후미히토의 발언이 공개된 것이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후미히토가 고무로 측에 그간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해 해명을 하거나 문제 해결을 요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후미히토는 또 자신의 형인 나루히토(德仁·58) 왕세자가 내년 5월 즉위한 후, 11월에 열릴 다이조사이(大嘗祭) 비용이 국비로 처리되는 것에 대해서도 "종교색이 짙어 적당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행사 비용은 국비보다는 일왕의 생활비에 해당하는 내정비(內廷費)로 처리되는 게 적당하다"고 말했다.
다이조사이는 새 왕이 즉위한 후, 햇곡식을 건국신에게 바치는 행사이다. 일본 정부는 다이조사이 비용을 국비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아키히토 일왕 즉위 때도 이 행사에 국비 22억엔이 지급됐는데, 이때도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언론은 "후미히토는 다이조사이가 신도(神道) 기반 의식인 만큼,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일본 관방부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개인의 입장에서 의견을 밝힌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