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멜로는 빠질 수 없는 이야기죠.”
‘멜로 장인’이라 불리는 배우 소지섭이 멜로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남다른 소신을 밝혔다.
최근에는 멜로를 소재로 다룬 작품들의 흥행이 저조해 제작 시도조차 줄어들었다. 그보다는 액션과 판타지, 스릴러 등 극성 강한 이야기가 각광받는 상황 속에서 멜로의 설 자리는 좁아졌다.
하지만 소지섭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발리에서 생긴 일>, <오 마이 비너스>와 영화 <오직 그대만> 등 꾸준히 멜로물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개봉돼 1주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동원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그는 왜 멜로를 고집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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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이상, 멜로는 빠질 수 없는 이야기잖아요. 제가 개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물을 좋아하기도 하고요. 흥행 때문에 잘 안 만들어지기 때문에 제게 섭외 제안이 오면 더 많이 고민하죠. 항상 ‘이 작품이 나의 마지막 멜로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고 촬영해요"
소지섭은 이번 영화에서 후배 배우 손예진과 호흡을 맞췄다.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찰떡 궁합을 자랑한 두 사람을 보고 관객들은 “실제 연인 같다”고 말하곤 한다. 두 사람이 한 작품에 출연한 것은 2001년작인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 이후 무려 17년 만이다. 까마득한 신인 배우였던 두 사람이 그 긴 시간을 돌아 정상에서 재회한 셈이다.
“최근에는 광고 촬영 말고는 함께 한 적이 없었어요. <맛있는 청혼> 때는 서로에 대해 기억을 못 해요. 손예진은 데뷔작이었고, 저 역시 제 연기 챙기기도 바쁠 때라 서로에게 큰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 하지만 서로에 대한 기억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이번에 다시 만나면서 서로 ‘잘 살아 남았구나’, ‘잘 버텼구나’ 싶었죠.”
소지섭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한 아이의 아빠 역을 맡았다. 사랑하는 아내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보낸 후 극진히 아들을 보살피는 아빠다. 반항기 가득하던 그가 과연 아빠 역할에 어울릴 수 있을지 고민도 많았다. 하지만 이는 기우였다. 영화 속 소지섭은 반항기를 싹 걷어내고 자상한 아빠의 모습을 온 몸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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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상상하는 가족의 이미지는 항상 같아요. 아빠, 엄마와 두 아이가 함께 걸어가는 데 앞모습이 아니라 뒷모습이에요. 바로 그런 모습이 제 가족이었으면 좋겠어요. 그 앞모습은 웃는 얼굴로 만드는 것이 제가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찍으며 아들로 나온 아역 배우와 참 친하게 지냈어요. 제가 체력적으로 나쁜 편이 아닌데도, 함께 놀아주는 게 생각보다 힘들더군요.(웃음)”
10대 후반에 모델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다. 외모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연륜이 묻어난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서 아이 아빠를 연기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 역시 그런 생각의 변화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는 “결혼 생각은 없냐”는 질문이 유독 많이 쏟아졌다.
"이상형이요? 이상형이 분명히 있지만 마주치진 않은 것 같아요. 음... 제가 만나는 사람이 결국은 제 이상형인 것 같아요. 보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대화가 좀 되는 친구였으면 좋겠어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수아처럼 저만 바라봐주는 것도 좋죠. 나이가 드니 좋은 가정을 꾸리는 것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보는 이로 하여금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다. 소지섭과 손예진, 두 배우의 매력이 한몫했다. 20대, 30대, 40대에 맞는 멜로물을 선보였던 소지섭, 과연 향후에도 그의 멜로 연기를 볼 수 있을까?
“따지고 보니 정말 세대별로 멜로를 해왔네요. 그런 계산을 하면서 연기를 해 온 것이 아니고, 계속 제 나이대에 맞는 역할을 하려 노력해왔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요.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제40대를 대표하는 멜로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사=김소리